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산업협회 “중고차 인증제가 중고차 가격 하락을 완화함으로써 신차 경쟁력에 긍정적으로 작용”

오토플러스의 프리미엄 중고차 브랜드 ‘리본카’가 인천 청라 ATC에서 출고를 앞두고 있다.
오토플러스의 프리미엄 중고차 브랜드 ‘리본카’가 인천 청라 ATC에서 출고를 앞두고 있다.

완성차 업체가 국내 중고차 시장에서 수입차에 비해 역차별을 받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에 따르면 중고차 거래시장에 국내 완성차 업체 진입이 규제되면서 수입차보다 국산 중고차 경쟁력이 떨어지고 소비자 불신도 개선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KAMA 측은 완성차 업체의 중고차 시장 참여가 중고차의 적정가치 형성 및 시장 투명성 향상에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밝혔다.

완성차 업체 등이 참여하는 중고차 인증제는 중고차 가치 향상에 긍정적으로 작용해 중고차 시장의 활성화에도 기여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와 관련 중고차 인증제란 소비자가 구매한 신차 중 일정 기한이나 일정 주행거리 내로 운행한 차량을 완성차 업체가 다시 사주고 차량 상태를 정밀 점검, 검사한 후 필요 시 수리를 거쳐 새로운 고객에게 판매하면서 일정 기간동안 회사 차원에서 차량의 안전성은 물론 애프터서비스(AS), 무상수리, 품질 보증 등을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완성차 업체의 중고차 거래 시장 진출, 특히 중고차 인증제를 통한 중고차 시장 진출은 중고차 경쟁력뿐 아니라 결과적으로 신차의 경쟁력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KAMA 측은 완성차 업체에 대한 중고차 시장 진입 제한이 없는 미국에서는 한국 브랜드와 외국 브랜드 중고차 감가율간 큰 차이가 없고 차종에 따라서는 한국 브랜드 가격이 오히려 높은 경우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올해 미국 시장에서 거래되고 있는 2017년식 ‘아반떼’의 평균 감가율과 같은 기간 폭스바겐 ‘제타’의 평균 감가율은 모두 34.8%로 같았다. 2017년식 ‘쏘나타’의 평균 감가율은 43.3%, 폭스바겐 ‘파사트’의 평균 감가율은 43.9%로 유사했다.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의 경우에는 2017년식 ‘투싼’의 평균 감가율은 37.7%, 2017년식 쉐보레 ‘트랙스’는 38.1%, 폭스바겐 ‘티구안’은 47.5%로 경쟁 차종과 유사하거나 조금 더 높았다.

이는 한국 브랜드도 품질 향상, 현지 수요에 맞는 제품믹스 도입 등으로 신차 경쟁력이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중고차 인증을 통한 품질과 성능 보장 서비스 제공 등으로 잔존가치가 향상됨에 따라 미국 자동차 내수시장 내 점유율도 높아지며 신차 및 중고차 경쟁력이 모두 상승할 수 있었던 것으로 평가된다.

반면 국내 중고차 시장은 완성차 업체가 수입차와 달리 중고차 거래 시장에 참여하지 못하고 있어 안정적인 중고차 가격 형성 측면에서 국산 중고차가 수입 브랜드 대비 불리한 조건에 놓였다는게 KAMA 측의 주장이다.

수입 브랜드는 현재 딜러를 통해 인증제를 바탕으로 중고차 거래 시장에 참여하고 있으나 국내 완성차 업체는 중소기업 적합 업종제에 따라 중고차 시장에 참여하지 못한다.

그래서 2017년식 제네시스 ‘G80’은 올해 30.7% 떨어진 가격에 거래되고 있으나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는 25.5%, ‘GLC’는 20.6% 줄어든 것에 그쳤다. 또 2017년식 쏘나타는 45.7% 하락했으며 BMW ‘3시리즈’는 40.9% 떨어진 가격에 거래됐다.

KAMA 측은 국내 완성차 업계의 중고차 시장 참여가 제한되면 중고차 시장의 고질적 문제인 판매자와 구매자간 정보 비대칭성, 허위매물 등 불완전한 거래로 인한 소비자의 피해가 더욱 커질 것으로 우려했다.

외국에서는 중고차 인증제의 전면 실시로 제조사 등을 통한 전문적인 적정가격 산출시스템과 철저한 품질인증절차가 있어 중고차에 대한 소비자 신뢰도가 높은 반면, 국내에서는 그렇지 않은 상황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의 지난해 11월 중고차 시장 소비자 인식조사 결과를 보면 76.4%가 국내 중고차 시장이 불투명, 혼탁, 낙후됐다고 인식했다. 부정적 인식의 주요인은 차량 상태 불신(49.4%), 허위·미끼매물(25.3%), 낮은 가성비(11.1%), 판매자 불신(7.2%) 등이었다.

KAMA는 결과적으로 국내 완성차 업체의 중고차 거래 시장 진입 규제로 한국 브랜드가 오히려 수입차 대비 역차별을 받으면서 외국산 대비 국산 중고차 경쟁력 저하를 유발할 뿐 아니라 고질적인 소비자의 중고차 시장 불신 개선에도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국내 자동차 시장 내 수입차의 점유율이 지속적으로 확대되는 상황에서 수입차와 달리 국내 완성차 업계의 중고차 품질 보증 등 중고차 가치 향상을 위한 자체적 노력은 제한돼 있어 국산차 신차 경쟁력 향상에도 악영향이라고 덧붙였다.

정만기 KAMA 회장은 “최근 소득향상에 따라 고급화, 개성화, 다양화되는 소비자들의 요구에 맞춰 신차뿐 아니라 중고차 시장도 차별화와 고급화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중고차 경쟁력이 신차의 경쟁력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한 점을 감안할 때 완성차 업체의 제조에서 판매, 정비, 중고차 거래까지 체계적인 고객 관리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이러한 차원에서 국내 완성차 업체의 중고차 시장 진입을 규제하는 수입차와의 역차별은 조속히 해소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역차별의 해소는 국내 완성차 업체의 철저한 품질 관리, 합리적인 가격 산출 등 객관적인 인증절차를 거친 중고차 제품의 공급을 보장함으로써 소비자 측면에서도 안심하고 중고차를 거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게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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