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성화 이끌 명확한 제도와 인센티브 없어 아쉬워

분산에너지 활성화 추진전략 향후 추진계획
분산에너지 활성화 추진전략 향후 추진계획

[전기신문 정재원 기자] 이번 분산에너지 활성화 추진전략의 핵심은 분산에너지가 계통에 미치는 편익을 제대로 보상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지난 2019년 발표된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을 통해 2040년까지 전체 발전량의 30%를 분산에너지로 채우겠다는 목표를 제시한 바 있다.

분산에너지란 에너지의 사용지역 인근에서 생산·소비되는 에너지를 말한다. 정부가 분산에너지 활성화를 추진하는 이유는 전력 공급과 수요 체계의 급격한 변화 때문이다. 태양광과 풍력 등 변동성 재생에너지가 증가해 전력계통의 불안정성을 해결하고, 대규모 발전소와 송전망 건설을 최소화해 사회적 갈등을 줄이겠다는 것이 골자다. 산업부는 분산에너지의 활성화를 통해 438조8000억원에 달하는 경제적 효과와 16만7000여명의 고용유발 효과가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 추진전략엔 분산에너지 활성화를 위한 중장기적인 로드맵이 담겼다. 산업부는 ▲전력계통의 관리·수용 능력 강화 ▲분산에너지 생산·소비 확대 ▲분산에너지 친화적 전력시장 제도 조성으로 정책 추진 방향을 나눴다.

◆분산에너지로 계통 불안 잡는다

먼저 산업부는 계통 인프라 구축에 나서기로 했다. 출력 변동성이 높은 신재생에너지를 종합적으로 모니터링해 유연한 대처가 가능하도록 ‘재생에너지 통합관제시스템’을 구축한다. 이를 위해 2025년까지 총 300억원을 들여 신재생에너지 발전설비 총 4573곳에 대해 정보제공장치 구축을 지원한다. 또 자동 출력과 전압제어가 가능하도록 스마트인버터 설치 의무화도 검토하기로 했다.

계륵이던 ESS를 위한 지원책도 마련됐다. 속응성 높은 ESS 특징에 맞춰 계통 불안 지역에 공공 주도 ESS를 구축한다. 우선 올해는 393억원을 들여 제주 지역에 계통안정화용 ESS 23MWh 구축을 추진하고 2025년까지는 ESS 지원을 위해 1조4000억원 가량을 사용하기로 했다.

잉여전력을 해소하기 위한 전력-비전력 부문 간 결합도 추진된다. 이미 정부는 신재생에너지로 인한 출력제어가 잦은 제주도에서 잉여전력을 사용하는 소비자에게 정산금을 지급하는 ‘플러스DR(Demand Response)’을 시행하고 있다. 이를 더 활성화하기 위해 신규 에너지 다소비 업장을 발굴하고 전기차 플러스DR 플랫폼 개발 등을 진행하기로 했다. 또 재생에너지 잉여전력을 전기보일러, 히트펌프 등을 활용해 열에너지로 전환하는 P2H 시범사업을 추진하고, 전기차 탑재 배터리를 ESS로 활용하는 V2G 기술을 양방향 충전 방식으로 개발하고 보조서비스 시장 참여를 위해 시장 운영규칙도 개정하기로 했다.

에너지 슈퍼스테이션도 만든다. 좌초자산화가 우려되는 기존 화석연료 기반 주유소를 전기차 충전 인프라로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주유소 부지 또는 인근에 태양광 등 분산전원을 설치해 전력 일부를 자체적으로 공급하거나, 통합발전소(VPP)를 통해 소비자와 직접 거래하도록 추진한다.

◆ESS, 집단에너지 등에 분산편익 지원

분산 편익 지원 제도도 마련된다. 그동안 집단에너지와 ESS 업계는 분산 전원이 창출하는 사회적 편익에 대한 보상체계 도입을 줄기차게 요구해왔다.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 업계는 REC를 통해 지원받지만, 집단에너지와 ESS 업계는 제도적 보상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추진전략을 통해 지역난방 집단에너지의 전력판매량, 계통투자 회피 규모, 발전효율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송·배전망 투자 회피 편익 지원을 명문화하게 됐다. ESS 또한 계통안정화 편익을 지원받는다. 재생에너지 발전량 예측제도 또는 재생에너지 입찰제도에 참여하는 재생에너지 연계형 ESS에 대해 설치 규모와 계통 안정화 기여도 등을 고려해 보조서비스 시장 개설 전까지 한시적으로 편익을 지원받게 됐다.

