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PG차 감소로 5년간 충전소 180개 휴폐업
비용절감 위해 전국 5곳 셀프충전 실증 시범
전기택시 부제면제 등 과도한 인센티브 불만
전기차도 미세먼지·탄소 발생, 명확한 지원 근거 요구

올해 1월에 실증사업용 셀프충전기가 설치된 E1 LPG조치원충전소 전경.
올해 1월에 실증사업용 셀프충전기가 설치된 E1 LPG조치원충전소 전경.

[조치원=윤병효 기자]LPG차가 급격히 줄고 있다.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꼽히는 경유차 보급이 줄면서 LPG차 보급이 늘 것으로 예상했으나 경유차의 대체 수요는 휘발유차와 전기차로 가고 있다. LPG차 운행이 줄면서 연료를 공급하는 LPG충전시장은 고사 위기에 몰리고 있다. 충전업계는 비용절감 효과가 있는 셀프충전 실증을 실시하는 등 생존을 위한 몸부림을 치고 있다. 이와 함께 과연 전기차에 과도한 인센티브를 제공할 만큼 전기차의 청정성은 입증이 됐는가에 대한 불만도 제기되고 있다.

“셀프충전 몇 번 이용해보니 전혀 위험하지 않아”

E1 LPG조치원충전소에는 셀프충전기가 설치돼 있다. 현재 법상으로 LPG는 셀프충전이 불가능하지만 지난해 5월 규제샌드박스로 2년 한시적으로 허용이 돼 올해 1월에 조치원충전소를 비롯한 전국 5곳에 실증용 LPG 셀프충전기가 설치됐다.

24시간 운영되는 조치원충전소에는 하루 160~180대 LPG차량이 찾아온다. 이 가운데 20여대가 셀프충전을 이용하고 있다.

민강락 소장은 “주유소 셀프충전은 일상화돼 운전자들이 어려움 없이 이용하지만 LPG는 이제막 생기다보니 아직 어색해하고 위험하다고 생각하는 운전자도 더러 있다. 추워 밖에 나오지 않으려는 계절적 영향도 적지 않아 날이 풀리면 이용자가 많이 늘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LPG 수입사인 E1은 셀프충전 이용을 늘리기 위해 일반충전 시 제공하는 포인트보다 8배(천원당 30포인트)를 더 주고 있다. 5만원을 충전하면 1500포인트가 생기는 것이다.

이 마케팅은 제법 효과가 크다. 세종시에서 30년간 택시운전을 해 온 A씨는 “그냥 차에 앉아 있으면 충전원이 알아서 해주는데 추운데 왜 밖에 나와서 셀프로 하겠나. 포인트 받으려고 하는 거죠”라고 말했다.

A씨에게 셀프충전 사용 소감을 묻자 “처음에는 위험하지 않을까 생각도 있었지만 몇 번 사용하고 나니 약간의 번거로움만 있고 이제 위험하다는 생각은 전혀 없다”며 “포인트만 많이 준다면 셀프충전을 계속 이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셀프충전기는 주입부분이 권총형(건형)으로 만들어져 일반충전기의 스틱형보다 사용이 간편하고 가스 누출위험도 거의 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LPG 셀프충전은 인건비 절감 차원에서 도입이 이뤄졌지만 실제 인건비 절감효과는 별로 없다는 게 현장의 진단이다.

또 다른 셀프충전기가 설치된 E1 목감충전소의 조용권 소장은 “현재도 최소 인력으로 충전소를 운영하고 있어 더 줄일 인력이 없다. 다른 충전소도 마찬가지일 것”이라며 “다만 충전원이 다른 일을 할 수 있어 세차와 같은 부대사업을 하기가 더 쉬워졌다”고 평가했다.

조 소장은 “충전소는 일 강도가 높지 않아 노인들에게 양질의 일자리이다. 충전소가 없어진다면 그만큼 좋은 노인 일자리가 없어지는 것과 같다”며 셀프충전이 충전소 수익향상에 도움이 되길 기대했다.

E1 LPG조치원충전소에 설치된 셀프충전기 앞에서 한 택시운전자가 충전을 준비하고 있다.
E1 LPG조치원충전소에 설치된 셀프충전기 앞에서 한 택시운전자가 충전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 5년간 LPG충전소 180개 휴·폐업

지난 6년간 연료별 차량 등록대수를 보면 유일하게 LPG만 줄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LPG 차량은 2015년 225만7447대에서 2021년 194만5674대로 13.8% 감소했다.

