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 VS 재생에너지 싸움? 중요한 건 계통이야!!
동해안에 발전단지 대폭 증설 계통부족으로 제한송전 불가피

신한울 3·4호기 건설 공론화 놓고 보수-진보 간 대립양상 치열

신한울 3·4호기 건설 여부를 놓고 공론화를 요구하는 야당의 공세가 거듭 강화되고 있다.

공론화를 요구하는 과정에서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이 같은 목소리를 내면서 원자력계의 주장에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다.

여기에 탈원전 반대 및 신한울 3·4호기 건설재개를 위한 대국민 청원의 서명 인원도 시작한 지 70여일 만에 40만명을 넘어서면서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정부는 일단 신한울 3·4호기는 건설하지 않기로 결정된 만큼 재론의 여지가 없다는 반응이다.

여기에 더해 정치권은 연일 원자력관련 토론회를 통해 여론전을 펼치며 이참에 정부의 원전정책 방향까지 바꾸려고 하지만, 환경단체를 포함한 시민사회단체의 반대여론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최연혜 자유한국당 의원은 최근 한 토론회에서 “‘탈원전 반대 및 신한울 3·4호기 건설재개’에 최근 40만명 이상이 서명했다”며 “3주 전쯤에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을 찾아가 대국민 서명에 대한 답변을 요구했는데, (청와대가) 답변을 주기로 하고 현재까지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신한울 3·4호기 건설재개 문제는 한국당의 제1호 정책 저항 운동”이라며 “앞으로 100만명, 1000만명 국민 서명을 받아 청와대에 있는 대통령이 듣지 않을 수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반대로 원자력을 반대하는 목소리도 커지는 상황이다.

환경단체들은 신고리 4호기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운영허가를 놓고 “정부가 문제 많은 원전을 제대로 심의도 거치치 않고 운영허가를 했다”며 정부의 원자력 정책을 비판하고 있다.

원자력발전을 둘러싸고 보수와 진보 간 진영 분리가 점점 확연해 지는 양상이다.

자유한국당을 중심으로 한 보수 진영은 신한울 3·4호기까지 국민 여론을 등에 업고 건설을 확정할 경우 문재인 정권의 대표 정책인 에너지전환의 실패를 통해 정국의 주도권을 쥘 수 있다는 계산을 하고 있다. 반면 시민 환경단체는 여론에 밀려 신한울 3·4호기까지 재검토 또는 공론화위로 넘어갈 경우 재생에너지 중심의 에너지정책 주도권을 뺏길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신고리 4호기 운영허가부터 문제 삼으며 원전 진영의 확전을 경계하고 있다.

이러는 사이 에너지정책은 방향과 정체성을 잃은 채 주장만 난무하는 난장판이 됐다.

신한울 3·4호기 건설 논쟁 속 정작 중요한 계통 문제는 빠져

신한울 3·4호기 건설을 둘러싼 논쟁이 전력 에너지정책의 뜨거운 감자가 됐지만 정작 중요한 계통 문제는 논쟁에서 소외된 상황이다.

결론적으로 말해 현재의 전력계통 상황에선 신한울 3·4호기를 건설해도 생산 전력을 100% 활용할 수 없을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강원지역에서 수도권으로 연결된 송전선로 용량이 꽉 차 있어 신규 발전용량을 수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현재 동해안에 건설된 발전소에서 수도권으로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 울진에서 신태백, 신가평을 연결한 765kV 송전선로가 있지만 동해안 지역에 발전소가 늘면서 생산된 전력을 충분히 공급하지 못하는 상황이 됐다. 현재 송전선로 용량 부족으로 인해 삼척그린파워 (0.6GW), 양양 양수(0.25GW)발전은 출력을 제한해 전력을 생산 중이다. 문제는 이 지역에 올해부터 2022년까지 원전 석탄 등 대규모 발전설비가 들어선다. 계획대로라면 올해 총 발전용량 2.8GW의 신한울 1·2호기가 전력을 생산할 계획이며, 2021년에는 삼척화력이 2GW의 전력을 생산한다. 2022년에는 강릉안인화력이 2GW의 전력을 생산한다.

