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전환 성공 핵심은 계통유연성 확보에 있다

계통유연성 서비스를 위한 배터리 시스템, 핀란드 Fortum사.
계통유연성 서비스를 위한 배터리 시스템, 핀란드 Fortum사.

에너지전환 논쟁 중 주요한 축은 재생에너지가 변동성과 불확실성이라는 한계를 딛고 기존의 전통적인 발전원을 온전히 대체할 수 있을지에 대한 논의이다. 특히 최근 발표된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 수립과정에서는 2040년에 우리나라 송·배전계통이 수용할 수 있는 재생에너지원 비중 목표치에 대한 치열한 토론이 진행되기도 했다. 현재 국내의 계통운영기술과 전원구성, 시장제도로는 높은 수준의 재생에너지원 비중을 달성하기 쉽지 않은 것은 현실이다. 하지만 수많은 연구자들이 재생에너지원이 계통에 유발하는 변동성과 불확실성을 극복하기 위한 계통유연성(Flexibility) 확보 기술을 연구하고 있고 아직 20년이라는 시간이 남았다는 것을 생각하면, 스스로 한계를 규정하고 있는 국가계획이 충분히 만족스럽지는 않다.

◆계통 유연성에 기반한 비즈니스 모델

CIRED 2019의 분과 중 하나인 ‘에너지전환과 DSO 사업환경’에서는 배전계통운영자(DSO)에 관련된 다양한 주제의 메인세션이 진행됐다. 그 중 상당수가 계통유연성과 관련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및 시장설계에 대한 내용을 다뤘다. 스코틀랜드와 웨일즈 지방의 배전회사인 SP 에너지 네트워크 소속의 Julian Wayne은 저탄소사회의 구현을 위해서는 현재의 배전회사가 보다 유연하고, 능동적인 배전계통운영자가 돼야 한다는 미래 비전을 발표했다. 정부 정책에 따라 재생에너지 기반 분산전원이 급증함에 따라 계통에 변동성과 불확실성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를 비용-효율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역 단위의 배전계통에서부터 실시간 운영시스템을 구축하고 상위의 송전계통운영자와의 협조체계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 골자이다.

네덜란드의 배전회사인 ENEXIS 소속 Daphne Geelen은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는 전기차의 유휴 저장에너지를 통한 계통유연성(배전선로 혼잡해소용)서비스를 배전계통운영자에게 판매할 수 있게 해주는 중개사업자 사업 모델을 제안했다.

핀란드의 Fortum사는 배전회사가 자체적으로 배터리를 설치하는 방향은 경제성이 충분하지 못하다는 점에 착안해, 자신이 배터리를 투자·소유하고 이를 통해 송전계통운영자와 배전계통운영자 양측에 계통유연성을 제공해 써드 파티로서 수익을 얻는 비즈니스 모델을 제안했다.

EU 지원으로 진행중인 GOPACS(Grid Operator Platform in the Netherlands for Market-based Congestion Solutions) 프로젝트의 내용도 흥미로웠다. GOPACS 프로젝트는 네덜란드의 배전계통운영자와 송전계통운영자가 협력해 진행하는 실증 프로젝트인데, 각 운영자의 계통유연성 운용으로 인한 상호영향을 관리하고 시장참여자들의 자유로운 시장접근을 위한 송배전 협력운영시스템 및 데이터 공유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이 골자이다.

유럽의 실리콘벨리로 불리는 핀란드 오타니에미(Otaniemi) 첨단 산업 단지에서 진행되고 있는 스마트 에코시스템 실증 프로젝트 사례가 소개되었다.

또한, ‘발전-송배전-소비자’에 이르는 에너지 가치 사슬을 각 단계별로 실증을 위한 리빙랩(living-lab)을 구축하여 실증 결과가 규제 개혁 등의 제도 혁신으로 이어지도록 하고 있다.

‘에너지전환과 DSO 사업환경’ 분과에서 진행된 라운드테이블에서도 계통유연성과 이를 거래하기 위한 지역 배전시장은 화두였다. 계통유연성에 대해 세부적으로 논의할 주제로 ▲배전회사는 계통·운영계획 단계에서 계통유연성을 어떻게 통합적으로 고려해야 하는가 ▲계통유연성 서비스가 원활히 구현되기 위해서는 어떤 점들이 극복되어야 하는가 ▲개별 소비자 수준에서 계통운영자에게 제공할 수 있는 계통유연성은 무엇인가 ▲계통유연성 서비스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서비스제공자-계통운영자 간 쌍무계약 형태의 시장과 경매시장 형태의 시장 중 어느 것이 적절한가 ▲배전 수준의 계통유연성 서비스 활용이 상위 계통의 시장에 영향을 주진 않을지 ▲계통유연성 서비스나 관련 시장의 표준화가 필요한지 등의 질문이 제시됐다.

유럽은 이미 에너지전환을 ‘왜’ 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에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나아갈 것인지에 대한 논의로 진전해 있었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재생에너지의 변동성과 불확실성을 해결하기 위한 계통유연성 요소기술 뿐 아니라 비즈니스 모델이나 이를 구현하기 위한 시장제도 개선, 규제 개선방향도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에 의해서 총체적으로 논의되고 있었다.

제공:충남대학교 전기공학과 김승완 교수, 한전 전력연구원 장동식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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