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미만 공사까지 무분별 참여, 中企와 경쟁
공기업 전기공사업 제한하는 장치 마련해야

일부 공기업들이 1억원 미만 소액공사까지 싹쓸이하는 파렴치한 행위를 자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위해 영세한 중소 전기공사기업과의 경쟁까지 불사하고 있어 공기업이라는 이름을 무색하게 하고 있다.

본지가 한국전기공사협회(회장 류재선)에 의뢰해 입수한 전기공사업을 등록한 주요 공기업의 전기공사 실적에 따르면 한전KPS의 경우 1억원 미만 소액공사 비중이 전체의 30%를 넘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전KPS가 2016년 수주한 총 전기공사 건수는 총 323건으로 이 중 1억원 미만 공사가 무려 30.3%인 98건에 달했다.

알려진 대로 한전KPS는 한전과 발전자회사의 전력설비와 기타 산업설비에 대한 정비사업을 목적으로 설립된 공기업이다. 그러나 한전KPS가 수주한 총 323건의 전기공사를 분석한 결과 설립 목적에 부합하지 않은 1억원 미만 소액공사까지 무분별하게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총 323건 중 한전과 발전자회사 등 공공부문의 발주 건수가 223건으로 전체의 약 69%에 달했고 나머지 약 31%는 민간 기업이 발주한 공사였다. 공사 종류도 일반 아파트 전기공사부터 배수시설 개선공사까지 매우 다양했으며, 공사금액이 770만원에 불과한 수목제거작업까지 낙찰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정도면 중소 전기공사기업에게 한전KPS는 ‘공공의 적’과 다를 바 없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한전산업개발의 경우도 최근 남산예정자락 재생사업 전기공사(14억4304만원)를 수주해 중소 전기공사기업들이 전기공사협회에 민원을 제기하기도 했다.

코레일테크와 한전KDN도 지난해 아파트 전기공사를 수주해 관련업계로부터 지탄을 받은 바 있다. 코레일테크는 2011~2012년 대전충남본부 직할지점 고압B공사(배전협력기업)를 낙찰 받은데 이어 지속적으로 일반 건축물공사 입찰에 참여해 대전, 충남지역 전기공사기업으로부터 지속적인 민원의 대상이 되고 있다.

관련업계는 공기업의 무분별한 전기공사 참여를 제한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건설산업기본법 제9조에는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자본금의 100분의 50을 출자한 법인이나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아니하는 법인은 다른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건설업 등록을 신청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건설업면허를 취득할 수 있는 공기업의 범위를 명확하게 제한하고 있는 것이다.

반면 전기공사분야에서는 이 같은 규제 장치가 없어 우후죽순격으로 전기공사업면허를 획득하고 입찰에도 무분별하게 참여하고 있다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현재 전기공사업자로 등록돼 있는 공기업은 한전KPS, 한전KDN, 코레일테크 등 9개에 달한다.

이같은 상황을 감안해 지난 2014년 전기공사업법을 개정, 공기업의 전기공사업 진출을 제한하려는 움직임이 있었으나 무산된 바 있다. 당시 노영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전기공사업법 개정안은 ‘지방공기업, 국가·지방자체단체·공공기관이 자본금의 100분의 50 이상을 출자한 법인, 국가·지방자치단체의 보조를 받는 법인 등의 전기공사업 등록을 제한한다’는 내용이 담겼었다.

최근 취임한 김현미 국토교통부장관은 공개석상에서 “공공기관의 가장 중요한 가치는 공공성이다. 수익성 관점에서 바라보던 기존의 인식을 과감히 전환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수익성만을 최고 가치로 추구하는 기존의 공기업 운영 정책을 개선해야 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 같은 관점에서 보자면 수익성을 목적으로 중소 전기공사기업과 경쟁하며 소액공사 입찰에까지 무분별하게 참여하는 공기업도 인식의 전환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전기공사협회 관계자는 “공기업의 무분별한 일반공사, 소액공사 참여에 대해서는 여러 차례 민원을 제기했지만 불법이 아니라는 논리만 펼치고 있다”며 “법적으로 공기업 설립목적에 부합하지 않는 사업 참여를 막는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전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