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금융사 지배구조 운영실태 점검 결과 공개

국내 금융지주사들 대부분은 이사회의 역할과 사외이사 선임 등 지배구조 문제를 개선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은 15일 ‘금융지주회사 지배구조 운영실태 점검결과’를 공개했다. 이는 같은 날 금융위가 발표한 금융회사 지배구조 개선방안에 반영됐다.

이번 점검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금융사의 지배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국제사회의 여론에 발맞춰 실시한 것이다. OECD와 FSB 등 국제기구는 지난 2014년과 2015년에 사외이사, 은행 지배구조 등에 대한 보고서를 잇달아 내놓으며 금융사의 구조적 모순을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실태조사를 위해 금감원은 올해 초 9개 금융지주사의 지배구조 관련 리스크를 서면으로 점검 및 평가한 바 있다. 이 가운데 농협과 메리츠, JB 등 3곳에 대해서는 취약부문을 중심으로 현장점검도 실시했다. 나머지 6곳은 이달 말 쯤 현장점검에 나설 계획이다.

금감원은 이번 실태점검 결과 이사회의 역할과 사외이사 선임, 경영승계 프로그램 미흡 등 금융회사들의 지배구조 취약부분이 여전히 개선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금융회사가 지배구조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스스로의 조직문화에 적합한 구조를 자율적으로 구축할 수 있도록 점검 결과 및 개선방안을 발표하게 됐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금감원은 국내 금융회사들이 형식적으로는 지배구조법상 요건을 갖추고 있지만, 실제론 과거부터 지적돼 온 지배구조 문제점이 해소되지 않았다고 지목했다.

금감원은 실태 점검에서 금융회사 이사회의 역할이 미흡하다는 데 주목했다. 이사와 경영진의 업무를 감독해야 하는 감사위원회 위원이 업무의사 결정과 집행을 감당하는 위험관리위원회 위원 등 평균 2.6개의 직무를 겸하고 있어 독립적인 감사기능을 수행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사외이사들이 가지는 권한과 책임도 극히 제한적인 경우가 많았다. 회사에서 분기당 1회꼴로 경영정보 등을 제공하고 있지만 경영전략이나 위험관리 등 중요 의사결정에 필요한 정보는 제한적이었다는 것.

사외이사 역할에 대한 인식이나 책무를 충실히 이행하는 경우도 극히 드문 것으로 나타났다. 경영 관련 자문을 적극적으로 요청하거나 주요 경영 현안에 참여하는 사외이사는 거의 없었다는 게 금감원 측의 설명이다.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하는 경로가 다양하지 않다는 점도 문제로 지목됐다.

또한 대부분의 금융회사 CEO들은 사외이사 후보 선출을 위한 임원후보추천위원회에 직접 참여하고 있었다. 본인을 견제해야 할 사외이사를 뽑는 데 자신이 투표권을 행사한 것이다. 우리와 달리 HSBC나 시티그룹, Barclays 등 글로벌 금융회사들은 CEO가 사추위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

이 밖에 CEO 경영승계 절차가 비교적 늦게 이뤄지는 것도 개선할 항목으로 꼽혔다. 성과보수에 대한 구체적인 환수조건, 절차 등 조정 규정이 미흡한 점도 지적됐다.

금감원 측은 금융지주사 이사회 및 경영진과의 면담을 통해 지배구조상 위험 요소가 개선될 수 있도록 상시감시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경영실태평가제도의 지배구조 부문 평가를 강화하고, 이사회의 책임과 역할 등을 명확히 인식토록 자율적인 지배구조 개선을 유도하는 데에도 주력할 방침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점검 결과 발견한 문제들은 금융회사 지배구조법 개정안에 반영할 것”이라며 “금융회사의 지배구조 개선 동향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는 한편, 나머지 금융회사에 대해서도 점검을 실시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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