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지난해만 77회 공급과잉...원자력・석탄 수시로 출력 줄여야
원자력 안전상 출력조절 힘들고 멈췄다 재가동하면 막대한 비용
공급부족・공급과잉 문제로 언제든 정전 발생 가능성

[전기신문 정형석 기자]최근 전 세계적으로 에너지정책의 가장 중요한 목표 중 하나로 온실가스 감축을 꼽는다.

국가마다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화석연료 배출을 줄이고, 재생에너지를 늘리는 정책을 펴고 있다.

물론 온실가스 감축이라는 목표 달성만을 고려한다면 재생에너지뿐만 아니라 온실가스를 전혀 배출하지 않는 원자력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그래서 미국은 차세대 원자력인 소형 모듈형 원자로(SMR) 개발을 가속화하고 있고, 탈원전을 추진했던 영국과 일본도 다시 원전 운전을 재개하고 있다. 프랑스도 원전발전비중을 75%에서 50%로 낮춰 일정 기간 유지할 계획이고, 중국도 신규 원자력발전소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사용후핵연료 처리 문제와 안전을 이유로 탈원전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2050 탄소중립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원자력+신재생이 답이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그렇다면 과연 원자력과 신재생은 공존이 가능한가.

◆경직성 전원 원자력과 신재생

원전과 신재생은 대표적인 경직성 전원이다. 경직성 전원이란 빠르게 출력을 높이거나 낮출 수 있는 유연성 전원과 달리 발전량을 마음대로 조절할 수 없는 전원을 말한다. 원전은 가동과 정지, 출력조절에 긴 시간이 걸려 대표적인 ‘경직성 전원’으로 꼽힌다.

신재생에너지 역시 날씨와 시간에 따라 발전량을 예측하기 어렵고 조절이 불가능한 경직성 전원이다.

물론 최근 지어진 대용량 석탄발전과 LNG복합발전 역시 출력조절은 가능하지만 출력조절 속도가 늦고, 멈췄다가 기동하는 데 4~8시간 이상 걸려 유연성 전원이라고 말하기는 곤란하다.

지금처럼 원전과 석탄, 가스, 재생에너지 비중이 적정하게 구성될 경우 경직성 전원인 재생에너지를 늘려도 계통운영에 별 부담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재생에너지 비중이 일정 수준을 초과할 경우 얘기가 달라진다.

◆재생에너지 확대로 전력계통 불안 이미 시작

2020년 12월 기준 재생에너지 설비비중 36%, 발전비중이 16.2%인 제주도는 지난해 강풍과 전력수급 상황에 따라 77회나 풍력발전의 출력을 제한해야 했다. 평소에는 발전비중이 10~20%대에 불과하지만, 전력수요가 적은 날 햇빛이 강하고 바람도 적정하게 불면서 풍력과 태양광 발전비중이 60%를 훌쩍 넘겼기 때문이다.

즉 전력이 부족할 때도 문제지만 전력이 남아도는 공급과잉일 때도 전력계통은 불안해진다.

김영환 전력거래소 제주본부장은 “발전비중이 6% 이상 되면 공급과잉이 시작된다”고 말했다. 발전공급과잉이 시작되면 발전출력을 줄이거나 남는 전기를 ESS나 양수발전에 저장해야 한다. 물론 수소를 만들 수도 있다. 제주도는 지난해만 16만kW에 달하는 태양광이 보급되면서 안정적인 계통운영만 고려할 경우 태양광, 풍력의 신규 진입을 달가워하지 않고 있다.

제주도는 명목상 재생에너지 100% Carbon Free Island를 비전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재생에너지가 늘어나는 만큼 LNG 등 백업설비도 상시 대기해야 해 현실적으로 60~70% 정도가 마지노선이다.

제주뿐만 아니라 육지에서도 벌써부터 전력계통 불안이 시작됐다.

지난해 5월 연휴기간 중 사상 처음으로 신고리 3, 4호기가 13시간 동안 발전량을 낮추는 감발운전을 한 데 이어 추석연휴에도 감발하는 초유의 상황이 벌어진 것.

문제는 앞으로 4년 뒤인 2025년에는 공급부족과 공급과잉 문제가 심각해져 언제든 정전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 이유 중 하나는 바로 덕커브 현상 때문이다.

덕 커브(Duck curve)란 신재생, 특히 태양광 발전량이 증가하면서 일출에서 일몰 사이에 순 부하가 급격히 떨어지는 현상이다. 즉, 아침에 해가 뜨면서 태양광발전소에서 전기를 생산하게 되면 그만큼 수요가 줄어 석탄과 원자력발전 등 다른 에너지원의 발전량이 줄어들게 된다.

◆기술적 공존은 가능...관건은 안전과 막대한 비용

정부는 2017년 재생에너지 3020 달성을 위해 2028년까지 재생에너지 설비용량을 41.2GW로 늘리기로 방침을 정했다. 하지만 지난해 정부는 그린뉴딜을 내세우며 이 목표를 3년 앞당겨 2025년까지 42.7GW로 늘리기로 했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2050 탄소중립을 선포하면서 2050년까지 재생에너지 설비용량을 약 350GW까지 늘려야 하는 상황이다. 현재 국내 전체 설비용량이 130GW 정도인 점을 감안하면 2~3배 이상 확대해야 하는 것이다.

문제는 이미 지금도 1년에 2~3차례 공급과잉 현상이 발생해 원자력과 석탄의 출력을 줄여야 하는데 앞으로는 원자력과 석탄발전기의 출력을 수시로 줄이거나 아예 가동을 멈춰야 한다는 점이다. 하지만 원자력은 안전상 출력조절이 사실상 어려운 데다 멈췄다가 재가동하면 엄청난 비효율이 초래된다는 점이다.

노동석 서울대 원자력정책센터 박사는 “제주도의 사례에서처럼 준비가 덜된 상황에서 태양광, 풍력 비중을 급격히 늘릴 경우 전력계통 운영뿐만 아니라 엄청난 비용이 늘어나게 된다”며 “정부 계획대로 재생에너지 보급이 늘어날 경우 5년 안에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크다”고 진단했다.

노 박사는 이어 “전 세계 어느 국가도 발전소를 30년 쓰고 버리는 나라는 없다”며 “우리가 롤 모델로 삼는 독일이나 미국도 발전기를 40~50년 가동한 후에 폐기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전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