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시장서 공적 역할하겠다”
작년 기준 DR 자원 1GW 돌파, 17년간 쌓아 온 노하우가 비결
DR시장 경쟁 치열하지만 원칙만 지킨다면 “문제 없다”

글로벌 전력수요반응 시장 1위 기업인 에너낙이 국내 수요자원거래(DR)시장에서 확보한 자원 용량이 1GW를 돌파했다. 해외 DR시장에서 17년간 쌓아온 노하우를 국내 시장에서도 인정받은 셈이다.

“에너낙은 DR 분야 세계 최고의 기업이고, 한국에서도 DR시장이 자리잡는데 큰 기여를 했습니다. 지금은 국가전력산업에 이바지한다는 사회적 소명을 가지고 DR시장에 참여하고 있고요. 단순히 비즈니스만 보고 접근했다면 지금처럼 한국 시장에서 인정 받지 못했겠지요.”

에너낙은 전 세계 100개 이상의 국가에서 150억달러 규모의 전력 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글로벌 기업이다. 국내 DR시장에는 지난 2014년 한국 법인 ‘에너낙코리아’를 설립해 500여개 참여사를 관리하고 있다.

지난 22일 서울 중구 에너낙코리아 본사에서 만난 김유상 사업본부장<사진>은 “DR시장은 환경, 정부, DR사업자, 참여사 등 4개 이해당사자가 이득을 볼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이라며 “사회적인 의미로 보나, 비즈니스 측면으로 보나 DR시장은 장기적으로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DR은 전력 수요가 증가했을 때 발전기를 돌리는 대신 전기 사용량을 줄여 전력수급을 안정화시키는 제도다. 발전소를 더 짓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친환경적이고, 사회적인 편익도 거둘 수 있다.

DR시장은 폭발적인 성장을 거듭해 1차년도 자원용량은 1520MW에서 3885MW로 대폭 늘었다. 하지만 이 때문에 사업자간 경쟁이 지나치게 과열되는 문제도 발생하고 있다. 이에 대해 김 본부장은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제도와 규칙을 준수해야 한다고 말한다. 사업자들의 무리한 영업이 시장 전체를 악화시키거나, 그동안 쌓아온 DR 시장의 신뢰를 무너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DR 사업을 해 온 만큼 선도기업으로서 모범을 보여줘야 한다는 책임감도 있다.

“사업자간의 경쟁이 치열해지는 건 어쩔 수 없어요. 다만 과정에서 규정은 철저하게 지켜야 하는 거죠. DR시장의 가장 중요한 원칙은 ‘신뢰’입니다. 처음엔 달콤한 사탕으로 참여사를 유혹할 순 있을지 몰라도, 거기에만 몰입하다가는 DR 시장의 본질과 멀어질 가능성도 있어요.”

DR 사업자들이 무리하게 영업을 확대하다가 참여사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는 사태를 우려하고 있다. DR 사업자 입장에선 당장 용량을 많이 확보하는 게 최우선이지만 장기적으로는 불안요소가 될 수 있다는 것.

현재 DR 시장에 참여하고 있는 사업자가 지나치게 많다는 것도 문제다. 국내 DR사업자는 14개로, 미국이나 유럽의 5~6개보다 3배가량 많다. 사업역량을 제대로 갖추고 있다면 괜찮지만 부실 사업자를 방치하는 건 DR 시장의 신뢰를 저해하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

김 본부장은 “DR 시장은 신뢰와 안정성을 바탕으로 다음 단계로 넘어서야 하는 중대한 기로에 섰다”며 “시장의 불안감을 없애려면 부실 사업자를 감시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에너낙도 외국계 기업인 탓에 시장 초기에는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는 시선도 많았던 게 사실이다. 외국계 기업인 에너낙이 무리한 영업행위로 시장을 뒤흔들지도 모른다는 우려였다.

김 본부장은 “에너낙코리아는 사기업이지만 DR시장에 참여하면서 공적 역할도 일부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사회기여 활동이나 환경보호에도 동참한 공로로 지난해에는 서울시가 선정한 ‘에너지를 나누는 이로운 기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를 바탕으로 국내 DR 자원 용량 3885MW 중 에너낙코리아가 확보한 자원은 지난해 11월 기준 1000MW를 넘어섰다.

“제한된 시장 제도 아래 DR 참여사들이 최대 수익을 얻을 수 있도록 정확한 컨설팅을 해주는 게 DR 사업자의 역할”이라며 “컨설팅 전략은 영업비밀이기 때문에 공개할 순 없지만 철강, 화학, 제지, 시멘트 등 업종별로 축적한 DR 경험이 가장 큰 무기”라고 설명했다.

에너낙코리아는 각 공정을 이해하고 있는 전문가를 다수 확보해 전력거래소가 감축발령을 했을 때 정확한 대응이 가능하다. 덕분에 에너낙코리아가 확보한 DR 자원 용량도 매년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3차년도 자원등록이 끝난 뒤 에너낙코리아가 확보한 자원은 원자력발전소 1기와 맞먹는 1GW를 넘어섰다.

“용량이 증가한 것만큼이나 눈여겨볼 건 참여사들의 만족도가 높아졌다는 겁니다. 시장 초기에는 저희 직원들이 직접 전국 방방곡곡을 다니면서 참여사를 모집하고 설득했지만 요즘은 입소문을 타고 먼저 연락하는 분들도 있어요. DR시장에 대한 인식도 긍정적으로 전환이 많이 됐고요.”

에너낙코리아는 외국계 기업이지만 국내 투자와 고용창출을 통해 한국형 기업이 되겠다는 방침이다. 기술이전은 미국 본사에서 받고 있지만 이미 한국 직원들이 주축으로 에너낙코리아를 주도하고 있다. 미국 본사에서도 한국에서의 사업을 성공적이라고 평가하고, 일본, 대만 등 아시아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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