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실가스 감축목표 달성 위해 엄격한 적용 가능성
유상할당, 벤치마크제도 도입은 큰 변화 없을 듯
외부사업 등 전문성 필요한 영역은 '투트랙‘ 전략 필요

배출권거래제의 환경부 총괄 기능 복원 이후 운영체계(안) (출처=2017 대한민국 탄소포럼, 로엔컨설팅 발표자료 재인용
배출권거래제의 환경부 총괄 기능 복원 이후 운영체계(안) (출처=2017 대한민국 탄소포럼, 로엔컨설팅 발표자료 재인용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 총괄기능이 기획재정부에서 환경부로 복원된다. 문재인 정부 국정과제에 ‘배출권거래제 정상화’를 명목으로 전담부서 조정이 포함되면서 전담부처 변경은 예견됐고, 송옥주 의원(더불어민주당)이 대표발의한 온실가스 배출권의 할당 및 거래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에서 총괄조직이 환경부로 명시되면서 구체화됐다.

최근 열린 2017 탄소포럼에 참석한 김은경 환경부장관은 “배출권거래제도 1차 운영기간의 경험과 교훈을 바탕으로 2차 계획기간에는 배출권 유상할당제도를 도입하고, 배출권할당계획을 정립하는 등 제도 강화를 통해 배출권 거래제도의 실효성을 높여나가겠다”고 강조하며 환경부의 온실가스 배출권제도 운영을 재확인했다.

◆환경부 총괄 배출권거래제도, 달라지는 부분은?

정부 국정과제에 명시된 ‘배출권거래제의 정상화’는 그동안 배출권거래제가 제대로 운영되지 않았다는 평가로 풀이된다. 실제로 1기 배출권거래제도는 들쑥날쑥한 배출권 가격, 경직적 시장 등의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따라서 환경부는 보다 적극적인 수단을 통해 파리기후협약에 따른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 달성을 의도할 가능성이 높다. 규제기관의 성격을 갖는 환경부가 상대적으로 기업의 입장보다는 기후변화대응역량 강화에 초점을 맞출 수 있다는 예상과 맞물려 2차 계획기간 할당량이 감소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관장기관별로 배출권 할당이나 조정 등이 이뤄지면서 각 부처가 소관 기업을 과잉 보호했다는 지적도 있었다”며 “환경부가 총괄을 맡으면 보다 엄격한 기준 아래 배출권 거래제가 운영되지 않을까 예상하는 곳이 많다”고 말했다.

다만 김 장관이 도입을 밝힌 유상할당 제도와 벤치마크제도는 그대로 도입될 가능성이 높다. 두 제도 모두 이견이 있었던 적용 기준과 대상 설정이 마무리된 상황에서 기존 계획 자체를 뒤집기는 어렵다는 진단이 지배적이다.

할당계획 발표는 당분간 미뤄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 아직 환경부 조직개편이 완료되지 않은데다 8차전력수급기본계획 발표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온실가스 감축로드맵 수정안과 배출권거래제 2차 할당계획이 함께 발표될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온다.

제도의 안착을 위해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를 규제 대신 시장 활용의 단계로 발전시켜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오형나 경희대 교수는 최근 탄소포럼에서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는 할당에 의해 업체의 태도나 시장활동이 결정되는 모습이 자주 관찰됐다”며 “업체 뿐만 아니라 정부나 시민사회에서도 ‘감축실적’과 ‘배출권’의 시장거래와 이를 통한 수익활동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문성 문제 극복은 과제

총괄기관이 기재부에서 환경부로 달라지는 것은 평행이동에 불과하기 때문에 일거에 모든 문제를 해결하긴 쉽지 않다는 전망도 있다. 무엇보다 할당, 인증, 외부사업을 한 부처가 총괄할 경우 나타날 수 있는 전문성 문제에 대한 우려가 높다.

한 전문가는 “내실있는 제도 설계를 위해선 높은 산업 이해도가 필수적”이라며 “전문 부처에 코디네이팅을 맡겼을 때도 사각지대가 있었던 것이 사실”이라고 전했다.

무엇보다 관련 전문성이 가장 많이 필요한 외부사업은 환경부가 끌어안고 가기보다는 기존 부처와 ‘투트랙’ 운영을 하는 것이 보다 효율적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배출권거래제 외부사업이란 배출권거래제 대상이 아닌 기업이나 시설에서 신재생에너지나 에너지 소비효율화 사업 등으로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사업이다. 외부사업을 통해 인증받은 외부 감축 실적은 배출권거래제 대상업체에 판매할 수 있다. 대상업체는 이를 상쇄배출권으로 전환해 배출권거래시장에서 활용할 수 있다.

온실가스 감축이 국가적·세계적 과제임을 고려할 때 배출권거래제 외부사업은 국가온실가스 감축에 기여함은 물론 비대상기업에게는 환경을 보호하고 추가적인 수익을 창출하는 동인이 될 수 있고, 대상기업은 배출권 시장 활용의 폭을 확장할 수 있다.

