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22일 원자력안전위원회 대회의실에서 ‘제79회 원자력안전위원회 회의’가 열렸다. 회의에 참석한 강정민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장과 위원들이 안건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지난 3월 22일 원자력안전위원회 대회의실에서 ‘제79회 원자력안전위원회 회의’가 열렸다. 회의에 참석한 강정민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장과 위원들이 안건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원자력 안전규제를 담당하는 원안위의 역할론이 급부상하고 있다.

원안위는 원전의 건설·운영·재가동 등에 관한 인허가권을 갖고 있어 원전운영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 때문에 원안위는 기술적 전문성과 의사결정의 독립성이 요구된다.

그간 원자력 진흥 세력과 ‘한패’라는 비판을 받아온 원안위는 최근 들어 원자력계로부터 ‘탈원전’의 선봉장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원자력계는 올 초 원전가동률이 58%로 떨어진 원인으로 원안위의 과도한 규제를 지목하고 있다. 정부의 에너지전환 정책에 맞춰 원안위가 안전을 명분으로 원전가동률을 낮추고 있다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원안위는 원자력 안전을 책임지는 만큼 정치·산업계 등에서 독립된 기술전문기관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요구가 나온다.

◆원안위 독립성 확보에 한 목소리

원자력 이용에 관해 첨예한 대립을 보이는 원자력계와 환경단체들은 ‘원안위의 독립성 확보’에 대해서는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원안위가 기술적 판단을 근거로 의사결정을 해야만 안전을 담보할 수 있다는 데에 의견을 같이한다.

원안위의 독립성 강화방안에는 대통령 직속의 장관급 기구로 복원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기도 하다. 문 대통령은 ‘원자력 안전은 직접 챙기겠다’며 원안위를 대통령직속위원회로 승격해 위상을 높이고, 다양성과 대표성, 독립성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2011년 출범한 원안위는 대통력 직속의 장관급 상설기구로 조직됐지만 박근혜 정부 들어 국무총리 산하 차관급 위원회로 축소됐다. 원안위가 차관급 합의제 행정기관으로 격하되면서 관계부처에 대한 지휘능력 측면에서 한계를 보인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원안위 위원의 구성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합의제 기구인 원안위 위원을 원자력을 둘러싼 이해관계와 무관한 인원으로 구성해야 한다는 것이 중론이다. 원자력 안전 분야에서 권위를 인정받고 있는 기관인 국제원자력기구(IAEA) 국제원자력안전그룹(INSAG)이 발표한 ‘INSAG-17(Independence in Regulatory Decision Making)’에 따르면 규제기관은 정부부처와 산업을 비롯해 원자력기술 진흥뿐만 아니라 반대하는 이익집단으로부터도 실질적인 독립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다.

또 원안위를 상임위원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현재 원안위는 상임위원 2명과 비상임위원 7명으로 구성된다. 상임위원과 비상임위원 간 정보의 비대칭이 발생하고, 비상임위원이 안건에 대해 정확히 파악하기 어려운 구조다. 미국과 프랑스 등의 국가에서 상임위원제를 운영하는 이유도 원전은 실시간으로 관리·감독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 종합 안전성 평가 시스템 도입 필요

원자력 전문가들은 과도한 규제를 예방하기 위해 종합 안전성 평가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는 데 입을 모은다.

대표적인 종합 안전성 평가 시스템인으로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의 ‘가동 중 원자로 감시 절차’(ROP; Reactor Oversight Process)가 꼽힌다.

ROP는 ▲초기사건(Iniiating Event) ▲대책회로(Mitigating system) ▲안전장치의 무결성(Barrier Integrity) ▲위기준비(Emergency Preparedness) ▲작업자의 방사선 안전(Occupational Radiation Safety) ▲일반인의 방사선 안전(Public Radiation Safety) ▲보안(Security) 등을 항목으로 두고 종합적으로 원전의 안전성을 평가한다. 평가 시스템을 토대로 ▲초록(Green) ▲하양(White) ▲노랑(Yellow) ▲빨강(Red) 등 네 단계로 나눠 원전의 안전성을 구분한다.

NRC는 원전 안전성 평가항목을 세분하고 명확히 규정해 평가하고 있기 때문에 원전에서 발생한 일부 문제로 원전 가동정지 명령을 내리지 않는다. 종합 평가를 바탕으로 액션 매트릭스(Action Matrix)에 따라 추가검사나 경영진 면담에서부터 발전소 가동중지까지 원전 안전평가에 맞춰 적절한 규제조치를 취한다.

NRC의 체계적인 원전 안전 관리는 지난해 미국에서 가동 중인 원전 99기 중 72기가 단 한 차례도 긴급정지(scram)하지 않는 성과를 얻었다. 미국 원전의 평균수명이 36년인 점을 감안하면 ROP와 같은 체계적 관리 시스템의 중요성은 더 두드러진다. 미국 원자력협회(NEI)에 따르면 2016년 미국의 원전가동률은 92.1%에 달한다.

원자력계 한 관계자는 “원안위의 역할은 원전을 멈춰 세우는 것이 아니라 안전하게 가동시키는 것”이라며 “미국 NRC의 ROP와 같은 체계적인 시스템 마련을 통해 원전 안전규제를 합리적으로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전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