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신용현·김삼화 바른미래당 의원과 한국과학기자협회가 주최한 ‘라돈 공포, 생활 제품 속 방사능 안전 대책’을 주제로 한 과학언론이슈토론회에서 참가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4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신용현·김삼화 바른미래당 의원과 한국과학기자협회가 주최한 ‘라돈 공포, 생활 제품 속 방사능 안전 대책’을 주제로 한 과학언론이슈토론회에서 참가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1급 발암물질인 ‘라돈’이 침대에서 기준치 이상으로 검출되면서 방사성 물질에 대한 관리 강화가 요구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1급 발암 물질로 분류한 라돈은 전체 폐암 발병 원인의 3~12%로 추정되고 있지만, 국내에선 방사선 물질로 가공한 제품들이 오히려 음이온 건강 제품으로 둔갑해 생활 곳곳에서 우리를 위협하고 있는 실정이다.

신용현·김삼화 의원(바른미래당)과 한국과학기자협회(회장 김진두)는 4일 국회의원회관에서 ‘라돈 공포, 생활 제품 속 방사능 안전 대책’을 주제로 과학언론 이슈토론회를 개최했다. 신용현 의원은 “라돈 침대 사건의 원인 중 하나는 부처 간의 칸막이”라며 “환경부는 환경부대로,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는 원안위대로 규제제도를 이행하다보니 허점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그간 라돈에 대해 무지하고 무관심했다”며 “이번 사건이 라돈뿐만 아니라 방사성물질에 대해 대비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토론회에서는 라돈 침대 사태의 원인과 피해 상황, ‘생활주변방사선안전관리법’(생방법)의 맹점과 개선방안 등을 꼼꼼히 짚어봤다.

◆대국민 우선 조치 필요

이날 토론회에서는 국민이 안심할 수 있는 ‘대국민 우선 조치’가 필요하다는 제안이 나왔다.

조승연 연세대 라돈안전센터장은 “향후 확실한 관리 체계의 마련은 기본이며, 조속히 라돈 침대를 수거해야 한다”며 “많은 양의 방사선 피폭을 우려하는 국민을 대상으로 방사선 작업자 수준의 건강진단, 심리치료, 통계적 보상을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어 “현재 국민들의 물리적, 화학적, 생물학적 건강 피해와 더불어 정신적 피해가 가중되고 있다는 점도 인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조 센터장은 라돈 정책에 관한 일원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 라돈 정책이 원안위, 원자력안전기술원, 환경부, 보건복지부, 교육부, 국방부 등 여러 기관에서 제각기 운영하고 있다. 부처별로 관리하게 되면, 자문하는 전문가도 다를 수밖에 없다”며 “부처를 일원화하지 않으면, 시시각각 업데이트되는 연구동향을 반영하기 어렵다”고 힘줘 말했다.

이어 “전문가의 지속성 확보와 민간 참여를 바탕으로 한 ‘생활방사선 통합 자문운영위원회’(가칭)를 설립해 여러 부처를 통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조 센터장은 또 집안에서의 라돈 발생을 지적하며 라돈 노출 관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미국 암 협회에 따르면 19년간 미국인 약 14만명의 생활환경과 건강정보를 수집해 분석한 결과 라돈 농도가 높은 지역에 사고 있는 여성이 농도가 낮은 지역에 살고 있는 여성에 비해 백혈병, 림프종, 골수종 등의 혈액암에 걸릴 가능성이 63% 더 높다.

조 센터장은 “미국 암 협회의 연구 결과를 보면 라돈노출로 폐암 이외에 혈액암이 발병할 가능성이 높다”며 “다만 남성들에게선 여성의 경우와 유사한 결과를 찾을 수 없었다. 이는 여성들이 남성들보다 더 많은 실내 활동으로 라돈에 더 노출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미국의 경우 부동산 거래 시 ‘라돈 농도 측정’을 핵심 항목으로 지정하고 있다. 또 1988년 미국환경보호청(EPA)은 실내 라돈 저감화 법안(IRAA)을 이행해, 실내 라돈 농도를 실외 수준까지 저감하는 장기 계획을 수립했다.

한편 국내 주택에서의 실내 라돈 수치도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환경부와 국립환경과학원이 전국 7885호 주택을 대상으로 2011년부터 2012년까지 2년간 겨울철에 실시한 ‘전국 주택 라돈 조사 결과’에 따르면 1752호(22.2%)가 다중이용시설 권고기준(148Bq/㎡)을 초과했다.

