민투사업 기반·체계 이해 부족 드러나…실효성 없는 ‘뒷북’ 지적도

(2)필리핀産 BTO…20여 년째 제자리걸음

(3)선진국형 BTL 모델 대안되나

(4·끝)(전문가제언)박수진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

지난 20여 년간 국내 SOC 산업의 일익을 맡아왔던 민간투자사업이 위기를 맞고 있다. 올해 들어 신규 SCO 사업예산이 383억원으로 대폭 감소된 데 이어, ‘민투사업은 영리사업’이라는 부정적인 프레임까지 덧씌워져 점차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그동안 국내에서 민투사업을 통해 구축된 SOC 규모는 100조원을 상회한다. 민투사업이 도로·철도·항만 등 부족한 인프라를 건설하며 부족한 국가 재정의 보완책 역할을 해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오늘날의 위상은 역설적이다 싶을 정도다.

하지만 일각에선 이참에 국내 현실에 맞게 민투사업 전반을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관련법이 제정된 지 20여년이 경과했음에도 여전히 제자리걸음을 걷고 있는 법제도·인식수준 등이 민투사업의 운신의 폭을 좁히고 있다는 지적이다.

본지는 최근 국토부 권고안이 발표되며 다시 한 번 도마에 오른 국내 민투사업의 현실을 살펴보고, 해외사례·전문가 제언 등을 통해 4회에 걸쳐 국내 민투사업의 활로를 모색해본다. (편집자 주)

지난 10일 국토교통분야 관행혁신위원회가 ‘국토부 주요 정책에 대한 2차 개선권고안’을 통해 민투사업 개선안을 발표한 이후 업계에선 한때 소란이 일었다. 일차적으로는 각종 제도를 강화·신설해 민투사업을 옥죄겠다는 의도가 읽힌 탓이지만, 더 근본적인 원인은 개선안의 실효성이 없다는 점에서 업계의 빈축을 샀다.

이날 발표된 내용에 따르면 혁신위는 국내 민투사업의 문제점으로 ▲수요 과다예측 관행 ▲재정지원 ▲BTO-rs(위험분담형)·BTO-a(손익공유형) 방식 적용 등을 꼽았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혁신위의 문제인식을 두고 “민투사업의 현실을 모른 채 사업만 탓하는 뒷북 개선안”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수요 과다예측 관행을 첫손에 꼽은 게 대표적인 예다. 혁신위는 개선안에서 “민투사업에서 예측 대비 실제이용량이 100%를 초과하는 사업이 거의 없었다”며 “민간이 제시한 수요를 정부가 제대로 확인·검증하지 못한 채 협약을 체결하던 관행이 원인”이라고 짚었다.

그러나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이러한 지적은 ‘수요’만이 민자사업의 제1의 고려요인이라는 생각에서 ▲사업 사례 부족 ▲사회·인구구조·개발계획 변화 ▲타 사업과의 연계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지 못한 얕은 인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민투사업의 실패사례로 빈번히 언급되는 의정부경전철 사업만 봐도 기존에 경전철 사업이 없는 상황에서, 계획수립부터 착공까지 10년 이상이 걸리면서 달라진 도시개발계획을 담지 못했고, 버스 등 타 교통수단과의 연계성을 고려하지 못한 탓에 발생한 참사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또 애당초 민투사업을 바라보는 관점이 잘못됐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혁신위는 재정 지원과 관련해 “민투사업의 사용료 수익은 민간사업자가 전부 가져갔음에도 최소운영수입보장(MRG) 등에 따른 재정은 정부가 부담했다”고 봤다.

하지만 이는 민간이 사업을 진행하는 데 정부가 일부를 지원하는 게 민투사업이라는 인식을 드러낸 것으로, 정부가 SOC란 공공재를 제공하면서 사업에 민간자본을 일부 끌어들이는 형식으로 보는 선진국들의 관점과는 차이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밖에 사업비 조달 비용을 낮춰 이용요금을 저렴하게 하고, 파산 위험을 줄이기 위해 도입한 BTO-rs·BTO-a 등의 제도를 단순히 “사업시행자의 투자위험을 세금으로 지원한다는 논란이 발생할 수 있다”는 이유로 규제한 것이 민투사업 체계에 대한 이해 부족을 보여준다는 의견도 있다.

한 민투사업 전문가는 “이번 개선안은 이미 시행되고 있거나, 개선된 내용들을 담은 뒷북에 불과하다”며 “단순히 민투사업을 옥죄기보다는 긍정적인 방향으로 활용하기 위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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