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시험설비 증축 세계 2위급 도약…올해 세계 진출 원년

전기연구원에 설치된 '4000MVA 대전력시험설비'
전기연구원에 설치된 '4000MVA 대전력시험설비'

전기계 대표 출연·연구기관인 한국전기연구원(이하 KERI)은 지난 40년의 역사와 성장을 발판으로 삼아 2018년을 국내를 넘어 세계로 뻗어가는 도약의 해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KERI는 정부의 대대적인 지원과 우수한 기술력, 전문 인재들을 바탕으로 세계 3대 시험인증기관에서 대규모 시험설비를 증축하며 세계 2위급으로 한층 진일보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미래 세계를 선도하는 세계화된 글로벌(Globalized) 연구기관, 국민과 국익을 우선하는 한국적인(Localized) 연구기관으로 성장하겠다는 포부를 밝히며 더 큰 꿈을 꾸고 있다. 그동안 KERI가 걸어온 길을 되짚어보고 앞으로 나아갈 모습을 그려본다.

◆중전기기 국산화 위해 ‘첫발’

1970년 중반 당시 정부는 중전기기 공업 육성을 외치며 중전기기 제품의 국산화 정책을 밀어붙였다. 하지만 대부분의 제품생산이 해외 기술력에 의존하고 있어 정책 추진에 어려움을 겪었다.

정부는 계획 실행과정에서 중전기기 국산화를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물이 제품의 성능시험과 검증이라 판단, 중전기공업계의 의견을 수렴해 1981년에 ‘단락 시험설비 구축사업’을 착수했다. 1983년 10월 16만5000㎡의 대지에 총 1만5180㎡의 연구 시험동을 보유한 한국전기기기 시험연구소가 탄생하게 된 시초였다.

설립 초기 KERI의 주요업무는 전기기기 시험사업에 국한됐다.

이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1978년 2월 공업진흥청으로부터 점멸기 및 접속기, 퓨즈, 개폐기 및 전류제한기, 온도퓨즈 및 전열기구, 전선 및 전기온상선 등 5개 분야에 관한 형식승인 시험기관으로 지정받았고 원활한 시험 수행을 위해 고전압 시험설비 및 전력용 피뢰기 시험설비, 전력용 케이블 시험설비를 구축했다.

성공적인 시험설비 구축과 형식승인 시험기관 지정으로 브랜드 가치가 높아지자 1988년 6월에는 공업진흥청으로부터 표준화 능력 평가기관으로 공인받아 74개 품목에 대한 KS 심사와 제품시험 업무를 맡게 되면서 시험 수행의 스펙트럼이 대폭 확장됐다.

◆지속 성장, 국내 대표 기관 ‘우뚝’

1995년 WTO 체제의 무역기술장벽 협정 발효를 목전에 두고 정부는 국제표준 관련 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했다. KERI는 정책적 지원을 받아 정부로부터 7개 분야에 걸쳐 ‘국가공인시험기관’으로 인정받으면서 KERI만의 시험인증 기술 및 현대적 시험인증 설비 인프라에 대한 대외적 위상을 공고히 했다.

특히 1990년부터 1992년까지 52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진행된 ‘1차 합성단락시험설비 증설’을 통해 당시 단상 170kV 50kA였던 중전기기의 시험범위를 단상 420kV 50kA, 삼상 170kV 50kA로 확대했다.

증설사업은 국내 전력계통 설비의 기반이었던 170kV급 전력계통의 신뢰도와 기술력 향상에 크게 기여했고, 국내 중전기기 제조사의 해외수출 확대를 위한 교두보를 마련하는 계기가 됐다.

이후 KERI는 성장에 가속도가 붙으면서 탄탄대로를 달리기 시작했다.

2000년대 들어서 KERI의 역점 사업은 ‘중전기기 기반 구축사업’으로 합성 차단시험 설비 용량 증가 및 합성 투입시험 설비를 구축하며 세계적 시험설비 인프라 구축에 힘을 보탰다.

이를 통해 오랜 시간 쌓아온 기술력과 시험설비 인프라, 노하우에 자신감을 더해 해외시장 개척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2005년 일본, 태국을 시작으로 현재는 인도, 대만, 인도네시아까지 5개국에 이르는 해외에이전트를 개설하며 해외 시험인증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KERI의 수준을 한 단계 도약시킬 수 있었던 사건은 2016년 마무리된 ‘4000MVA 대전력 시험설비 증설사업’이다.

2000년대 들어서 중전기기 시장이 활발해짐에 따라 시험 수요가 급증했고, 시험물량을 소화할 수 있는 시험설비 인프라 구축이 시급한 문제로 떠올랐다. 시험 적체 현상이 지속될 경우 기업의 제품 개발 및 수출 경쟁력 약화를 초래할 수 있기에 KERI가 보유한 국내 유일의 대전력설비 증설은 KERI뿐만이 아니라 국가 산업 인프라에 큰 영향을 줄 핵심 사업으로 대두됐다.

2011년 실시설계를 시작으로 2016년 6월 23일 대전력 시험설비 증설 준공식을 가지며 KERI 40년 역사상 최대 사업이 10년 만에 세상의 빛을 보게 됐다.

◆KERI, 세계로 미래로

KERI는 국내를 넘어 전기 분야 전 세계 최고 시험기관을 꿈꾸고 있다.

해외에 의존했던 63kA 이상의 대전력 시험이 국내에서 가능하게 되면서 명실공히 세계일류 국제공인 시험인증기관으로 자리매김했지만 현재에 안주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40년간 KERI의 역사와 함께한 김맹현 시험기술 본부장<사진>은 “40년 전 4000MVA 설비를 제작·공급했던 미쯔비시가 최근 KERI에서 필요한 스펙으로 제작 여부를 문의했을 때 고개를 흔들며 난감해할 정도로 KERI의 시험 및 설비기술은 세계최고 수준으로 올라섰다”며 “이러한 기술력 덕분에 4000MVA 시험용량 제작가격으로 5000MVA 성능과 한국의 시험환경에 꼭 맞는 설비의 구축을 가능케 했을 뿐만 아니라 사업비 절감효과도 거둘 수 있다”고 강조했다.

KERI는 안정적인 시험서비스 제공에 만전을 기하고, 신재생에너지 관련 시험인증 사업 확대를 위한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올해 말 1차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는 광주분원은 광주시의 전략산업인 대용량 전력변환 연구개발 및 기업 지원업무를 수행할 예정이다.

특히 광주시의 핵심 사업인 스마트그리드 산업 육성을 위한 전력변환 시스템 기반구축과 전력변환 및 스마트 배전 핵심기술 개발, 신재생에너지 관련 시험인증 지원을 중점적으로 담당하고 더 나아가 서남권 및 국가적 전력산업 육성에 중점적 역할을 맡긴다는 계획이다.

김 본부장은 “4000MVA 대전력시험설비 구축사업은 국내 중전기업계의 희생과 향후 30년 이상 국내 중전기기 산업 발전을 이끌 토대를 구축한다는 사명감으로 주말도 반납하며 몰두한 KERI 임직원들의 열정과 땀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며 “국내 기업들에는 최고의 시험인증서비스를 제공하고 더 나아가 세계 초일류 시험인증기관으로 우뚝 설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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