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외무역법 위반 혐의 전력량계 4개사, 지난해 말 무혐의 처분
업계, “中 제품, 국내산으로 탈바꿈 행위 면죄부 준 것" 주장
인천세관은 납득불가, "같은 수법 계속 대외무역법 적용” 강경 입장
한전은 원론적 답변 되풀이 , 업계 "한전이 명확한 기준 만들어야"

서울 양천구 한 주택에 설치된 전력량계. 사진의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없음. 사진=강수진 기자
서울 양천구 한 주택에 설치된 전력량계. 사진의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련없음. 사진=강수진 기자

원산지 위반 혐의로 인천세관에 적발됐던 전력량계 업체들이 최근 불기소 처분을 받으면서 앞으로 중국산 제품이 당당하게 국내 시장에 유입될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특히 글로벌 에너지 파동과 탄소중립 이행을 위해 전기요금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전기 소비량을 측정하는 기본적 장치인 전력량계 시장이 중국산 저질제품에 잠식될 경우 전력서비스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는 상황이다. 

국내 전력량계 4개 사는 앞서 지난 2021년 11월 인천세관에 대외무역법 위반 혐의로 적발됐다. 혐의점은 중국에서 수입한 전력량계가 부품이냐, 완제품이냐의 여부였다. 인천세관은 4개 사가 수입한 제품이 부품이 아닌 완제품에 가까운 만큼 대외무역법을 위반했다고 주장했으나 지난해 말 인천지방검찰청은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그러면서 전력량계 업계에서는 '판도라의 상자'가 열렸다며 국내 업계의 중국산 잠식문제를 걱정하는 분위기다. 

A업체 관계자는 “검찰의 판단은 중국에서 부품을 다 들여와도 된다는 얘기인데, 그렇다면 업체들 입장에선 비싼 국내산 부품 대신 단가가 저렴한 중국산을 택하지 않겠느냐. 그런 저가 제품이 제대로 품질을 담보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동안 업계에서는 전력량계 업체들이 중국산 부품을 들여와 국내에서 '메이드 인 코리아' 제품으로 탈바꿈시키는 편법 정황도 공공연하게 나돌았다. 

그 방법 중에는 업체가 중국에서 일부 부품을 수입한 뒤, 그 업체의 자회사나 계열사가 나머지 부품을 또 수입해  국내에서 조립하는 회사 쪼개기 수법이 대표적이다. 

이렇게 되면 한 업체가 완제품으로 제품을 수입하지 않아 당장 적발 대상에서는 제외될 수 있지만, 실상 제품 원산지 비중이 총 제조원가의 51%를 넘겨 ‘메이드 인 차이나’와 다를 바가 없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이번 무혐의 처분으로 똑같은 방식의 수입업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관세청은 강경한 입장이다.

인천세관 관계자는 “이후에도 똑같은 방식으로 들어오는 건에 대해 대외무역법 위반 혐의를 적용할 것이고, 관련 업계 모니터링이나 업체 분석을 통해 유사한 사건이 발생하지 않도록 단속을 강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발주처인 한전은 해당 사안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한전 관계자는 “계약부서에서는 해당 업체들의 전력량계 원산지에 대해 검토하고 있고, 법률적인 검토 후 규정에 따라 조치할 예정”이라며 “관계기관의 원산지 판정 기준을 전력량계 업체와 공유하고, 기준을 준수해 관련 입찰과 계약을 진행할 것”이라는 원론적 답변을 내놨다.

또 원산지 논란이 불거지자 한전은 지난해 전력량계 납품업체에 원산지 확약서를 추가적으로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한전이 원산지 문제를 방관하고 있다며 적극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B업체 관계자는 “한전이 대외무역법 위반과 관련해 명확한 기준을 업체들에 제시하지 않고 애매모호한 입장을 취하고 있어 업계 내에서도 굉장히 혼란스럽다”며 “한전의 기준이 없으면 중국산이 판을 치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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