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 기술개발 ‘집중’보다 ‘분산형’으로"

“배터리를 활용한 ESS 중 국내에서 산업화하기 유망한 것은 리튬이온전지, 레독스흐름전지, 슈퍼커패시터 3가지 정도입니다. 하나의 기술이 모든 것을 다 커버할 수 있다고 판명나기 전까진 이 기술들을 같이 끌고 가야할 필요가 있죠.”

김광범 연세대 신소재공학과 교수는 커패시터 분야의 전문가다. 최근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주재로 열린 ESS 현장 간담회에서 ESS 활성화 방안에 대한 발표를 진행하기도 했다.

“리튬이온전지와 슈퍼커패시터는 비교적 용량이 작은 ESS에 적합합니다. 양수발전을 대체할 수 있는 대용량 ESS로는 압축공기저장시스템이 유망하죠. 양수발전보다 용량이 조금 작은 건 또 레독스흐름전지가 적합해요. 각 기술별로 속성이 다르기 때문에 한 분야에 올인하는 게 아니라 어느 정도 기술특성이 판명될 때까지는 여러 방향으로 기술개발을 진행해야할 필요가 있어요.”

리튬이온전지는 휴대폰에 사용되는 배터리로, 국내 대기업이 세계적인 제조기술을 보유한 분야다. 에너지밀도가 높고 효율이 좋지만 아직까진 가격이 높다.

일본이 기술을 주도하고 있는 슈퍼커패시터는 수명이 길고 에너지밀도가 높지만 마찬가지로 비용이 높은 점이 한계다. 이 밖에 레독스흐름전지는 대용량화가 쉽고 장시간 사용이 가능하지만 에너지밀도와 효율이 비교적 떨어진다. 압축공기저장시스템은 100MW 이상 대규모 저장이 가능하고 발전단가가 작은 반면 초기 비용이 많이 소요된다. 각 기술이 가진 한계는 앞으로 꾸준한 기술개발을 통해 보완해야할 부분이다.

김 교수는 상황에 따라 “어떤 환경에서는 리튬이온전지가, 어떤 환경에서는 슈퍼커패시터가 적절한 솔루션이 될 수 있다”며 “몇 가지 유망한 기술에 대해서는 연구개발을 다양하게 끌고 가야한다”고 지적했다.

이런 이유로 미국이나 일본 역시 한 가지 기술개발에 집중하지 않고 다양한 분야의 ESS 기술개발을 추진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김 교수는 ESS 활성화를 위한 몇 가지 의견도 내놨다.

“먼저 제도와 법령을 보완해야합니다. 대형건물의 비상발전기를 ESS로 대체하도록 하는 것도 방법이죠. 아시다시피 ESS는 충전할 때는 부하가 됩니다. 충전한 전기를 방전할 때 비로소 발전기 역할을 하는 것이죠. 그러나 방전 시의 역할을 감안해 발전설비로 보자는 논의가 많아요. 인센티브를 주자는 주장은 일반적인 얘기고 우선 법령과 제도정비가 뒷받침돼야 해요.”

김 교수는 이 밖에 ESS에 대해 발전사업으로 법적 지위를 부여하거나 보조서비스 시장에 참여할 수 있도록 규칙을 개정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전기요금 체계 개편과 공공부문에 대한 설치 의무화도 ESS 활성화를 견인할 거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중대형 ESS는 기술적으로 개선할 여지가 많아요. R&D에 대한 정부 지원을 늘려 기술적 성숙도를 확보할 필요가 있죠. 또 안전성 평가와 인증체계 활성화를 위한 기반을 구축해야합니다. 대형시스템은 상용화 전에 많은 검증이 필요하거든요. 인증·시험 평가설비가 필요한데 워낙 비용이 많이 들다보니 민간기업에서 자체적으로 투자하기엔 부담이 큽니다. 정부에서 지원하는 실증시험단지 등의 시설이 있으면 기업에서 활용할 수 있을 겁니다. 아직 ESS에 대한 국제 기준이 없기 때문에 발 빠르게 나선다면 국제 표준시장도 선점할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하고 있습니다.”

김 교수는 “미국, 일본, 유럽 등의 선진국에서는 정부와 기업이 공동전략으로 ESS 개발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며 “ESS 시장은 아직 태동기지만 성장가능성이 굉장히 높기 때문에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인적자원을 확보하는 것도 중요한 문제 중 하나”라며 “현재 산업부 과제는 대부분 몇 년 안에 기술을 상용화해 제품을 내놓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앞으로 인력양성이 강조된 프로그램이 늘어나면 ESS 확대에도 도움이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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