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년 개띠’로 대표되는 대한민국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가 시작됐다. 6·25 전쟁의 아픔을 딛고 이 땅에 태어나 배고픔을 먼저 알았던 세대.

한강의 기적을 써내려가며 대한민국의 오늘을 일궜던 이들이 경제 주체로서의 지위를 다음 세대에 넘기고 있다. 하지만 이를 넘겨받고 있는 다음 세대의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다. 출산율의 급격한 저하와 초고령사회로의 빠른 진입, 낮은 경제성장률 등은 대한민국의 미래에 대한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이에 본지는 달라지는 인구구조에 따른 세대 관계의 변화와 세대별 역할 등을 짚어보는 자리를 마련했다. 주요 인구 통계는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서 공개하고 있는 자료를 이용했다.

◆달라지는 인구지형 따라 세대 관계 재정립 ‘가속화’

미래 인구 지형의 변화는 세대 관계를 빠르게 바꿔가고 있다. 특히 세대별 인구 수 변화에 따른 경제 구조의 전환은 세대 간 관계 재정립의 필요성을 야기한다.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생산가능인구가 적은 비중의 노년층과 자녀 세대를 부양하던 시대가 지나고, 적은 숫자의 경제인구가 더 많은 비경제인구를 책임져야 하는 인구구조는 우리가 전통적으로 생각해 왔던 세대 간의 관계와 경제 지형을 무너뜨릴 공산이 크다.

달라진 생애 주기에 따른 역할 변동도 예측해 볼 수 있다. 최슬기 한국개발연구원 교수는 ‘장래인구구조로 본 세대관계의 변화’ 보고서에서 기존에 우리가 알고 있던 연령별 역할규범과 생애 주기가 달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수명이 연장되고, 첫아이의 출산시기가 늦춰지면서 생애 주기의 개념이 과거와 차이를 보일 것이란 설명이다.

◆다수 경제인구가 소수 부양인구를 책임지던 구조 ‘역전될 것’

최 교수는 보고서에서 세대 간 부양관계의 양상이 바뀔 것으로 예측했다. 경제력을 다한 부모를 자녀들이 부양하는 기존의 질서가 무너지고, 새로운 기준이 만들어질 것이란 예측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1983년을 기점으로 합계출산율은 대체출산율 이하로 떨어졌다. 대체출산율이란 부모세대와 자녀세대가 같은 규모로 유지되는 수준의 합계출산율로, 보통 2.1을 의미한다.

1983년 이후 합계출산율은 하락을 거듭하다가 지난 2016년에는 1.17까지 떨어졌다. 35년전까지만해도 평균 2명 이상의 자녀를 낳던 부부들이 이제는 1명밖에 낳지 않게 된 것이다.

이에 대해 최 교수는 여러 명의 자녀들이 힘을 모아 부모를 모시던 구조가 두 부부가 양가 부모 네 명을 부양해야 하는 양상으로 바뀌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노부부가 자녀들의 부양을 받기보다 스스로의 힘으로 삶을 꾸려나가야 함을 의미한다. 자녀들이 책임졌던 부분은 개인 차원이 아니라 국가가 이를 분담하는 사회적 차원으로 바뀌게 될 것이라는 해석도 덧붙였다.

◆3명이서 4명을 책임지던 구조에서 1명이 2명을 돌보는 형태로

실제로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을 통해 확인한 연령별 인구분포도는 이러한 예측에 힘을 싣는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8년을 기준으로 작성한 인구구조는 40~60세가 가장 많은 마름모꼴에 가깝다. 이는 다수를 차지하는 생산가능인구가 노년층과 20세 미만의 부양인구를 책임지는 형태다.

지난 2015년을 기준으로 우리나라 15세 이상 64세 이하의 인구구성비는 73.4%다. 65세 이상 노년층은 13.8%, 14세 이하는 13.8%였다. 즉 인구 4명 중 3명은 경제활동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하고 있는 생산가능인구인 셈이다.

하지만 47년 후인 2065년엔 70세 이상의 노년층이 다수인 깔때기 형상으로 인구구조가 바뀌게 된다. 적은 수의 생산가능인구가 다수의 노년층을 돌봐야 하는 상황으로 변모하면서 이들의 부양 부담이 더욱 커지는 구조다.

