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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요금은 못 올리니 발전사업자 쥐어짜는 정부
RPS 정산기준가격 일방적 개정 통보..소급적용해 정책신뢰 무너져
외부구매보다 자체건설 비중 클수록 손실 커…재생E 확대 정책 역행
기준가격 낮을때는 시장논리 펴더니 높아지니 시세차익 회수 나서
이번 개정으로 4000억~5000억 회수 전망…한전 적자 발전사에 전가
윤대원 기자    작성 : 2021년 11월 24일(수) 16:44    게시 : 2021년 11월 24일(수) 19:15
정부가 추진 중인 RPS 의무이행 정산제도 개정안을 당장 올해 구매물량부터 소급 적용할 계획이어서 업계가 한 해 계획한 사업을 망치게 됐다며 불만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사진은 기사의 특정 사실과 관계 없음.)
[전기신문 윤대원 기자] 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제도(RPS) 공급의무기관인 발전사업자들이 정부의 무책임한 제도 개선으로 멘붕에 빠졌다. 업계 일각에서는 연료비 인상을 반영하지 못한 전기요금 탓에 불어난 한전의 적자를 해소하기 위해 발전사업자를 쥐어짜려 한다는 비난마저 나오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최근 RPS 의무이행 정산제도 개선방안을 발표하고, RPS 의무이행비용 보전금액의 산정방법을 개편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RPS 의무공급기관들은 총발전량의 일정 비율만큼 재생에너지로 전기를 직접 만들거나 외부에서 REC를 구매해 부족한 의무공급량을 채워야 한다. 이때 해마다 한전이 의무이행한 용량만큼을 정산기준가격에 따라 보전하고 있다.

이번에 정부가 발표한 개정안에서는 과거와 달리 별도 정산되고 있는 장기고정가격계약 (SMP+REC)을 제외하고 자체건설과 현물시장 및 REC 계약 등 외부구매만을 합산해 기준가격을 책정토록 한다는 방침이다.

또 ±20% 수준으로 정한 상·하한선 역시 전년도 태양광 선정계약가격(장기고정가격계약)에서 전년도 기준가격으로 바뀐다.



◆갑작스러운 개정과 소급 적용으로 정책 일관성 무너져= 문제는 이 같은 개정변경에 따른 정산가격을 내년이 아닌 올해 이행분부터 적용한다는 것이다. 29일 제도개정이 확정된다면 지난 3월부터 기존 기준에 맞춰 의무공급량을 이행해왔던 발전사업자들은 갑자기 변경된 기준으로 이행비용을 보전받게 된다. 특히 새로운 상·하한선 기준이 될 전년도 기준가격 산정 역시 새로운 규정에 따라 대폭 하락할 예정이어서 업계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기존 규정대로라면 지난해 상·하반기 실시한 장기고정가격계약 낙찰평균가에서 계통한계가격(SMP)을 제외하고, 기준이 되는 가격은 7만8000원 수준이다.

±20% 수준으로 정한 하한가를 적용하면 아무리 낮아도 REC당 최소 6만2000원을 보전받을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발전사업자들은 이를 기준으로 올해 사업계획을 세우고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을 추진해 왔다.

그러나 이번에 바뀐 기준에 따르면 올해 3월부터 내년 3월까지 1년간 보전받을 금액은 REC당 4만6000원 수준으로 대폭 하락할 전망이다.

그러나 변경된 기준에 따라 전년도 기준가격에 맞춰 상·하한선이 변경됐다.

지난해 기준가격은 REC당 6만6663원 정도로 하한선은 5만3000원 정도가 돼야 한다.

그러나 정부 계획대로라면 올해 3월부터 내년 3월까지 1년간 보전받을 금액은 REC당 4만6000원 수준으로 대폭 하락할 전망이다.

정부가 2020년 기준가격까지 소급 재산정한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업계가 추산한 2020년 기준가격은 4만9000원까지 떨어졌다. 이 경우 하한 금액이 3만9000원이 되는 만큼 4만6000원이라는 가격이 가능해진다.

당초 예상했던 최소 6만2000원과 비교하면 REC당 1만6000원이나 떨어지게 되는 셈이다.

피해는 발전사업자들만 입는 게 아니다. 의무공급사들과 정부가 매년 정하는 기준가격을 바탕으로 계약을 맺은 재생에너지 사업자들 역시 정부의 갑작스러운 제도 변경 탓에 큰 손해를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 정책 하나로 발전사업자들의 올해 수입구조가 엉망이 됐다. 정부가 제시한 정책에 맞춰 올해 기준가격 상·하한선 내에서 비용을 예측하고, 사업을 추진했는데 연말이 된 시점에 올해 사업 전체의 매출 기준을 바꿔버리겠다고 하면 누가 납득을 하겠나”라며 “내년부터 이 기준을 적용하겠다고 하면 사업자들이 어쩔 수 없이 따르겠지만 이걸 소급개념으로 올해 구입한 모든 물량에 적용하겠다고 하니 반발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적어도 정책을 발표할 때 어느 정도 준비할 시간을 주고 시작해야 사업자들이 여기에 맞춰서 사업을 추진하는데, 이미 올해 초에 손익을 다 계산한 상태에서 이렇게 정부가 뒤통수를 치게 되면 앞으로 누가 정부를 믿고 사업을 하겠냐”고 푸념했다.