강희찬 인천대 교수는 “외부사업의 경우 기존 관장기관이 운영중인 프로그램이나 소관사업에 포함돼 있던 것들이 대부분”이라며 “타 부처에 관련 내용이나 에너지 데이터를 넘기기 꺼릴 가능성이 높아 보다 효율적인 제도 운영을 위해선 환경부와 전문 부처가 힘을 모으는 전략도 중요하다”고 전했다.

개별업종별, 기업별 지속적인 미팅과 관련 공무원, 전문가 의견 청취의 중요성도 제기된다.

강 교수는 “대상기업과 정부 간 소통이 조금만 원활했더라도 1차기간 배출권 시장이 좀더 내실있게 운영됐을 것”이라며 “일방적 추진이 업계의 불만을 누적시킨 측면도 있다”고 전했다.

이어 할당 계획발표 이후 대상 기업의 신청과 이의제기를 거쳐 공청회 등 거쳐야할 절차가 많다. 기업 입장에서는 무엇보다 불확실성을 빨리 없애주는 것이 중요할 것”이라며 “제도를 정교하게 설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예측가능성을 높이고 업계가 어느정도까지 순응할 수 있는지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청정개발체제(CDM) 사업 대비 어떻게?

2차 계획 기간 중 종료되는 청정개발체제(CDM) 사업에 대한 대비도 필요하다. 탄소배출권(CER)이 발행되지 않을 경우 외부사업이나 외부인증실적(KOC)도 인정되지 않기 때문이다.

사전할당량이 적으면 외부사업을 그만큼 늘려 대응해야 하는데 사실 외부사업을 확장할 수 있는 방안이 적은 것도 사실이다. 좁은 초기 외부사업 적용 기준에 더해 비용 부담도 높다. 배출권 업체 입장에서는 검증비용에 계측비용까지 들어가는 비용이 만만치 않다.

업계 관계자는 “외부사업 등록을 위해선 등록인증비용과 이런저런 부대비용 등 약 500만원이 소요된다”며 “온실가스 1t 가격이 2만~2만5000원이라고 하면 100t 이하로 감축이 가능한 소규모 사업은 타산이 맞지 않는다”고 전했다.

1년마다 받던 검증을 2~3년에 한번씩 할 수 있게 기준을 완화하거나 외부사업을 간소화하는 방안이 대안으로 제시된다.

지자체의 경우 정책감축사업으로 외부사업에 참여할 수 있다. LED등교체의 경우 한 아파트만 하면 실적이 적기 때문에 같은 업체가 다른 아파트 여러곳을 묶어 시행하는 묶음감축사업의 실행도 검토된다.

업계 관계자는 “시장에서 거래되는 절반 이상이 KOC기 때문에 배출권 여유분이 나오지 않는 이상 외부사업이 잘 작동해줘야 한다”며 “할당대상업체한테 KOC를 팔고 KOC를 구매한 업체는 이를 상쇄배출권(KCU)으로 전환해 배출권으로 활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1차 기간을 거치며 배출권 사전할당분은 기업 이미지나 거래 성향 등으로 인해 거래가 껄끄럽다는 점이 확인됐다”며 “상쇄배출권이 활성화되지 않으면 시장은 더욱 경직될 수밖에 없다.

◆(News&Info)외부사업 우수사례도 속속 등장

최근 서부발전과 농림축산식품부, 충청남도가 함께 추진한 농업분야 온실가스 정책 감축사업은 외부사업의 좋은 사례로 꼽힌다. 농식품부-충남도청-서부발전은 지난 2015년부터 온실가스 감축설비 설치, 농가 교육 및 컨설팅, 데이터 수집, 모니터링 지원 등 감축사업 이행 및 감축량 검증을 위한 체계 구축 등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외부사업 체계 구축을 위해 노력해 왔다.

이 사업은 농업분야 최초로 배출권거래제 외부사업으로 승인받기도 했다. 서부발전은 정부, 지자체와 힘을 모아 농업분야 온실가스 감축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해 충남 소재 2개 농가에 지열히트펌프, 목재펠릿 보일러 등 저탄소 농업기술을 지원했다.

충남 홍성의 원예시설에서 사용하던 냉난방 유류전기보일러를 지열히트펌프로 대체해 온실가스 감축을 꾀함으로써 해당 농가는 7년간 총 2만818t(연간 2974t)의 온실가스를 줄일 전망이다. 인증받은 외부감축실적을 판매함으로써 연간 약 6000만원의 추가 수익 창출도 기대된다.

충남 논산의 원예시설은 열생산용 유류보일러를 목재펠릿 보일러로 대체했다. 해당 농가는 7년간 총 1785t(연간 255t)의 온실가스 감축과 연 500만원 수준의 온실가스 감축량 판매수익이 예상된다.

저작권자 © 전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