<송전제약 예상 표>

이 때문에 전력당국은 동해안에서 경기 지역을 연결하는 500kV HVDC 선로 건설을 계획하고 있지만, 이 선로용량(8GW)도 현재 계획된 발전기에서 생산된 전력을 송전하면 추가로 여유가 없는 상황이 된다. 한전은 오는 2021년 12월까지 220km의 HVDC 선로 건설을 계획하고 있다. 하지만 선로가 지나가는 곳이 3개 시도, 11개 시군에 달해 주민들의 동의를 얻어가며 사업을 진행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계획대로 사업이 진행되지 않을 경우 2022년이 되면 송전제약은 7.65GW에 달하는 만큼 신한울 3·4호기는 추가 송전선로 계획이 없는 경우 건설을 해도 발전제약 때문에 전력을 생산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여기에 정부는 3020 정책에 따라 오는 2030년까지 총 68GW의 재생에너지 설비를 추가할 방침이다. 문제는 강원지역에 들어서는 재생에너지 설비도 7GW에 달한다. 대규모 풍력이 4.5GW나 돼 전력계통 문제는 심각한 수준에 이르게 된다.

원자력계의 주장대로 2.8GW 용량의 신한울 3·4호기를 건설할 경우 민간석탄 또는 신재생발전의 출력을 제한해야 하는데, 정부 정책에 따라 발전소를 건설한 민간 기업들이 손실을 감수하면서 출력제한에 동의할지는 미지수다.

2021년 220km HVDC 건설계획 있지만 여러 이유로 적기준공 힘들 듯

전력계통 한 전문가는 “민간 석탄발전, 대규모 풍력이 강원지역에 집중되면서 송전계통이 신한울 3·4호기 용량을 수용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며 “원자력계의 주장대로 신한울 3·4호기가 건설되면 추가 송전선로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EP 사업이 경과지 선정지연 등 다양한 이유 때문에 늦어지면서 당초 계획과 달리 2021년 12월 준공은 힘들다”며 “이럴 경우 발전제약 용량은 더욱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송전선로 문제로 발전제약이 걸리는 곳은 강원 지역뿐만이 아니다. 대규모 화력단지가 있는 서해안 지역도 송전선로가 포화되면서 태안화력(1~10호기, 1040MW)과 당진화력(3~10호기, 1040~2060MW)에서 발전제약이 걸리고 있다. 이들 발전소들은 대부분 최근에 지어져 효율이 높은 데다 발전원가가 낮은 석탄을 연료로 사용하고 있다.

석탄, 원자력 등 효율이 좋은 기저 발전기들이 계통제약으로 인해 발전을 못해 받은 정산금도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현행 전력시장제도는 원자력, 석탄 등 비수도권 기저발전기의 경우 송전제약과 같이 다양한 제약이 발생하면 제약비발전 전력량정산금(COFF, Constrained-Off payment)을 통해 추가적으로 보상한다.

발전제약을 많이 겪은 동서발전의 경우 COFF 비용으로 ▲2016년 1762억원 ▲2017년 2108억원 ▲2018년 8월 현재 1231억원 등 최근 3년간 5101억원을 정산받았다. 서부발전도 COFF 비용으로 ▲2016년 810억원 ▲2017년 1268억원 ▲2018년 8월 현재 1004억원 등 3년간 3082억원을 정산받았다.

기저전원 못지않게 신재생도 계통 지연문제로 몸살

석탄, 원자력 등 기저전원 못지않게 신재생 분야도 계통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계통연결이 지연되다 보니 신재생 사업자의 경우 소규모 투자사업자들은 하루하루가 힘들다고 호소한다. 많은 돈을 들여 발전소는 지었지만 계통연결이 지연되다 보니 계획대로 수익을 올릴수 없기 때문이다.

김삼화 의원이 한국전력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총 4만3827건의 계통연계 신청이 접수됐지만 이중 10.7%인 4706건만 완료된 것으로 나타났다. 태양광발전소 계통연계 신청 건수는 2011년까지 1000건 미만이었다가 ▲2012년 1386건 ▲2013년 3415건 ▲2014년 8755건 ▲2015년 5792건 ▲2016년 6598건으로 늘어났고, 2017년엔 1만4440건으로 2배 넘게 뛰어올랐다. 특히 지난해 신청건수는 4만3827건으로 과거 9년간 신청된 건수(4만2169건)보다도 많았다.

재생에너지 발전단지가 대규모로 개발될 경우 전력계통 문제로 인해 더욱 몸살을 앓게 되는 만큼 신재생, 원자력 등 발전설비를 놓고 벌이는 논쟁에 앞서 계통계획과 발전계획이 균형을 맞출 수 있게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용어설명

・제약비발전 정산금(COFF) : 발전기가 계통제약으로 인해 출력을 내지 못하는 경우 실제로 발전하지 않았지만 ‘예정대로 발전했다면 얻었을 기대수익’을 보상하는 것.

・ 제약발전 정산금(CON) : 송전제약 등에 의해서 계획보다 추가로 발전한 전력량에 대해 정산하는 금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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