통계청에 따르면 오는 2065년 생산가능인구의 비중은 47.9%로 2015년 대비 25.5%p 줄어든 반면 65세 이상 인구의 비중은 42.5%로 28.7%p 늘어나는 것으로 예측된다. 14세 이하의 어린이는 9.6%까지 낮아진다. 3명의 생산가능인구가 자신들을 포함해 1명의 부양인구만 돌보면 되는 구조가 1명이 2명 이상을 부양해야 하는 구조로 바뀌게 되는 것이다.

세대가 지속될수록 사람들의 기대수명은 늘어나는 반면 태어나는 아이들의 숫자가 계속 줄어들면서 이러한 구조는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생산가능인구 감소…생산·소비의 주체로서 노년층 위치 ‘재정립’

이러한 인구구조의 변화는 노동생산성에도 큰 영향을 끼친다. 특히 출생인구가 줄어든다는 것은 잠재적인 생산가능인구의 감소뿐 아니라 절대인구의 축소를 야기하는 만큼 경제적인 측면에서 많은 변화가 예상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총인구는 오는 2031년 5296만명으로 최고점을 찍은 뒤 점차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후 2065년엔 1990년 수준인 4302만명까지 줄어들 전망이다.

인구성장률은 2015년 0.53%에서 계속 하락해 2031년 이후 마이너스 전환한 뒤 2065년엔 -1.03%에 다다를 것으로 예측된다.

이에 대해 최슬기 교수는 생산의 주체인 동시에 소비의 주체인 생산가능인구의 감소는 생산과 소비 측면에서 이들의 중요성이 줄어듦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부양비 부문에서의 변화가 눈에 띈다. 생산가능인구 100명이 책임지는 비생산가능인구 수를 의미하는 부양비는 2015년을 기준으로 36.3명(노년 17.5명, 유년 18.8명)에 불과했다. 하지만 2065년엔 108.6명(노년 88.6명, 유년 20.0명)까지 급격하게 늘어난다. 이는 노년부양비의 급격한 증가에 따른 것이다.

이러한 부양비의 증가는 일할 수 있는 노년층의 노동시장 참여 확대로 이어질 전망이다. 새로운 생산의 주체로서 노년층의 위치를 재정립해야 하는 건 이 때문이다. 구매력을 갖춘 노년층을 대상으로 한 상품 및 서비스 확대도 예상된다.

◆1965년 18.3세에서 2065년엔 58.7세…높아지는 중위연령이 사회 구조 바꿀 것

고령화가 심화되면서 중위연령이 높아지고 있는 것도 사회 구조를 바꿀 중요한 요소로 지목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5년을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중위연령은 40.9세다. 중위연령이란 전체 인구를 나이 순으로 세웠을 때 한가운데 있는 사람의 나이를 의미한다. 통계를 시작한 1965년 당시 18.3세였던 대한민국의 중위연령은 1976년에 20세, 1997년 30세를 넘어선 이후 2014년 40세에 도달했다. 50년만에 18세 청소년이었던 중위연령이 40대 중년으로 바뀐 셈이다.

출생아수 감소와 기대수명 증가 등의 영향으로 중위연령은 계속 높아져 2033년에 50세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후 2061년 59.0세로 최고점을 찍은 뒤 2065년에는 58.7세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앞으로 50년 뒤엔 은퇴를 앞둔 실버세대가 인구의 한 가운데 서있는 모습을 봐야 하는 상황이다.

이런 변화는 정치적인 측면에서도 다른 흐름을 가져올 것이다. 2015년 654만명이던 65세 이상 노년층은 2065년에 1827만명으로 3배 가까이 증가할 전망이다. 다수를 차지하는 노년층의 여론이 판세를 좌우할 공산이 크다. 단순하게 60대 이상으로 표현하던 여론조사도 70세, 80세 등으로 세분화해야 할지 모른다.

생애주기 변화에 따른 세대 간 길이의 연장도 고민해 볼 대목이다. 이는 결혼(초혼) 연령이 높아지면서 가족관계를 형성하는 시기가 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7년을 기준으로 우리나라 평균 초혼 연령은 남자 32.94세, 여자 30.24세였다. 이는 전년대비 각각 0.2세와 0.1세 가량 높아진 것이다.

이런 현상은 출생에서 첫아이를 출산하기까지의 세대 간 거리를 늘어나게 한다. 취업, 결혼, 자녀양육, 은퇴 등의 시기도 계속해서 늦춰질 것으로 보인다. 늦게 결혼하거나 아예 결혼을 하지 않는 이들이 증가하면서 기존의 생애주기 형태 외에 다양한 모델의 생애주기가 만들어 질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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