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레이팅·망중립성 등 풀어야 할 과제 산적

세계 최초로 상용화에 성공한 5G가 ICT, 자율주행 등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4차산업의 발전을 촉진시킬 것이라는 데에는 업계의 이견이 없다. 그러나 이를 위해서는 5G사업을 장려하기 위한 세금감면혜택, 제로레이팅, 망중립성 등 규제완화와 제도개편이 필요하다는 지적에도 의견이 모인다.

▲인프라 투자 위한 정부 지원 절실

통신업계 가운데 5G 상용화가 당장 장밋빛 미래로 이어질 것으로 확신하는 곳들은 드물다. 과거 3G와 4G를 거치며 기술발달의 효과를 직접 경험한 바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5G 상용화 직후 가계통신비 인하 압박, 통신시장의 정체, 수익창출에 대한 불확실성 등의 이유로 ICT인프라(유·무선 통신망, 방송장비, IT융합설비 등)에 대한 투자가 위축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광희 한국정보통신공사협회 정책사업본부장은 “미래산업 혁신성장을 위한 생태계 조성과 인프라 확보를 위해 정보통신시설 및 지능형 네트워크에 투자하는 기업에 대한 세제혜택 등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ICT인프라를 시공·유지보수하는 ‘정보통신공사업체’에 대한 투자가 축소될 경우 중소기업체의 경영난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약 9900개로 추정되는 국내 정보통신공사업체 가운데 97%가 중소기업인데, 이들 업체는 최근 3년간 경기불황 및 통신사업자의 설비투자 축소로 경영난을 겪고 있다.

그 결과 업체당 평균 실적은 2014년 17억7000만원에서 2016년 15억8000만원으로 감소했으며 종사자수 또한 44만여명에서 41만여명으로 줄었다.

▲수요 예측 어려운 안갯속 5G 사업

5G에 대한 수요 예측이 불가능하다는 점도 악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초고속’, ‘초저지연’, ‘초연결’으로 정리되는 5G의 특장점을 통해 개발될 자율주행차, 원격 조종, 원격 의료, 스마트 팩토리 등은 개인 고객들보다 기업운영에 더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것들이다.

그러나 현재 당장 2∼3년 내로 구체화 되는 건 어려운 만큼 B2B 중심으로 고객이 바뀌는 것은 무리다.

때문에 LG경제연구원은 5G폰이 출시되는 올해 3월을 기점으로 초기시장에서는 고객중심으로 신규 서비스가 등장하는 가운데, 점차 기업의 활용도가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B2C 시장은 매스마켓(대량 판매에 의해서 대량 소비가 행해지는 것에 따라 성립되는 시장)을 형성하고 B2B 시장은 롱테일(판매곡선 가운데 꼬리에 있던 틈새상품들이 중요해지는 것)이 된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 초기 5G 시장에서 소비자들의 수요량이다. LTE에서 5G로 넘어오며 최대 20배까지 속도가 향상된다고 하지만, 사실 LTE도 유투브 등 영상 스트리밍은 무리가 없는 수준이다. 또 속도가 빨라진다는 점은 그만큼 소비자들이 많은 데이터를 이용하게 된다는 의미로, 요금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큰데, 요금에 민감한 소비자들의 반응은 미지수다.

이러한 지적과 우려는 해외에서도 마찬가지다.

통신업 전문 연구기관인 리씽크 테크놀로지 리서치(Rethink Technology Research)의 피터 화이트 대표는 “5G에 대해 지나친 환상에 사로잡혀 있는 것 같다. 소비자들이 5G를 통해 UHD 방송을 본들 과연 이에 대한 요금지불의향이 있는가”라고 반문한 바 있다.

특히나 요즘처럼 요금에 대해 민감한 상황에서 통신사는 가입자당 매출(Average RevenuePer User, 이하 ARPU) 향상을 기대하기 어렵다. 통신사들이 초기에 적극적으로 5G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지만 수요 예측이 안되는 가운데 고스란히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외국의 경우 노르웨이의 통신사인 텔레노어(Telenor)의 시그베 브레케(Sigve Brekke) 대표는 “5G 시장은 3G나 4G와 다르다”며 “5G만의 서비스가 아직 등장하지 않은 상황에서 초기부터 막대한 자금을 들여 전국망 구축에 나서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스페인 최대 통신사인 텔레포니카도 5G를 LTE 위에서 점진적이며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아가겠다고 언급한 바 있으며 차이나 모바일의 상빙(Shang Bing) 회장도 “5G 기술과 비즈니스 모델이 성숙될 때까지 투자 규모를 확정하지 않겠다”고 못박았다.

