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용 URL 누락된 채 영구처분장 목표시점 6년 연기
전문가 “영구처분장 건설 핵심은 연구용 URL 구축”

핀란드 온칼로(Onkalo)의 연구용 URL 조감도. 핀란드는 450m 깊이의 동굴을 굴착해 사용후핵연료를 처리하고 있다. 제공: 연합뉴스
핀란드 온칼로(Onkalo)의 연구용 URL 조감도. 핀란드는 450m 깊이의 동굴을 굴착해 사용후핵연료를 처리하고 있다. 제공: 연합뉴스

[전기신문 정세영 기자] 정부가 37년 이내에 영구처분시설을 확보한다는 내용의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영구처분장 건설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연구용 지하연구시설(URL)이 빠져 있고 그 이유에 대한 설명도 누락돼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10일 산업통상자원부(장관 문승욱)는 ‘제2차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기본계획(안)’을 공고했다.

계획에 따르면 부지 확보 시점을 기준으로 약 7년 이내에 중간저장시설을 건설하며, 약 14년 이내에 지하연구시설 건설과 실증연구를 진행한다. 지하연구시설 실증연구가 종료된 후 약 10년 이내에 영구처분시설을 확보하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발표에 대해 원자력 전문가 사이에서는 의아스럽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영구처분장 건설 성공의 핵심 관건인 URL이 계획에 포함돼 있지 않아서다.

이 때문에 정작 알맹이는 빠지고 영구처분장 건설 목표시점만 6년 더 연기되는 등 정부가 지난 2016년 1차 기본계획 발표 이후 5년간 허송세월한 것 아니냐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통상 URL은 영구처분장 건설에 필요한 기술개발과 실증, 최종 선정부지 지역주민의 수용성 제고 등을 목적으로 건설된다. 전 세계적으로도 일본을 비롯해 핀란드, 스웨덴, 캐나다 등이 모두 URL을 구축함으로써 영구처분장 구축을 위한 상세 데이터 등을 확보했다.

추후 원안위로부터 영구처분장의 인허가를 받으려면 사전에 처분기술은 물론 규제 개발 등이 함께 진행돼야 하는데 URL이 바로 이러한 역할을 수행한다. 일종의 파일럿 시설인 셈이다.

문주현 단국대 에너지공학과 교수는 “연구용 URL은 처분장 부지가 선정되기 전에 심층처분 기술을 개발하고, 상세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게 해 준다”며 “URL 없이 처분장 부지를 선정해 굴착을 하다가 문제점이 발생하면 또 다시 부지선정 절차를 진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최종 처분장 부지를 선정하는 과정에서도 연구용 URL이 후보부지 주민들의 판단 잣대로 작용한다”며 “일본, 핀란드, 캐나다 등은 모두 URL을 구축함으로써 수용성을 끌어올릴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사안에 정통한 또 다른 원자력 전문가도 “정부 계획에 따르면 먼저 영구처분장 부지를 구하고 난 후에 URL을 짓겠다는 건데, 부지를 구하는 데에만 하세월”이라며 “캐나다는 연구용 URL을 한창 운용한 경험을 바탕으로 영구처분장 부지의 조건을 도출하고 규제기관에 인허가를 신청한다”며 선후관계가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이 전문가는 “연구용 URL을 10년간 운용을 하면 5~6년이 지나는 시점에 영구처분장의 부지 조건이 자연스럽게 도출된다”며 “URL에서 충분한 데이터를 생산해 내지 못하면 영구처분장 구축은 어려운 일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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