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내년 1~3월 최종 연료비 조정단가 ㎾h당 0원 적용
한전 적자 심화·연료비 연동제 취지 무색 비판

[전기신문 김부미 기자]정부와 한국전력이 내년 1분기 전기요금을 동결했다. 연료비 급등에 따라 전기요금을 인상해야 하지만 정부가 높은 물가 상승률 등을 고려해 또다시 유보권을 행사했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전기요금을 인위적으로 통제해 연료비 연동제 도입 취지가 무색해졌다고 지적하며 결국 폐지 수순을 밟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여기에 정부가 한전의 경영난 심화를 오히려 부추기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정부와 한전은 내년 1~3월 최종 연료비 조정단가를 ㎾h당 0원으로 적용하기로 했다고 지난 20일 발표했다. 이는 올해 4분기 ㎾h당 0원과 같은 수준이다. 이에 따라 일반 가정용 고객이 내는 요금은 현재의 ㎾h당 88.3원(하계 300㎾h 이하·기타계절 200㎾h 이하 사용 조건)이 유지된다.

정부와 한전은 올해부터 연료비 상승·하락분을 분기마다 전기요금에 반영하는 연료비 연동제를 도입, 시행해왔다. 내년 1분기 전기요금은 지난 9~11월 연료비를 토대로 결정되는데, 이 기간 유연탄 가격은 세후 기준 평균 ㎏당 181.81원으로 직전 3개월 대비 20.3%나 인상됐다. LNG(액화천연가스)는 ㎏당 832.43원, BC유는 ㎏당 661.27원으로 각각 38.4%, 15.1% 상승했다.

기획재정부와 산업통상자원부는 한전의 전기요금 공지를 앞두고 막판까지 논의를 거듭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재부는 물가 안정을 위해 전기요금을 동결할 것을, 산업부는 연료비 연동제에 따른 전기요금 인상 입장을 각각 내세웠으나 결국 물가 안정 쪽에 무게가 실린 모습이다.

정부 측은 “국제 연료가격이 급격히 상승한 영향으로 조정 요인이 발생했으나 코로나19 장기화와 높은 물가 상승률 등으로 국민생활의 안정을 도모할 필요가 있다”며 동결 배경을 설명했다.

결국 올 초부터 시작된 연료비 급등에도 불구하고 전기요금은 연료비 연동제를 도입하기 전인 지난해와 같은 수준이 됐다. 정부는 연료비 연동제 도입 후 처음으로 올해 4분기 전기요금을 ㎾h당 3원 올렸지만 이는 앞서 1분기 ㎾h당 3원 내린 것을 원상복귀한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한전에 따르면 연동제 유보로 인한 전기요금 미조정액은 ㎾h당 29.1원이다.

이번에 정부가 또다시 유보권을 발동한 것을 두고 연료비 연동제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해 결국 폐지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정부는 지난 2011년에도 연동제를 도입했다가 유가 상승 상황 등으로 시행을 미루다 결국 2014년 폐지한 전례가 있다.

여기에 정부가 물가안정, 대선 정국 등을 이유로 전력시장에 지나치게 개입하며 공기업들의 재정난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현재 전기요금 동결이 결국에는 더 큰 국민 부담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비판도 제기된다.

내년 1분기 전기요금이 또 동결되면서 한전의 실적은 더욱 악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전은 올 3분기까지 누적 영업손실이 1조1298억원에 달한다. 한전이 국회에 제출한 2021~2025 중장기 재무관리계획을 보면 올해 영업손실 규모는 4조3845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됐다.

증권가에서는 손실 규모가 내년에는 5조원 가까이 불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번 연동제 유보로 인한 미조정액은 추후 요금 조정 시 총괄원가로 반영해 정산될 예정이다. 전기요금에는 연료비 연동제 외에도 기후환경요금 등도 반영된다.

기후환경요금은 한전이 에너지 전환을 위해 지출한 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비율(RPS), 온실가스 배출권거래(ETS) 비용, 석탄발전 감축 비용으로 구성된다. 현재 kWh당 5.3원으로, 전체 전기요금의 4.9% 수준이다.

한전은 국민 부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전기요금에 기준연료비와 기후환경요금을 반영하는 방안을 정부와 협의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대해 김종갑 전 한전 사장은 “공공요금 통제로 물가를 잡겠다는 개발연대식 정부개입을 그만둘 때”라며 “정부는 요금 인상을 통제하며 (국민) 부담을 줄여준다고 생색을 내지만, 나중에는 차입 원리금까지 포함해 더 많이 부담하게 된다는 점을 명백히 밝혀야 한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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