5G 수요 대상인 기업들 입장에서도 5G 기술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울 수 있다.

5G가 아직 미지의 영역인 만큼 이를 활용한 서비스를 도입했을 때 기업이 거둘 수 있는 이점과 필요한 투자비 등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여기에 자율주행차나 원격 의료의 경우 사고 발생 시 책임 소재를 두고 발생할 논란에 대해 합의점을 찾기 위해서는 사회적 합의까지 필요한 상황으로 기업 입장에서는 보수적인 접근을 할 수 밖에 없는 부분이다.

▲콘텐츠 개발·제로레이팅·망중립성…과제 산적

이러한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한 답들도 제시되고 있다. 그러나 어느 기업 한 곳의 노력으로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다. 정부와 국회의 도움을 비롯해 기업의 적극적인 투자와 사회적 합의도 필요하다.

먼저 일반 소비자들로부터 5G가 외면받지 않기 위해서는 다양한 체험 콘텐츠들이 개발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 미디어 사업자, 게임업체, 포털 등의 다양한 사업자 참여가 기본이며, 독자적인 콘텐츠 제공이 쉽지 않은 만큼, 콘텐츠 이용 부담을 낮추고 데이터 이용량을 늘릴 수 있는 방안도 적극적으로 고려돼야 한다. 해외 소비자들에게 크게 호응을 얻고 있는 ‘제로레이팅’(Zero Rating,콘텐츠 사업자와 통신사가 제휴해 특정 콘텐츠에 대해 데이터 이용료를 감면해주는 서비스)의 도입이 필요한 이유다.

정부에는 B2B 사업의 핵심이 될 IoT(Internet of Things, 사물인터넷)의 마중물 역할이 요구된다.

예로 스마트 시티 사업을 정부가 적극적으로 이끌면서 B2B 사업을 구축해나가면, 그 안에서 스마트 교통이나 스마트 물류, 스마트 에너지 등 다양한 서비스가 활성화될 수 있다.

여기에서 쌓인 경험과 데이터는 향후 기업들이 자율주행, 원격 조종 등 다양한 서비스에 적극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또한 정보통신업체의 안정적인 사업 참여를 위한 세제혜택도 요구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추경호 의원(자유한국당, 대구 달성군)이 발의한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이 지난 12월 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2020년 말까지 수도권 과밀 억제권역(서울·경기·인천) 외 지역에 5G 기지국 설비를 구축하는 국내 기업들은 투자한 금액의 최대 3%를 세액공제 받는 게 주요 골자다. 기본 세액공제 비율은 2%이고, 고용증가율이 5%이상이면 1%의 세액을 더 공제받을 수 있다.

‘망중립성’에 대한 갈등도 풀어야 한다.

망중립성이란 네트워크를 설비한 통신업자가 망을 통해 모든 사업자가 공평하게 콘텐츠를 전송할 수 있어야 한다는 개념이다. 통신사업자가 사업자·내용·유형 등에 따라 속도를 차별하거나 콘텐츠를 차단하면 안된다는 것이다.

현재는 방송통신위원회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규정한 가이드라인에 따라 망중립성이 유지되고 있는데, 5G 기술이 활성화 될 경우 효율을 떨어뜨린다는 지적이 있다. 예로 코어 네트워크 인프라를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가상 네트워크로 분리해 효율을 높이는 네트워크 슬라이싱은 5G의 핵심 기술로 꼽히지만, 네트워크에 따라 속도를 조절한다는 부분이 망중립성에 위배된다는 지적이 있다.

통신사의 체질 개선도 필요하다. 지금까지는 일반 소비자를 타깃으로 하는 서비스에 익숙했지만, B2B 사업 확장을 위해 산업별로 필요한 솔루션을 개발·공급하고 기업별로 최적화 된 솔루션과 네트워크를 운영해야 하는데 익숙해져야 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안정적인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방법도 찾아야 함은 물론이다.

저작권자 © 전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