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표 변호사(법무법인(유한) 태평양)
박진표 변호사(법무법인(유한) 태평양)

■ 연재를 시작하며

천연가스의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탈원전과 탈석탄의 기치 아래 재생에너지와 천연가스 위주의 에너지 대전환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경주 지진과 미세먼지에 의한 공기질 악화를 경험한 우리 국민들도 보다 안전하고 깨끗한 에너지원을 점점 더 선호하고 있다. 재생에너지가 입지적·경제적 제약을 극복할 때까지 청정연소가 가능한 화석연료인 천연가스가 가교연료로 부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적으로도 온실가스감축을 위해 천연가스로 에너지전환을 이루는 것이 대세이다. 미국의 셰일가스 개발은 천연가스시장의 유동성을 높이고 가격을 낮춰 천연가스로의 에너지전환을 촉진하고 있다. 구미의 기업들은 이러한 에너지대전환을 예견하고 천연가스전 개발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중국정부 또한 심각한 환경오염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국 내 셰일가스 개발과 해외 천연가스 도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성큼성큼 다가오고 있는 천연가스 시대를 맞이해 우리나라 정부와 기업 또한 충분한 준비를 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상황은 결코 녹록하지 않다. 자국 또는 타국에서 생산된 천연가스를 파이프라인을 통해 공급받을 수 있는 미국, 유럽이나 중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부존자원의 한계와 지리적 제약으로 인해 천연가스를 LNG(액화천연가스) 형태로 수입할 수밖에 없다. LNG는 결코 값싼 연료가 아니다. LNG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대규모 설비와 장치에 대한 투자가 이루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LNG 산업에 대한 국내 법제도와 규제 또한 천연가스 시대와 발맞추기에는 상당히 낙후돼 있다.

본 연재는 전세계의 LNG 산업이 어떻게 구성되고 작동하는지를 살펴보고, 또한 국내 LNG 산업이 어떠한 도전에 직면해 있고 이를 규율하는 법제도와 규제가 어떠한 한계를 가지고 있는지를 살펴본다. 본 연재가 우리나라가 천연가스 시대로 에너지대전환을 이루는 데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 LNG 산업의 밸류체인

LNG 산업은 천연가스전 개발, 액화, 선박운송과 재기화라는 여러 밸류체인으로 구성된다. LNG 프로젝트의 개발은 천연가스전 개발로부터 시작된다. 과거 천연가스 수요시장과 먼 곳에 위치한 천연가스전은 대부분 말 그대로 고립된 채 개발이 이루어지지 못했다. 마찬가지로 탄화수소 연료인 석유의 경우 1860년대에 이미 선박운송이 이루어졌지만, 천연가스를 선박으로 운송하는 것은 기술적으로 매우 어려웠다. 그리하여, 석유개발산업 초기 천연가스는 원치 않는 석유 부산물로 여겨지기도 했다(실제로 천연가스를 태워 버렸다). 그러나, 천연가스의 액화, 액화된 천연가스의 수송 및 재기화 기술이 개발되면서, 천연가스를 원거리 수요시장에 수송 및 판매할 수 있게 되었다. (1959년 미국 루이지애나주 레이크찰스에서 영국 캔베이 아일랜드까지 LNG를 운송한 것이 최초의 LNG 해상운송 사례이다). 그 결과 고립된 천연가스전의 개발이 차츰 이루어지게 되었다. 한편, 미국의 경우에는 역내 천연가스시장을 통해 천연가스를 구매할 수 있으므로, LNG 프로젝트를 위해 별도로 천연가스전을 개발할 필요는 없다.

LNG 밸류체인의 다음 단계는 액화프로젝트이다. LNG 밸류체인 가운데 가장 큰 규모의 투자가 이루어지는 것이 액화프로젝트이다. 액화플랜트에서 천연가스는 약 -162℃까지 냉각되어 액화되고 부피는 1/600으로 줄어든다. 액화플랜트는 이와 같이 액화된 천연가스, 즉 LNG를 저장하고 LNG 탱크선에 선적하는 기능도 수행한다. 전통적인 액화플랜트는 육상에 건설되었으나, 최근에는 해양플랜트 방식으로 건조되는 경우도 나타나고 있다. 한국가스공사 또한 호주 Prelude FLNG 프로젝트와 모잠비크 Coral South FLNG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수출국의 액화플랜트에서 선적된 LNG는 수입국의 인수터미널까지 LNG 탱크선에 의해 운송된다. LNG 탱크선은 단열저장탱크를 설치한 특수선이다. 전통적으로 LNG 탱크선은 특정 LNG 거래를 위해 건조되었고 그에 투입되었다. 그러나, LNG 현물거래가 증가함에 따라 특정 LNG 거래에 지정되지 않은 LNG 탱크선이 증가하고 있다.

LNG 밸류체인의 최종 단계는 재기화설비를 갖춘 인수터미널이다. 수입된 LNG 카고는 인수터미널 내 하역설비에 의해 하역되어 저장탱크에 저장되었다가 기화설비에 의해 재기화된 후 배관망으로 송출된다. 탱크로리 또는 컨테이너 탱크에 의해 운송되는 경우도 나타나고 있다. 최근에는 아르헨티나, 브라질, 두바이, 인도네시아 등지에서 하역, 저장 및 재기화가 해상에서 이루어지는 FSRU(floating storage and regasification unit)가 도입되었다.

LNG 프로젝트는 대규모 자본투자를 필요로 한다. Poten & Partners에 의하면 천연가스전 개발에는 30~50억 달러, 액화플랜트 건설에는 40~70억 달러, LNG 탱크선 건조에는 15~17억 달러, 그리고 인수터미널 건설에는 4~7억 달러가 소요된다고 한다. 이러한 특성으로 인해 LNG 산업은 전통적으로 매우 조심스럽고 보수적인 사업모델에 기반하여 왔다. 하지만, 경제적 변화와 기술의 진보를 바탕으로 새로운 사업모델로 진화하고 있다.

박진표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1975년 부산출생이다. 서울대 법대를 졸업했으며, 2004년 부터 국내 최대 로펌인 태평양에서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대외 활동도 활발해 해외자원개발협회 연구위원, 국민연금공단 대체투자위원회 위원을 역임하고 있다. 2015년 부터는 전력법포럼 한전추천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전력 가스 분야에 대한 관심이 높아 최근에는 LNG 프로젝트의 역사와 프로젝트 전과정을 다룬 ‘LNG 세상을 바꾸는 연료’를 번역 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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