전력 수요도 지역 분산으로 유도된다. 정부는 권역별 전력계통 여유 현황을 공개한 ‘전력계통 정보공개 시스템’을 구축해 대규모 사용자에게 입지컨설팅을 제공하고 대규모 전력수요에 대한 계통 측면의 평가도 실시하기로 했다. 또 전력 수요 밀집 외 지역에 입주 시 한시적 특례요금 등 인센티브도 지원하기로 했다. 재생에너지 자가소비를 유인책도 생긴다. 산업단지 등 전력수요 집중 지역에는 REC 발급 등 인센티브 부여를 검토하고 지역 단위 전력 플랫폼도 만들기로 했다. 이를 위해 마을 내 공용 ESS, 공용 태양광 등으로 마을 단위 마이크로그리드 기반을 조성하고 마을 내 전력 생산자, 소비자, 서비스 제공자를 연결하는 프로슈머 기반 전력플랫폼도 만든다.

◆분산에너지 활성화 위해 전력시장·제도도 개편

전력시장과 제도도 분산에너지 친화적으로 바뀐다. 산업부는 계통 안정을 위해 ESS, P2G 등 유연성 자원도 활용할 수 있으나, 근본적인 전력 시장 개편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이를 위해 현재 실증 중인 신재생에너지발전량 예측·입찰 제도를 하반기 중 시행하고, 시장가격 결정도 1시간 단위에서 5~15분 단위로 단축한다. 또 ESS과 DR 등 신규 자원이 석탄 등 기존 전원과 경쟁해 예비력 용량 가치를 보상받는 보조서비스 시장도 도입하기로 했다.

미래형 발전소로 꼽히는 통합발전소(VPP)도 생긴다. 현재 분산에너지는 다수 발전사업자가 소규모로 산재해 급전지시 없이 발전 중이고, 소규모 전력중개사업자 제도도 역할이 제한 적이다. 이를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에 통합발전소 제도 근거를 마련해 일정 규모 미만 재생에너지는 전력시장에서 거래하도록 규정하고, 중장기적으로는 DR, ESS 등 유연성 자원을 포괄해 시장에서 거래할 수 있도록 만들기로 했다.

또 배전망의 능동적 제어를 위해 배전망운영자(DSO)를 도입해 감독체계를 마련하고, 지역별 특성을 반영해 망이용요금제를 만들기로 했다. 이는 산업부 시행령을 통해 추진될 것으로 알려졌다.

분산에너지 특별법 주요내용
분산에너지 특별법 주요내용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 제정 예정... 전기사업법 규제 완화한 분산에너지 특구도

이번 추진 전략은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을 통해 제도적으로 뒷받침된다. 기존 제도가 중앙집중형 공급방식 기반으로 이뤄졌기 때문에, 별도의 특별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김성환 의원이 발의를 준비 중인 분산에너지 특별법에는 ▲투자 확대를 위한 재원조달 계획 ▲에너지다소비소비자 일정 비율 분산에너지 충당 규정 ▲분산편익 지원제도 등이 담겼다.

마지막으로 분산에너지 특구도 생긴다. 분산에너지 비중이 높은 지역에 특구 지역을 지정, 전기사업법 규제 적용을 완화해 전력거래 특례, 발전·판매 겸업이 허용돼 새로운 전력사업이 활성화되길 기대하고 있다. 제주도와 인천시 등이 특구 지정을 위해 적극적으로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는 “선언적 얘기 불과”

이번 발표로 분산에너지 활성화가 명문화됐지만, 업계에서는 여전히 이번 추진전략에 명확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다. 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해 발표된 로드맵 안 이후에 더 명확한 제도와 인센티브를 요구했지만, 이번 발표에 크게 달라진 것이 없었다”며 “산업부에서 자금 마련을 해결하지 못한 것을 나중에 정하는 식으로 넘겨, 정작 알맹이는 빠진 상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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