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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로의 '정의로운 전환'...우리는 준비됐나
내연차→전기차 변화...맨아워 축소로 일자리 위협
폭스바겐·벤츠 등 외산업체도 대규모 인력 감축 발표
산업 흐름에 따른 일자리 감축...'정의로운 전환'이 돌파구
정부 일자리 전환과 지역경제 고려한 선제적 지원 펼쳐야
오철 기자    작성 : 2021년 03월 18일(목) 17:24    게시 : 2021년 03월 19일(금) 14:55
현대자동차 아이오닉5.
[전기신문 오철 기자] 최근 현대자동차는 아이오닉5 돌풍에도 마음을 졸였다. 보조금 선점을 위해 빠른 생산이 시급하지만 맨아워(Man Hour, 생산라인에 투입할 인원수)를 합의를 놓고 노사간 견해차가 있었기 때문이다. 전기차가 내연기관차보다 부품 수가 30% 이상 적으니 맨아워를 축소하자는 사측 의견에 노조는 반대했다.

결국 지난 11일 노조측 의견을 반영하면서 맨아워 합의안을 도출할 수 있었다. 일정이 20일 정도 늦어졌지만 현대차는 한시름 돌렸다. 하지만 이번 갈등은 자동차 산업 변화로 인한 대규모 일자리 감축이란 숙제와 대책의 필요성을 다시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전기차, 내연차 대비 부품 30% 이하...일자리 줄어든다

전기차 생산을 둘러싼 노사간 갈등은 예견된 수순이었다. 이번 맨아워 갈등보다 앞서 현대차 노조는 울산의 현대자동차 1공장에서 아이오닉5 테스트 차량이 라인에 투입되는 것을 저지한 바가 있다.

전기차는 부품 수가 내연기관차보다 30% 이상 적다. 엔진, 변속기 등 기존 파워트래인 부품이 전기차에는 필요 없기 때문이다. 이런 부품 수 감소는 생산공정을 간소화시키고 일감 역시 줄어들게 한다. 일감이 줄면 임금이 줄어드는 것을 넘어 근로자 수를 줄일 수 있는 명분이 되기에 충분하다.

게다가 현대차는 전용 전기차 플랫폼 E-GMP를 개발해 내연기관차 대비 부품 종류 40%, 부품 수 60%까지 줄일 수 있는 생산 체계도 갖췄다. 이 때문에 지난해 현대차·기아차 노조는 전기차 핵심부품을 자체 생산해 일감을 늘리자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차량 전동화에 따른 고용 위기는 해외에서 더 심화되고 있다. 독일 폭스바겐은 대규모 감원을 통해 전기차 등 미래사업 투자 재원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독일 공장 내 6곳 일자리 12만개 중에 최대 5000명을 감원할 계획이다. 아우디 역시 2025년까지 생산인력 9000명을 줄일 예정이다. BMW도 다음 해까지 독일에서만 최대 6000명을, 미국 GM도 전 세계에서 1만4000명을 줄이기로 발표했다.

학계 관계자는 “자동차 전동화는 세계적인 추세다. 일자리 감축 및 구조조정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현재로선 신규채용 규모를 줄이면서 간접적으로 감원하는 게 최선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의로운 전환’이 돌파구...정부의 선제적 지원 필요

현대차 맨아워 갈등으로 고용 위기가 다시금 화제가 됐지만 일자리 감축 이슈는 비단 자동차 업계만의 문제가 아니다. 에너지전환에 따른 석탄발전 관련 종사자, 원자력발전 종사자도 포함되며 앞서 조선업 종사자들은 산업 불황으로 인해 일자리를 잃은 경험이 있다. 자신의 의지와는 달리 노동자들은 산업 변화에 따라 희생자가 됐지만 정부의 지원 없이 패배자로 신분이 뒤바뀐 체 방치되곤 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정의로운 전환’을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의로운 전환은 환경적 아젠다 및 산업 흐름에 따라 환경적으로 해로운 기존 산업과 공장을 지속가능한 녹색 산업과 일자리로 바꾸는 과정에서 노동자와 지역사회가 희생당하지 않고 적응할 수 있는 지원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의로운 전환의 추진 움직임은 최근 북미와 유럽 등에서 활발히 나타나고 있다. 기후변화 대응과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사회운동 차원에서 활성화된 대안적 담론이 점차 정치 의제화되고 특정 분야의 개별 정책, 종합계획으로 구체화되고 있는 것. 2017년 체코, 그리스, 폴란드의 석탄지역 전환 플랫폼, 2018년 스페인 정부의 탈석탄 정의로운 전환 협약, 스코틀랜드의 정의로운 전환 위원회가 그 사례다. 또 독일의 탈석탄위원회는 2038년 석탄발전소 단계적 폐쇄 및 정의로운 전환 방안을 제출한 바 있다. 그간의 사례로 봤을 때 유럽의 정의로운 전환은 곧 있을 자동차 업계의 대규모 감축에도 발동할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에도 정의로운 전환에 대한 논의가 예전부터 있었다. 앞서 지난해 4월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이 그린뉴딜과 정의로운 전환을 공약에 명시했으며 지난해 7월 한국판 그린뉴딜 계획에 사양 산업에 대한 ‘공정 전환’이란 문구를 적었다.

또한 올해 2월 발표한 친환경자동차 기본계획에도 ‘미래차 전환’ 계획에 기존 자동차 부품기업을 참여시켜 탄소중립 이행의 추진동력으로 삼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당시 정부 관계자는 “탄소중립 이행은 장기과제로서 빠른 이행뿐 아니라 우리 기업이 낙오하지 않고 일자리·생산기반을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며 “전환 전략을 마련해 이해관계자의 자발적 참여를 유도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가 계획한 ‘정의로운 전환’은 여전히 협소하다는 지적이다. 이헌석 전 정의당 생태에너지본부장은 “정부가 바라보는 정의로운 전환은 구체성이 매우 떨어진다”며 “자동차, 석탄 등 산업이 전환되면 재취업 계획이 나오는 것은 물론 자영업자, 상권들의 지역사회 문제도 생긴다. 폭 넓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도 “전기차로 산업 확대로 인해 따라 오는 일자리 문제는 기업의 힘으로만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며 “지금부터 정부가 선제적으로 업종 전환 및 교육 대책 등 일자리 전환을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철 기자 ohch@electimes.com        오철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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