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균형 발전 이점 있지만, 지방공기업 전락 우려
수도권 대학 출신자들 불만 폭발...청와대 국민청원에도 반대 의견 올라와

내년부터 지방 이전 공공기관의 지역인재 채용이 의무화되면서 지방 대학과 수도권 대학 출신들 간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8일 혁신도시특별법 시행령 개정안 입법예고를 통해 지방 이전 공공기관은 2022년까지 5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지역인재 채용비중을 높이도록 했다. 내년부터 우선 18% 수준을 적용하고 매년 3%씩 기준을 높여 최종적으로 2022년까지 30%를 달성해야 한다. 이 제도는 지방분권 국토 균형발전과 지역 일자리 창출을 목적으로 마련됐으며, 사실 문제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블라인드 채용 늘려야…청와대 국민청원에도 반대 의견 올라와

지역인재 채용 의무화제도를 통해 30% 이상을 해당 지역 대학 출신자들을 채용할 경우 수도권 대학 출신자들은 충분한 실력을 갖추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채용에서 탈락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지역인재’를 출신 대학의 소재지만으로 제한함으로써 지방에서 출생하고, 수도권 대학을 진학한 인재들은 취업에 차별을 받게 된다.

현재 청와대 국민청원에도 2174명이 이 제도에 대한 반대 의견을 제기했다. 국민청원에서는 지역인재 채용 할당제가 지방대학 출신이 아닌 지원자들에게 심각한 역차별을 주는 제도라며 ‘지역인재 채용 할당제’를 폐지하고 ‘블라인드 채용’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해당자의 출신 지역, 출신 대학과 관계없이 실력과 능력으로 평가받고 채용돼야 한다는 것.

또한 ‘지역인재 채용 할당제’는 위헌의 소지가 있다. 과거 노무현 정부는 ‘지역인재 채용할당제’를 공약했지만, 이후 위헌소지가 있다는 지적에 따라 ‘채용장려제’로 방향을 전환한 바 있다.

당시 헌법재판소도 “불가피하게 청년할당제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사정이 있더라도, 채용정원의 일정 비율을 할당하는 ‘경성고용할당제’를 강제할 것이 아니라, 정원 외 고용을 할당하거나 자발적인 추가 고용의 경우 재정지원 내지 조세감면 혜택을 주는 ‘연성고용할당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을 낸 바 있다.

◆공공기관들의 우수인재 채용에도 ‘빨간불’

공공기관은 취업준비생들이 가장 선호하는 직장으로 손꼽힌다. 정년이 보장돼 안정적인데다 급여도 대기업 수준으로 높기 때문이다.

때문에 공공기관들의 입사 경쟁률은 100대 1이 넘을 정도로 인기가 높다. 채용과 관련한 별도의 홍보를 안 해도 우수 인재들이 몰리고 있다.

하지만 지역인재 채용할당제가 도입되면서 인사담당자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부산이나 대구 등 대도시로 이전한 공공기관의 경우 그나마 상황이 낫지만, 해당 지역에 대학이 별로 없거나 수준이 떨어지는 기관들의 경우 일반 합격생들과의 격차가 심할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실제 지역인재 채용할당제 도입이 의무가 아닌 현재도 부산의 경우 지난해 채용에서 지역인재 비중이 27%에 달한 반면, 울산이나 충북은 10%를 밑돌았다. 부산에 위치한 한국남부발전의 지난해 지방인재 채용비율은 35.4%에 달했다. 대구에 위치한 한국감정원도 32.5%로 매우 높게 나타났다.

반면 전남 나주에 위치한 한국전력공사(8.8%), 울산에 위치한 한국산업인력공단(7.1%), 근로복지공단(4.3%) 등은 매우 저조하다.

울산으로 이전한 공공기관의 인사담당자는 “울산지역의 경우 대학 자체가 별로 없는데다 수도권과 비교해 수준도 떨어지는데 의무적으로 이 지역 대학 출신자를 30% 이상 채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며 “특히 이 지역 출신들로 30%를 채울 경우 지방공기업으로 전락할 우려가 크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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