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적이고 안정적 전기공급에서 친환경전기로 목표 전환

이정호 본부장(한국전기연구원 전력망연구본부)
이정호 본부장(한국전기연구원 전력망연구본부)

우리나라 전기의 역사는 지금으로부터 132년전 최초 Watt 단위 전등불에 사용되던 전기를 시작점으로 볼 수 있다. 2019년 현재 국가 전체적으로 Giga Watt(최초대비 약10억배) 규모의 전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전기공급설비는 엄청난 규모로 확장되었으며 앞으로도 전기에너지 사용 증가로 그 규모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전 국민 누구나가 언제 어디서나 사용이 가능한 전기는 공기, 물 등과 같이 일상생활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임에 틀림없다. 그럼에도 만약 일어날 수도 있는 국가대정전에 대비는 잘 되어있을지, 국가대정전으로부터 복원되는데 시간은 얼마나 걸릴까지, 국가대정전 방지와 복원을 위한 연구는 하고 있는지, 국가대정전과 같은 재난 대응체계(Control Tower)는 잘 갖춰져 있는지 등등의 문제에 대해 우리나라 전기전문 연구기관인 전기연구원의 일원으로서 여러가지 사안을 생각해본다. 다행스럽게도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대규모 정전에 대한 경험이 없다. 만약 우리나라에 국가대정전이 일어난다면 지난 2018년 11월 발생한 KT 아현지사 광케이블 화재사건으로 인해 경험한 대혼란, 2019년 4월 발생한 강원도의 초대형 산불로 인한 재난, 그리고 최근 국민 생활을 크게 바꾸어놓은 미세먼지 경우처럼 경제적으로 사회적으로 어마어마한 손실과 혼란을 초래할 재해 수준의 재난이 발생할 것으로 예측된다.

미국의 경우, 지난 2001년 9.11 사태와 2005년 우리나라 태풍에 해당하는 허리케인 카트리나 등의 사례는 국가적 차원의 안보를 위협하고 대규모 재난이 발생함으로써 미국 전체에 재해 재난에 대한 새로운 제도와 대응체계를 혁신적으로 수립해 놓은 계기가 되었다. 미국 정부에서는 기존 시각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재난관리모델 구축에 노력을 기울이기 시작하였고, 특히 지속가능한 국가 및 사회 발전에 필수적인 전기에너지 인프라의 경우 기후 및 사용환경의 변화에 따라 새로운 차원의 재난 및 안전사고에 대한 대비(Preparedness), 대응(Response) 및 복원력(Resiliency) 구축에 힘을 쏟고 있다.

확장 일방향의 전기공급설비는 과거에는 모두 중앙집중식 운영, 규모의 경제에 의한 대규모 발전설비와 그에 따른 수요측 전기공급에 필요한 전기 수송의 송변전설비 위주 구성이었으나, 최근에는 재생에너지를 포함한 분산 전원설비 활성화, 소규모 전원 설비 도입, 수요측 참여, 전기차를 포함한 수송분야의 전기화 등으로 인해 국가적 차원에서 그 어느 때 보다 안정적인 전력망 운영을 위한 준비와 취약성 검토가 필요해보인다.

전력공학 측면에서는 신뢰도(Reliability) 기준을 만족하고 신뢰도를 적정수준으로 유지하기 위해 전기공급설비를 구축하였고 그 근간에는 경제성 개념이 깊이 내재되어 있었다. 하지만 최근들어 확률적으로 발생빈도가 낮지만 파급효과가 사회적, 경제적으로 매우 큰 대규모 재난이 과거대비 더욱 빈번히 발생하면서 무시할 수 없는 현상이 되었고 재난이후 얼마나 빨리 전기공급 체계를 정상화시킬 수 있느냐가 도전과제가 되었다. 이를 이론적으로 규정하는 관점이 복원력(Resiliency) 개념이다. 즉 신뢰도는 적절히 정해진 전기공급설비 고장에도 전기공급의 연속성을 유지하는 개념이라면 복원력은 발생빈도는 낮지만 파급효과가 아주 큰 재난 규모의 정전과 같은 경우가 발생했을 때 빠르게 복원될 수 있도록 전기공급설비를 갖추자는 의미이다.

과거 경제적이고 안정적인 전기공급이 전기산업계의 목표였으나 최근 미세먼지 저감, 탈원전, 탈석탄, 송변전설비 건설 민원 등과 같은 주변 환경변화로 인해 친환경전기로 목표가 바뀌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재생에너지 도입이 확대되고 있으며, 교류(AC) 전력망 위주의 전기공급망에 직류(DC) 송전·배전 전기공급설비가 추가로 도입되고 있고 소규모전력망인 마이크로그리드(Micro Grid) 구축이 확산 추세에 있다.

현재의 전기공급체계 변화는 과거에 경험해 보지 못한 운영상 큰 변화이며 해당 분야 전문가 또한 절대적으로 필요로 하는 실정이다. 과거부터 잘 유지되어온 우리나라 전기공급 신뢰도를 훼손시키지 않고 기후변화 또는 사이버(Cyber) 공격 등과 같은 영향으로 인해 재해 수준의 재난이 발생할 경우 최소한의 피해로 최단시간내의 전기공급 복원력을 어떻게 갖출 것인지 전기에너지 재난안전 측면의 고민이 필요하며 관련 기술의 연구개발과 전문가 양성, 국가적 재난안전체계와 전기에너지 재난안전의 연계를 고려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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