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산업 부정적 인식, 지역기업 형태로 타파해야
내년 3차 에너지기본계획서 탈원전 정책 공론화 필요”

2017년은 원자력계가 큰 전환점을 맞이한 해다. 현 정부의 에너지전환 정책기조가 이어진다면 현재 건설 중인 신고리 6호기는 국내 마지막 원전이 될 공산이 크다. 하지만 원자력계는 신고리 5·6호기 공론화 과정에서 희망을 발견했다고 말한다. 국민과의 소통강화로 해법을 찾겠다는 것이다. 올해가 저물어가는 시점에서 원자력계의 한해를 돌아보고 새해를 맞이하기 위해 정동욱 중앙대 교수를 만나봤다.

“새 정부가 출범 이후에도 강력하게 탈원전 정책을 밀어붙여 당혹감을 감출 수 없었습니다.”

정동욱 교수는 문재인 정부가 탈원전 공약을 내세웠지만, 국정운영을 책임지면 에너지 정책에서 원전의 중요성을 실감해 정책이 완화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지난 참여정부에서도 원전에 대한 거부감이 있었지만, 국정과정에서 필요성을 깨닫고 원전사업을 추진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의 탈원전 정책기조는 꺾이지 않고, 신고리 5·6호기 건설재개를 두고 공론화가 이뤄졌다.

“처음 공론화를 통해 신고리 5·6호기 건설여부를 결정한다고 했을 때 걱정이 많았습니다. 국민들이 에너지 정책과 원전에 대해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고, 정권 초 지지율이 높은 정부가 탈원전 정책을 추진했기 때문입니다. 결과적으로 건설재개로 결정이 난 점도 다행이지만, 원전에 대한 국민인식이 긍정적인 점도 좋은 신호입니다. 공론화 과정에서 2만6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원전 관련 설문조사는 전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힘듭니다. 이 조사에서 국민들의 원전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것이 고무적이었습니다. 힘든 한해였지만, 희망을 볼 수 있는 기회가 된 해이기도 합니다.”

정 교수는 국민의 마음을 얻는 것을 최우선과제로 꼽았다. 원전에 대한 국민의 여론이 바뀌면 정부정책 기조도 수정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원전은 정부 보호 사업으로 성장한 만큼 국민들은 이에 대한 저항감을 가지고 있다. 그는 이 때문에 원자력계가 국민과의 소통에 나서도 국민들이 정보를 받아들일 준비가 부족했다고 지적한다.

“원전이 핫이슈로 떠오르면서 중요한 전환점을 맞이했습니다. 그동안 국민과 소통하기가 어려웠는데, 국민적 관심사가 되면서 국민들도 우리의 이야기를 들어줄 준비가 됐습니다. 이를 계기로 국민 눈높이에 맞춰 정확한 정보를 전달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동안 원자력계는 한국 원전의 경쟁력을 강조해왔습니다. 올해 유럽 수출형 원전인 ‘EU-APR’의 표준설계가 유럽사업자(EUR) 인증을 획득하고 영국 무어사이드 원전 수주전에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서 국내 원전기술의 우수성을 입증한 것 같아 기쁩니다.”

그는 전세계적으로 국내 원전 기술력을 인정받아도 원전산업의 특성상 국민들이 부정적 인식을 가지기 쉽다고 토로했다. 원전산업은 거대자본이 투입되고 전력산업은 독점적 성격이 강하기 때문이다. 이는 반핵운동의 기저가 되기도 한다.

“반핵운동의 시작은 냉전시대로 거슬러 올라가지만, 근본적으로 원전산업은 자본집약적이고, 산업구조가 독점적이기 때문에 시민들은 거부감을 가지게 됩니다. 원자력계를 특권집단으로 보고, 민주시민사회를 지향하는 사람들에게 좋은 타깃이 되기 쉽습니다. 문제는 독점적 구조로 인해 원자력계도 대국민과의 소통과 교류를 등한시한다는 것입니다. 이 악순환의 고리가 현재에 이르게 했습니다.”

정 교수는 이에 대한 해법으로 원전산업이 지역산업으로 자리매김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본사에 종속된 운영체계보다는 자율권을 보장해 지역사회에 뿌리내려야 한다는 것이다.

“원전산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지역기업 형태로 타파해나가야 합니다. 발전소가 입지한 지역이 개발이 활발히 이뤄지면 지역화합을 이끌어낼 수 있습니다. 미국과 프랑스 등 해외의 경우 지역친화도가 매우 높습니다. 또 발전소에 대한 자부심도 강합니다. 원전이 지역사회 발전에 기여하고, 지역사회의 대표기업이 된다면 문제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습니다.”

그는 내년 3차 에너지기본계획에서 탈원전 정책에 대한 공론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 과정에서 원자력계가 희망을 찾을 수 있기를 바랐다.

“이번에 발표된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은 지난 2차 에너지 기본계획을 토대로 수립해야 했습니다. 정부의 에너지전환 정책은 3차 에너지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이후 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반영하는 것이 순리입니다. 내년도 3차 에너지 기본계획이 중요합니다. 이 과정에서 원전의 필요성을 묻는 공론화 기회가 있었으면 합니다. 물론 내년 한해도 원자력계는 어려운 상황일 것으로 예상되지만 국민의 지지를 얻고 희망을 볼 수 있는 한해가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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