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위주의 배터리 시장서 단연 두각
배터리 제조 全 공정 구축, 세계와 경쟁"

코캄 전력사업부를 이끌고 있는 홍인관 이사(사진=코캄)
코캄 전력사업부를 이끌고 있는 홍인관 이사(사진=코캄)

지난해 9월 한전 주파수조정(FR)용 에너지저장장치(ESS) 시범사업의 사업자 선정결과가 발표되자 업계에서는 유독 한 업체를 주목했다. LG화학, 삼성SDI 등 대기업을 제치고 배터리 부문 기술점수 1위를 차지한 코캄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중소 배터리 제조업체로는 유일하게 배터리 제조기술을 확보하고 있고 이미 10여년간 경험을 쌓은 덕분이다. 다른 중소업체들은 LG화학이나 삼성SDI의 배터리 셀을 패키징만 해서 판매하는 공급업체에 가깝다.

코캄은 한전이 올해 발주한 FR용 ESS 사업에서도 2개 사업을 따내는 데 성공했다. 특히 기술 점수는 LG화학에 이어 2위를 차지했고, 그 차이도 근소했다. 지난해에는 LG화학마저 제치고 1위를 차지했고 올해 초 지난해 사업을 분석한 결과 코캄 배터리의 점수가 가장 높았다.

“LG화학이나 삼성SDI가 전 세계 1, 2위를 다툰다고는 하지만 효율, 밀도면에서 코캄 배터리가 앞서는 건 정평이 나 있습니다. 이 때문에 지난해 한전 사업 입찰에서 모두의 예상을 깨고 기술점수 1위를 차지했던 것이고요. 올해도 당연히 1위를 할 줄 알았는데 아쉬운 게 사실입니다.”

ESS 분야에서 이런 성과를 이끌어낸 인물이 바로 코캄 전력사업부를 책임지고 있는 홍인관 이사다. 그는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학(USC)에서 전기공학을 전공하고 졸업 후 한국으로 돌아와 코캄 연구소에 입사했다. 연구소에서 10년 가까이 갈고 닦은 기술개발 실적과 현장경험은 한전 사업을 비롯해 해외 사업을 수주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몇 년 동안 현장에서 살았더니 웬만한 전문가보다 ESS를 잘 파악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발표하러 가서도 어떤 질문이 나오든 대응이 가능하기 때문에 그만큼 유리하죠. 요즘은 ESS 관련 세미나 발표 섭외도 쇄도하고 있습니다.”

코캄은 대기업이 장악한 리튬이차전지 시장에서 묵묵히 경쟁력을 키워가고 있는 것으로 업계에서 유명하다. 대기업에서 리튬이온배터리만 제작하는 것과 달리 다양한 배터리를 만들고 특히 프리미엄 배터리를 개발한다는 게 특징이다. 그만큼 가격이 비싸지만 성능은 월등히 앞선다는 게 홍 이사의 설명이다. 덕분에 미국, 독일, 브라질, 뉴질랜드, 노르웨이 등에 배터리를 판매했다. 그동안 국내외에서 ESS용 배터리만 100MWh를 팔아치웠다.

“프랑스 배터리 업체 사프트의 대표가 라이벌로 코캄을 꼽은 적이 있어요. 그만큼 국내보다 오히려 해외에서 인정을 받고 있습니다. 비결이요? 10년 이상 축적한 연구실적과 제조기술 덕분이죠. 코캄은 2004년부터 본격적인 대용량 배터리 생산을 시작했습니다. 대기업들이 2008년 즈음 시작한 것보다 훨씬 빠르죠.”

코캄이 최근 ESS 분야에서 거두고 있는 성과는 결코 우연이 아니다. 이미 2008년 미국 인디애나주에 세계 최초로 FR용 ESS 사업을 성공시키며 입지를 다졌다. 이후 국내에서도 전남 가사도, 현대중공업, 대성에너지 등에 배터리를 공급했다. 이외에도 특수한 목적으로 사용하는 미국 군수, 선박, 항공 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에너지 밀도가 높기 때문에 적은 용량의 배터리만 투입하고도 순간적으로 엄청난 효율을 낼 수 있는 기술력 덕분이다. 미사일, 로켓, 탱크, 전투기 등에서 코캄의 배터리가 활용되고 있다.

코캄의 장점은 배터리에만 국한돼 있지 않다. 배터리를 제조하기 위한 모든 공정을 자체적으로 소화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라고 홍 이사는 말한다. 단순히 셀만 제작하는 게 아니라 배터리 소재, 패키징 등을 코캄을 비롯해 6개 자회사가 담당한다. 이 때문에 배터리 제조공장을 지어달라는 문의도 쇄도하고 있다. 미국, 캐나다 등에는 이미 배터리 제조공장을 지어준 바 있다.

“가격은 비싸더라도 제대로 된 제품을 만들자는 게 코캄의 철학입니다. 제품의 성능으로 승부하면 되니까요. 지금까지 해온 것처럼 프리미엄 배터리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국내가 아니라 세계에서 경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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