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지침에 보급 늘지만 초기설정, 학습기능 불편해 외면
휴대폰 충전기 등 저전류 가전제품 늘면서 오동작 빈번

경기도 김포에 사는 주부 윤 모씨(46세)는 최근 이사 온 아파트에서 대기전력콘센트를 설정하면서 큰 불편함을 겪었다. 이전에 살던 주택의 대기전력콘센트는 대기모드와 상시모드를 수동으로 조작하는 형태였는데, 새로 입주한 주택에는 입주민이 직접 초기세팅작업을 해야 하는 제품이 설치돼 있었기 때문이다. 매뉴얼도 없는 상태에서 대기전력콘센트 1개를 초기 설정하는데 애를 먹은 윤 씨는 ‘이런 제품이 왜 대기전력 자동차단장치인지 모르겠다’고 분통을 터뜨린 뒤 다른 방에 있는 제품 사용을 포기했다. 대신 그는 일반 콘센트에 멀티탭을 연결해 가전제품을 쓰고 있다.

대기전력콘센트가 일반 가정에서 애물단지 취급을 받고 있다.

불필요하게 낭비되는 대기전력을 줄인다는 취지로 보급은 확대되고 있지만 불편한 초기세팅 과정으로 인해 소비자들로부터 외면을 받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이다.

대기전력콘센트는 릴레이를 사용해 전자제품 내부의 전원공급장치(SMPS), 트랜스 등의 운영에 소요되는 대기전력을 차단하는 장치로, 정부가 ‘건축물 에너지절약 설계기준’을 개정해 대기전력차단콘센트 또는 대기전력차단스위치로 차단되는 콘센트가 세대 내 총 콘센트 개수의 30% 이상이도록 의무화하면서 관련 시장은 급성장했다.

특히 서울시는 지난 2011년 대기전력차단콘센트의 의무설치비율을 국토부 고시보다 높은 50%로 설정했고, 올해 9월부터는 ‘건축물 및 정비사업(재개발‧재건축)의 환경영향평가 항목 및 심의기준’을 변경해 이 기준을 70% 이상으로 높이면서 보급을 주도했다.

그러나 초창기 대기전력콘센트는 전원이 투입되는 ‘상시’와 대기전력을 차단하는 ‘대기’ 모드를 소비자가 수동으로 조작하는 형태였다. 상시와 대기모드 전환은 손쉽지만 소비자가 필요할 때마다 직접 허리를 굽혀 조작해야 한다는 점에서 불편함이 없지 않았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등장한 대기전력자동차단콘센트는 대기전력 학습기능을 내장, 연결된 부하가 사전에 맞춘 에너지레벨(설정값)을 초과하면 실제부하로 인식해 전원을 투입하고, 레벨 이하면 대기전력 상태로 인지해 자동으로 차단하는 기능을 구현했다.

현재 시중에 보급되고 있는 대부분의 대기전력콘센트들이 이런 형태의 제품들이다.

하지만 이 제품들 역시 사용 초기에 소비자가 직접 에너지 레벨을 설정해야 하고, 복귀과정이 불편하다는 게 단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특히 사전에 에너지레벨을 설정하는 일반적인 대기전력차단제품의 경우 휴대폰 충전기, LED취침등 등 저전류를 유지하는 제품을 연결했을 경우 사용 중임에도 불구하고 대기전력 상태로 인식해 전원을 차단, 생활에 불편을 주는 사례가 속출한 것도 대기전력콘센트가 소비자의 외면을 받게 된 이유 중 하나다.

배선기구 업체들이 대기전력자동차단콘센트와 일반 콘센트 중 하나를 선택해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을 개발하거나 1구의 대기전력콘센트와 2구의 일반콘센트가 결합된 3구 제품을 내놓는 것도 결국 대기전력콘센트에 불편함을 느끼고 있는 소비자의 심리를 간파한 전략으로 볼 수 있다.

업체 관계자는 “정부 지침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세대 당 일정 수량 이상의 대기전력콘센트가 설치되고 있다”면서 “그러나 소비자 입장에선 일반 콘센트에 비해 더 많은 비용을 지불했음에도 불구하고 불편한 초기설정과 오작동 때문에 대기전력콘센트를 외면하고 있는 게 작금의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업체 관계자는 “소비자는 갈수록 편한 걸 원하고 있다. 때문에 이제는 청소기도 물걸레가 결합된 제품이, 에어컨도 공기청정기와 융합된 제품이 더 잘 팔린다”면서 “대기전력콘센트도 이제는 간편하고 손쉽게 사용할 수 있는 제품이어야 소비자의 이목을 끌고, 대기전력을 줄이는 본연의 역할을 다할 수 있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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