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울산상의 주최 제2회 '2023 울산포럼' 열려
제조업 도시지만 청년실업률 1위, 제조업 남성비중 95%
행복한 도시 만들어야, ESG 중소기업 노력 더 필요
최태원 회장 "제조와 예술 접목 펀한 도시 만들어야"

14일 울산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2회 울산포럼에서 최태원 SK 회장(왼쪽 두번째)과 패널들이 토의를 하고 있다. 사진=SK그룹
14일 울산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2회 울산포럼에서 (왼쪽 두번째부터),최태원 SK 회장, 권순우 삼프로TV 기자, 박정호 명지대 교수가 토의를 하고 있다. 사진=SK그룹

 

올해 2회째를 맞은 울산포럼에서는 청년이 떠나는 울산의 현주소를 짚어보고, 제조업 중심도시로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에 대한 대비, 울산이 지정학적으로 갖는 특징 등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SK그룹과 울산상공회의소의 공동 주최로 올해 2회째를 맞은 울산포럼이 지난 14일 울산컨벤션센터에서 열렸다. 이번 포럼에서 집중적으로 다뤄진 주제는 제조업 중심 도시로서 울산이 갖고 있는 문제점과 해결 방안, ESG 대응 방안이었다.

울산은 석유화학, 자동차, 선박 생산공장이 있는 우리나라에서 제조업이 가장 발달한 도시로, SK이노베이션, 에쓰오일, 현대차, HD현대조선해양 등 크고 작은 수많은 기업들이 자리잡고 있다. 울산항만공사에 따르면 연간 항만 처리물량은 약 2억t으로 부산항에 이어 2번째로 많다. 

하지만 울산의 성장동력은 점점 힘을 잃고 있다. 청년층이 사라지고 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울산지역 청년(15~29세) 실업률은 12.2%로 17개 시·도 중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지역 청년 실업률은 1년전보다 3.2%p나 상승했다. 같은 기간 전국 평균 청년실업률이 6.2%인 것과 비교하면 울산이 2배나 높은 수준이다. 또한 2분기 울산의 청년 고용률은 41.3%로 전국 평균 46.9%보다 5.6%p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청년이 행복할 로컬' 주제발표를 한 정석 서울시립대 교수는 "대한민국이 행복하지 않은 이유는 수도권에 과반의 인구가 살고 있기 때문"이라며 "울산이 행복하면 사람들이 돌아 올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울산이 행복해 질 수 있는 요소로 ▲일자리 ▲살자리 ▲교통망 ▲관계망 ▲생애주기 돌봄을 확보할 것을 제시하며 "일년에 백만명씩 탈수도를 하는 '일백탈수'를 해야 대한민국이 행복해 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포럼에서는 울산지역의 제조업 인력 중 95%가 남성이라는 사실이 전해지면서 여성일자리에 대한 심각성이 조명됐다.

최태원 SK 회장은 울산의 여성 고용률을 높일 수 있는 방안에 대한 질의에 "앞으로 제조업은 달라질 것이다. 피지컬 노동을 하는 것에서 자동화, 디지털 이노베이션, AI 등으로 혁신이 이뤄질 것"이라며 "이러한 혁신을 통해 남녀차별도 사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한 최 회장은 제조업을 다른 차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최 회장은 외국 사례를 소개하며 제조업에 예술성을 접목하면 사람들이 관광 목적으로 찾는 소위 '핫플'이 될 수 있으며, 또한 일하는 방식에서도 SK그룹의 자유좌석제 사례를 소개하며 틀을 깬 다양한 방법으로 소통 및 업무 효율, 성과 등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포럼에서는 울산 제조업의 ESG 경영에 대한 대책에 대해서도 비중있게 논의됐다.

행사 중간에 참석자들을 대상으로 'ESG는 중소기업에 기회인가, 사치인가'를 놓고 진행한 투표에서 기회라는 답변율이 더 높게 나와 청중들을 놀라게 했다. 

또한 'ESG 달성을 위해서는 대기업이 더 노력해야 하는가, 중소기업이 더 노력해야 하는가'를 놓고 진행한 투표에서는 대기업이라는 답변이 훨씬 더 높게 나왔다.

하지만 토론자로 나온 이재혁 고려대 교수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중소기업이 훨씬 더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는 "사실 대기업은 ESG에 대해 중소기업과 공동대응할 필요가 없다. 대기업은 옵션이 있다. 잘하는 협력업체를 쓰면 되고, 정 안되면 유럽으로 옮기면 된다"며 "이런 상황이 오지 않길 바라지만 한국이 2050년까지 RE100을 하지 못하면 아마 많은 대기업들이 탈한국을 할 수 있다. 정부는 대기업이 한국을 떠나지 않게 중소, 중견 기업에 대한 ESG 지원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인숙 아데코 이사는 "독일의 ESG 성공사례를 보면 정부 지원이 개별기업에 바우처 형태로 제공되기 보다는 그룹별로 제공되다 보니 그룹 구성이 당초 계획한 것보다 훨씬 더 커지는 경우도 있더라"고 소개했다.

울산이 지정학적으로 세계 경제의 중심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김태유 서울대 명예교수는 '패권국, 한국의 시대가 온다' 주제발표에서 "지구온난화로 북극항로가 열리면서 대한해협을 지나 러시아를 거쳐 유럽으로 가는 항로가 생기고 있다"며 "이는 적도항로보다 길이가 30% 적고, 대부분 러시아 한 국가만 거치기 때문에 가장 안전하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북극항로는 대한해협을 지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한국과 울산이 수년천 역사의 일류문명에서 우뚝 설 절호의 기회"라며 "거점항로 확보를 위해 중국, 일본의 메가시티들과 부울경(부산·울산·경남)이 치열한 경쟁을 할 것이다. 중국은 반중노선 때문에, 일본은 중국의 절대반대 때문에 힘들고 한국이 가장 유리하다. 이것만 확보하면 새로운 역사를 쓸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거점항로 유치를 위해서는 정부의 의지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최태원 회장은 "제조와 예술을 접목해 울산을 펀(fun)한 도시로 만들 필요가 있고, 성공모델을 수출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포럼에서 논의된 아이디어들이 정책화해서 실제로 이어지는 포럼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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