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오시설에서 랜드마크로 바뀐 음식물쓰레기처리장

[전기신문 정재원 기자]서울역에서 KTX를 타고 오송역으로 40분. 오송역에서 다시 택시로 논밭을 15분 정도 달리자 청주 환경사업소 안의 지엔씨에너지 청주 바이오가스 발전소가 나타났다.

사전 취재 당시 음식물쓰레기를 활용한 바이오가스 발전소라는 이야기에 약간의 걱정은 있었지만 발전소를 향해 걸어가는 동안 약간의 비릿한 냄새 외에 악취는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압도적 존재감 뽐내는 거대한 구...저 안이 모두 바이오가스라니

발전소 입구에 들어서자 김현종 지엔씨에너지 청주 사업소 파트장이 밝은 표정을 지으며 기자를 맞이해주었다. 발전소 소개를 부탁하는 기자의 질문에 김 파트장은 “청주 바이오가스 발전소는 지엔씨에너지의 네 번째 바이오가스 발전소로 지난 2018년부터 음식물쓰레기 처리로 생긴 음폐수를 통해 전기를 생산하고 주변 마을에 온수를 무상으로 공급하고 있습니다”라고 답했다.

▲음식물쓰레기(음폐수)가 모이는 유기성폐기물에너지화시설.
▲음식물쓰레기(음폐수)가 모이는 유기성폐기물에너지화시설.

김 파트장의 소개를 들으며 걷는 도중 압도적 크기의 거대한 원통 건물 두 개가 눈에 들어왔다. 음식물쓰레기(음폐수)가 모이는 유기성폐기물에너지화시설이었다. 이 시설을 통해 만들어진 바이오가스는 바로 옆에 있는 거대한 구 형태의 바이오가스 저장조에 바이오가스 형태로 저장된다.

▲바이오가스 저장조
▲바이오가스 저장조

이렇게 저장조에 저장된 바이오가스를 터빈을 돌리면 하루 약 1700kWh 전기가 생산된다. 일반 가정으로 따지면 1400가구가 사용하는 양이다. 또한 음식물쓰레기를 통해 전기를 생산하면 온실 가스도 연간 1320toe의 배출량을 감소시킨다고 한다.

지엔씨에너지는 전기를 생산할 뿐만 아니라 이 과정에서 생긴 폐열을 활용, 온수를 만들어 주변 마을에 130여가구에 무상으로 공급, 가정에서 난방과 온수에 사용된다. 김 파트장에 의하면 난방비 절약으로 온수가 공급되는 신대1구 등 시설의 주변 마을은 이사 오고 싶은 곳으로 변모했다고 한다.

이처럼 과거엔 음식물쓰레기가 그저 온실가스를 배출하고 처리하기 곤란한 ‘쓰레기’였다면 청주 바이오가스 발전소에서는 전기생산과 난방까지 해결하는 팔방미인 ‘친환경에너지’로 진화한 것이다.

◆친환경에 자체 기술까지 보유한 지엔씨에너지 발전기

공공성까지 잡게 해준 발전기의 모습은 어떨까. 발전기가 돌아가는 ‘두두두두’ 소리의 근원을 찾아 발걸음을 옮겼다. 발전기가 들어있는 거대한 컨테이너를 열자 큰 소음이 귀를 강타했다.

▲지엔씨에너지의 발전기
▲지엔씨에너지의 발전기

귀를 막는 기자를 향해 김 파트장은 웃으며 “소음이 크기 때문에 이를 해결하기 위한 컨테이너도 방음이 잘 되는 것으로 특수제작했다”고 말했다. 발전기 또한 매연이 적어 친환경적일 뿐만 아니라 바이오가스 함유량이 30%만 넘어도 발전이 가능할 정도로 효율적이다.

▲들어오는 가스에 따라서 생산되는 전기량이 시시각각으로 변한다. 모니터링시스템을 즉각 반영된다.
▲들어오는 가스에 따라서 생산되는 전기량이 시시각각으로 변한다. 모니터링시스템을 즉각 반영된다.

발전기까지 돌린 후 남은 폐열은 온수로 활용된다. 온수는 발전소 내 지하 펌프실에서 한 번 더 걸러진 뒤 매설된 배관을 통해 마을로 하루 45톤 정도가 보내진다.

◆혐오시설에서 랜드마크로...난방비 가구당 연간 200만원 아껴

사실 음식물쓰레기 처리시설은 그동안 대표적인 혐오시설이었다. 마을 주변 송전탑만 건설돼도 큰 갈등이 생기는 시대에 주민들이 이러한 혐오시설을 받아들이게 된 이유가 궁금했다. 김 파트장을 따라 직접 온수가 공급되고 있는 마을 현장을 방문했다.

기자가 방문한 청주 흥덕구 신대동 신대1구는 추운 날씨 때문인지 거리는 한산했다. 발전소에서 약간이나마 느껴졌던 냄새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마을회관에 도착하자 모여있던 마을 주민 몇몇이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난방으로 인해 방 안은 따뜻했다. 지엔씨에너지의 직원들이 이곳 발전소에 상주하며 꾸준히 방문관리한 덕인지 주민들과 안면도 깊은 듯 했다.

사실 처음 온수와 난방을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는 말에 주민들은 반신반의했다고 한다. 하지만 시설이 생긴 후 주민들의 반응은 오히려 더 긍정적으로 변했다. 체감할 수 있을 정도로 난방비가 절감됐기 때문이다. 한 주민은 기자에게 연간 200만원 가까이 난방비가 줄었고 친환경에 기여한다는 자부심까지 생겼다고 뿌듯하게 말했다.

▲가정마다 열 교환기가 설치돼있다. 옆에 전기보일러도 설치돼있었지만 꽤 오랜 기간 작동하지 않았는지 때까지 묻어있다.
▲가정마다 열 교환기가 설치돼있다. 옆에 전기보일러도 설치돼있었지만 꽤 오랜 기간 작동하지 않았는지 때까지 묻어있다.

오현식 신대1구 통장은 “난방에 온수까지 무료라 경제적 혜택이 많고 특히 거동이 불편한 노령 인구가 많은데 전처럼 목욕을 위해 시내까지 따로 나갈 필요가 없어져 주민들의 반응이 굉장히 좋다”며 “제주도 같은 곳에서도 우리 마을로 견학을 오기도 했다”고 밝혔다.

▲김현종 지엔씨에너지 청주사업소 파트장이 열 교환시설을 점검하고 있다.
▲김현종 지엔씨에너지 청주사업소 파트장이 열 교환시설을 점검하고 있다.

◆지엔씨에너지 철학이 성장 비결

바이오가스 생산을 위한 발전기 납품에 그칠 수 있었던 지엔씨에너지의 역할은 ‘인류에 공헌하고 고객의 삶의 풍요롭게 하는 최고의 친환경적인 기업이 되겠다’는 안병철 대표의 철학으로 님비현상을 해결하고 주변 주민들이 무료로 난방과 온수를 사용하는 새로운 아이디어로 이어졌다. 이러한 안 대표의 남다른 철학이 지엔씨에너지가 항상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고 30년 가까이 꾸준히 성장을 이어갈 수 있었던 비결이었던 것이다.

마지막으로 김 파트장은 “지엔씨에너지가 직접 관리할 의무가 없는 곳까지 담당하며 인류 공헌이라는 회사 철학에 맞추고 있다”며 “앞으로도 주민들에게 원활히 온수 공급이 이뤄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전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