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남북정상회담 건배주로 사용하면서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문배술은 ‘오랜 기다림’으로 더 유명하다. 증류주인 문배술은 증류 후 바로 마시지 않고 술병에 담아 서늘한 곳에 1년 정도 숙성시킨다. 이 과정을 거쳐야만 문배술의 진정한 맛과 향이 술잔에 맺힌다. 고려시대 임금님께 진상했다고 전해지는 문배술은 천 년 동안 이어지는 전통주이기도 하다. 현재는 김포시의 특산물이여, 양조법이 중요무형문화재 제86호로 지정돼있다.

남북정상회담 당시 김정일 위원장은 “문배술은 평양 주암산 물로 만들어야 제 맛이다”라고 말해 화제가 됐었다. 사실 문배술은 평안남도 평양에서 전해지는 술이다. 벼농사에 적합하지 않는 지역의 술이다 보니 우리나라 전통주로는 독특하게 쌀을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 수수, 조, 밀(누룩)만으로 빚는 것이 특징이다. 수수가 주재료이다 보니 중국 고량주와 유사한 향과 맛이 난다.

문배술이라는 이름이 붙은 이유는 문배나무의 열매인 돌배의 향이 나기 때문이다. 물론 실제로 배가 들어가는 것은 아니다. 곡식을 원료로 하는 증류주가 잘 빚어질 경우 꽃이나 과일 비유되는 풍미가 나는 경우가 많다. 40도가 넘는 독주지만 한잔 입에 털어 넣으면 농익은 배의 향기가 오랫동안 입가를 감돈다.

문배술은 육질이 찰지고 감칠맛이 좋은 참숭어회와 잘 어울린다. 애주가들 사이에서는 평양지역의 술인 만큼 평양식 녹두지짐을 추천하기도 한다. 평안도의 녹두지짐은 돼지비계를 올려 푸짐하게 구워내는 것이 특징이다. 하지만 문배술은 특정 요리나 전통 한식뿐만 아니라 어떤 요리와도 궁합이 맞다. 좋은 술이 좋은 음식을 만드는 법이다.

문배술의 향과 맛을 제대로 즐기려면 스트레이트로 마시는 것을 추천한다. 40도의 높은 도수가 부담스럽다면 얼음을 넣어 마시는 온 더 락(On the Rock)으로 마셔도 좋다.

저작권자 © 전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