반면 같은 기간 휘발유 차량은 980만8633대에서 1175만9565대로 19.9% 늘었고 경유 차량도 862만2179대에서 987만1951대로 14.5% 늘었다.

특히 하이브리드 차량은 17만4620대에서 90만8240대로 420%, 전기 차량은 5712대에서 23만1443대로 3952%, 수소 차량은 29대에서 1만9404대로 천문학적 증가율을 보였다.

LPG 차량이 감소하면서 연료인 부탄 수요도 크게 줄었고 이로 인해 충전소도 적잖이 문을 닫았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국내 수송용 LPG(부탄) 수요는 2020년 2891만배럴에서 2021년 2792만배럴로 3.4% 감소했다. 같은 기간 휘발유는 4.7%, 경유는 1.2% 증가한 것과 대조적이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위원회 소속 홍정민 의원(더불어민주당)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기준 전국 LPG충전소는 총 2032개로, 2017년부터 2021년까지 5년간 총 180개가 휴·폐업했다.

2018년 1월 김재경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의 전과정(Well-to-Wheel 중 국내과정) 기준 차량 연료별 미세먼지(PM10) 배출량 분석. 휘발유차를 100으로 봤을 때 LPG차 99.5, 전기차 92.7, 경유차 128.9이다.
2018년 1월 김재경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의 전과정(Well-to-Wheel 중 국내과정) 기준 차량 연료별 미세먼지(PM10) 배출량 분석. 휘발유차를 100으로 봤을 때 LPG차 99.6, 전기차 92.7, 경유차 128.9이다.

◆전기차도 미세먼지·탄소 발생인센티브 정당한가

최근 급속히 늘고 있는 전기택시는 LPG충전시장을 더욱 힘들게 하고 있다.

민강락 조치원충전소 소장은 “올해부터 세종시도 전기택시를 보급하기 시작했다. 신청자가 많아 경쟁률이 높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아직 전국적인 전기택시 보급 통계는 없다. 지자체별로 보면 서울시는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총 1665대를 보급했고 수원시는 지난해까지 74대를 보급했다. 세종시는 올해 처음으로 67대를 보급한다.

택시운전자들에게 전기택시가 인기있는 이유는 크게 2가지. 전기택시는 일반 전기차보다 100만~200만원가량의 보조금이 추가로 지급돼 LPG택시 구입비와 크게 차이가 없고 무엇보다 부제 면제 영향이 크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부제는 운전자의 과로 방지 및 차량 정비를 위해 정기적으로 쉬게 하는 의무 제도이다. 예를 들어 서울시는 개인택시 3부제를 적용하고 있는데 서울에 있는 개인택시 운전자는 3일마다 의무적으로 운행을 쉬어야 한다.

하지만 전기택시는 2020년 11월 국토교통부의 훈령 개정으로 수소택시와 함께 부제가 면제되고 있다. 이는 택시와 LPG 업계에서 상당한 형평성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LPG산업협회 관계자는 “택시 LPG연료에는 유가보조금이 나오기 때문에 사실 전기택시와 연료비에서 큰 차이는 없다. 전기택시 인기는 부제 영향이 크다”며 “전기택시에만 부제 면제 혜택을 주는 근거가 명확하지 않아 관련 업계의 불만이 크다”고 지적했다.

전기차에 주는 여러 인센티브의 근거인 청정성에 대해서도 불만과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2018년 1월 김재경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의 분석에 따르면 전과정(Well-to-Wheel 중 국내과정) 기준 차량 연료별 미세먼지(PM10) 배출량을 보면 휘발유차를 100으로 봤을 때 LPG차 99.6, 전기차 92.7, 경유차 128.9이다. 휘발유차, LPG차, 전기차 발생량이 거의 차이가 없다.

또한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보면 휘발유차를 100으로 봤을 때 LPG차 86.3, 전기차 53.3, 경유차 104이다. 전기차에서도 휘발유차의 절반 이상의 이산화탄소가 나오고 있다.

이 관계자는  “명확하지 않은 근거로 전기차에 과도한 인센티브가 주어지고 있어 경쟁 산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과연 이것이 타당한 것인지 따져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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