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맛과 은은한 대나무향이 특징인 죽력고는 토막 낸 대나무에 불을 지핀 뒤 흘러내리는 대나무즙인 죽력에 대잎, 석창포, 계심 등을 넣고 소주를 내린 증류주다.

쌀과 누룩으로 20일가량 술을 빚은 뒤 죽력을 뿌린 소줏고리로 증류해 죽력고를 빚는다.

쌀과 죽력, 누룩, 정제수 등이 원재료로 사용된다.

죽력고의 ‘고’는 최고급 약소주에만 붙는 호칭이다. 죽력고는 2003년 전라북도 무형문화재로, 술을 빚는 송명섭 명인은 2012년 대한민국 식품명인으로 지정됐다.

조선시대 황현이 지은 야사 ‘오하기문’에서 고문을 당한 전봉준이 죽력고 세 잔을 마시고 기력을 찾았다는 구절이 나와 몸을 보호하는 명약주로 명성을 얻었다.

대나무가 많은 전라도에서 주로 빚어진 증류주인 죽력고는 민간요법에서 중풍으로 마비된 사람을 치료하는 데 쓰이기도 했다.

명나라 이시진의 ‘본초강목’을 비롯한 각종 서적에서도 죽력고가 혈압, 천식, 중풍, 뇌졸중, 발열 등의 증상을 완화하는데 효능이 있다고 언급하고 있다.

송 명인에게 죽력고를 계량화해 대량생산을 하자는 제안이 들어오고 있지만 그는 전통주 원형이 상업화·자본의 논리에 의해 손상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며 전통적인 수공업 방식으로 소량만 생산한다.

죽력고를 마시면 첫맛은 청량감을 느낄 수 있지만 살짝 단맛이 느껴지며 전체적으로는 알싸하고 상쾌한 느낌이 든다.

대나무 특유의 향과 한약 냄새도 살짝 올라오는데 알코올 도수가 32도로 꽤 높은 만큼 알코올 향도 강하게 난다.

죽력고는 기본적으로 담백한 음식과 잘 어울리지만 떡갈비와 같이 단맛을 내는 안주도 잘 어울린다.

저작권자 © 전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