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과 EU를 겨냥한 보호무역조치를 본격화하면서 전 세계가 ‘무역전쟁’의 격랑에 빠져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2년차를 맞아 철강제품에 대한 관세를 강화키로 했다. 자국 철강산업을 보호한다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실제론 중국을 노린 제재였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미국은 우리나라를 비롯한 EU 등 동맹국에 예외 없이 관세를 매기는 결정을 내렸다. 사실상 미국 대 세계 구도의 경제전쟁을 선전포고한 셈이다.

이에 EU는 미국산 철강과 농산물 등 기존 수입 품목에 더해 할리 데이비슨, 버번, 리바이스 등 미국을 상징하는 주요 브랜드에 대한 보복관세 카드를 꺼내들었다.

중국도 미국의 조치를 강도 높게 비판하며 미국산 농산물에 보복관세를 매기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는 미국의 철강수입제제를 놓고 WTO에 제소하는 등 나름의 대책을 모색하고 있지만 뾰족한 수가 보이지 않는다는 게 문제다.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어떤 방식으로든 경제 리스크를 피하기가 쉽지 않다.

또 다른 문제는 미국발 보호무역조치가 중국과 EU 등의 연쇄반응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데 있다. 보호조치를 꺼낸 미국에 세계 각국이 ‘강경 대응’이라는 카드로 맞서는 형국이 만들어지면서 모처럼 회복세를 보이던 세계 경기가 다시금 냉각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미-소 냉전시대 이후 미국 중심으로 재편됐던 자유무역기조가 붕괴될 수 있다는 위기론이 대두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 나라의 수장이 자국의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관세를 높이고, 수입을 제한하기로 결정한 것을 마냥 비난할 수는 없는 일이다. 하지만 자유무역주의의 선봉에 섰던, 우리의 우방국이라 믿는 미국이 지난 역사 속에서 세워왔던 자유무역의 기준과 질서를 스스로 부정하는 모습은 요즘 우리 사회에서 들불처럼 번지고 있는 미투 운동 속 가해자들의 그것과 매우 닮은 듯해 씁쓸하다.

미국도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린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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