조 센터장은 “2002년 원자력안전기술원의 보고서를 보면 아파트는 기준치보다 4% 정도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2012년 조사에서 국내에서의 주택 내 라돈농도는 체코 다음으로 높은 2위일 정도로 심각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라돈침대 사건의 원인은 생방법의 맹점

라돈 침대 사건의 원인이 생활주변방사선 안전관리법(이하 생방법)의 사각지대 때문이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생방법은 일상생활에서 사람들이 인지하지 못한 채 피폭될 수 있는 방사선에 대한 안전관리방안을 규정해, 국민건강과 환경보호를 목적으로 한다.

생활방사선은 생방법에서 규정한 방사선으로, ▲원료물질·공정부산물 및 이를 이용해 생산된 가공제품 내에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방사성핵종에서 방출되는 방사선 ▲태양 또는 우주에서 지구로 들어오는 방사선(우주방사선) ▲지구표면의 암석 또는 토양에서 방출되는 방사선(지각방사선) ▲재활용고철 내 포함된 방사성물질로 인해 방출되는 방사선 등 크게 네 가지로 구분한다.

이번 라돈 침대는 라돈을 생성하는 ‘모자나이트’라는 광물을 침대의 속커버에 첨가한 경우다.

고서곤 원안위 방사선방재국장은 “라돈 침대 사용자는 건강에 좋은 것으로 알려진 음이온이 방출되는 침대를 믿고 구입했지만, 실제 나오는 물질은 발암물질로 알려진 라돈이었다”며 “소비자들은 방사선 피폭에 대한 심각한 우려, 안전관리 부재에 대한 불만 등을 제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라돈침대와 같은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7년 건강침대 등에 모자나이트 사용으로 방사선에 노출되는 문제가 발생했다. 정부는 방사선에 대한 방호가 합리적으로 달성 가능한 한 낮게 유지돼야 한다는 ‘알라라’(ALARA; As Low As Reasonably Achievable) 원칙에 따라 생활 속의 불필요한 피폭을 줄여나가기 위해 생방법을 마련했고, 2011년 7월 제정, 다음해 7월 시행했다.

라돈 침대에 사용된 모자나이트는 생방법의 안전관리 대상인 가공제품으로 분류된다. 생방법상 가공제품은 사용자에게 미치는 방사선량이 연간 1밀리시버트(mSv)를 넘을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그간 가공제품의 선량한도에 라돈 흡입으로 인한 내부피폭을 고려하지 않았다.

이는 라돈 흡입으로 인한 피폭은 국내외적으로 실내 공기질 차원에서 관리됐기 때문이다. 또 생방법이 천연방사성핵종이 포함된 원료물질 취급자의 취급자 등록, 종사자 안전조치와 각종 신고 의무를 수행하도록 규정했지만, 원료물질의 사용 목적에 대한 검토나 가공제품 제조업자의 등록의무가 없는 등 제도의 허점이 존재했다.

이에 따라 원안위는 먼저 라돈침대 수거와 안전성 확인, 소비자 지원에 집중하는 한편 이 과정에서 도출되는 문제점 및 제도개선 사항에 대해 전문가, 소비자 단체 의견 등을 수렴해 관계부처 협의를 통해 제도개선을 추진할 계획이다.

고서곤 국장은 “신체에 밀착해 사용하는 일상생활용품에 모자나이트 사용을 금지하거나 천연방사성물질 성분표시를 의무화하는 등의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원인물질인 모자나이트의 유통현황을 살펴보겠다. 또 관계기관 협조를 통해 추가로 필요한 조사를 철저하고 신속하게 추진하고, 그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하겠다”고 말했다.

◆신용현 의원 ‘생방법’ 개정안 발의

이날 토론회를 공동 주최한 신용현 의원은 지난달 18일 방사선물질 가공제품의 제조업자나 수출입업자 등도 원안위에 안전관리 의무업자로 등록하고, 안전기준 준수여부를 전문기관에서 조사받도록 하는 생방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신용현 의원은 “현 법안에 따르면 원료물질은 철저하게 추적·조사하지만, 가공제품은 기준만 있고 관리 주체도 없으며 추적도 하지 않는 실정”이라며 “소비자가 실제로 사용하는 가공제품에 대한 책임자가 누락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개정안은 가공제품에 대해서도 안전기준과 취급기준을 마련하고, 제품을 추적하는 내용을 포함했다”고 덧붙였다.

이재기 방사선안전문화연구소 소장은 방사선 방호를 포괄하는 모법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 소장은 “방사선은 원자력 발전에서의 방사선, 병원에서의 의료방사선, 비행기 탑승 시 노출되는 우주방사선, 생활방사선 등 다양한 분야에서 관리법이 필요하다”며 “일반적인 원칙과 기준을 수립할 모법이 정비돼야 하며, 모법에 따라 각 부처가 해당업무에 맞춰 실제 규제 관리를 이행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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