특히 이번 개정으로 현물구매로 의무량을 채우는 회사보다 자체건설 비율이 높은 발전회사들의 피해가 크다.

자체건설 사업의 경우 투자비용 및 유지보수, 높은 계약가격 등 문제로 인해 거래가격이 현물시장 대비 높은데 기준가격은 거래가격이 낮은 현물시장을 기준으로 책정되다 보니 큰 폭의 적자가 불가피해진다는 것. 사업자별로 규모는 다르지만 일부 회사는 수백억원대의 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자체건설 비중이 높은 의무공급사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신재생에너지 보급 확대 정책을 펼치면서 비싼 돈을 주더라도 정부 정책에 발맞추기 위해 자체 건설에 막대한 비용을 투입했는데, 이로 인해 큰 피해를 입게 된 것은 당초 제도 개선 취지에도 어긋나는 일”이라며 “이번 제도 변경은 현물시장에서 저가로 REC를 구매하고 높은 가격에 비용을 정산받으면서 큰 차익을 거두는 회사들을 견제하기 위한 것인데, 왜 차익을 거의 거두지 못하는 회사들이 더 큰 피해를 입어야 하냐”고 말했다.

RPS 현물가격 및 기준가격 동향.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왔다 갔다 하는 정부 태도= 이번 개정안을 두고 10년 전과 180도 뒤바뀐 정부 태도도 도마 위에 올랐다.

RPS 제도가 처음 도입된 2012년만 해도 의무공급사들이 할당량을 다 채우기가 어려워 현물시장 가격이 장기고정가격계약을 통한 선정 가격을 상회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때 기준가격을 낮추는 역할을 한 게 고정가격계약의 평균 입찰가다.

실제로 2012년의 경우 현물가격이 REC당 6만8000원이었지만, 기준가격은 3만2000원으로 의무공급사들이 REC당 3만6000원의 손해를 봤다.

2013년에는 현물가격과 기준가격의 차이가 10만4000원까지 벌어지기도 했다. REC 가격이 16만1000원까지 뛰었는데, 기준가격은 5만7000원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이 기간 동안 발전사업자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매년 수백억원의 손실을 감수했다고 전했다.

이 같은 현상은 2018년까지 이어졌고, 2017년 이후 이어진 REC 가격 하락으로 인해 고정가격계약 평균 낙찰가가 REC 가격을 넘어서게 됐고, 그러면서 2019년 처음으로 기준가격이 현물가격을 넘어 9000원의 시세 차익이 발생했다. 지난해 시세 차익은 2만4000원 정도다.

지난 2013년 REC당 10만원 이상의 손해가 발생하면서 의무공급사들은 정부에 기준가격 인상을 요구했지만 정부의 대답은 “RPS는 발전차액보상(FIT) 제도와 달리 시장 기반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것이었다고 업계 한 관계자는 설명했다.

시장에서는 사업자가 손해도 이익도 볼 수 있기 때문에 감수해야 한다는 얘기다.

정부의 이 같은 태도는 의무공급사들에 이익이 발생하자 급격하게 뒤바뀐다. 정부의 주장대로라면 RPS는 시장이기 때문에 그동안 손해를 봐 온 의무공급사들이 시장 상황에 따라 이익을 거둘 수도 있어야 한다. 그러나 정부는 의무공급사에 이익이 발생하자마자 과다 정산 방지를 명분으로 내세우면서 제도를 개정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는 그동안 RPS는 시장이기 때문에 제도에 의해 결정되는 기준가격으로 보는 손해는 기업이 감수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쳐왔다”며 “그런데 갑자기 기업들이 이익을 보기 시작하니까, 그동안의 태도를 순식간에 뒤바꾸고 있다. 이걸 시장이 제대로 작동한다고 봐야 하는 건가”라고 말했다.



◆한전 적자 해소하려고 무리수 두나= 이 같은 일련의 성급한 제도개선은 한전의 적자 개선을 위한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정부의 2021년 공공기관 중장기 재무관리계획 자료에 따르면 한전과 6개 발전자회사의 올해 적자 규모는 4조252억원 수준으로 전망된다. 이 같은 상황에서 최근 연료수급 이슈로 인한 연료비 상승 등으로 인해 SMP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면서 업계 일각에서는 6조원 수준까지 적자폭이 커질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전의 큰 적자가 예측되는 상황에서 RPS 정산금액 조정을 통해 적자폭을 최대한 낮춰 보겠다는 의도가 숨어있다는 얘기다.

업계는 이번 기준가격 정산 개정으로 인해 한전이 거둘 정산금액 차익이 적게는 4000억원에서 많게는 5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적지 않은 금액을 이번 제도 개선을 통해 아낄 수 있게 된다는 것.

문제는 한전의 대규모 적자가 비정상적인 전기요금 구조에 기인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정치적인 이슈로 인해 전기요금을 손대지 않고 관련 업계의 주머니를 쥐어짠다는 것이다. 특히 12월이 다 돼서 진행되는 제도 개정안을 올해 사업 전체에 적용함으로써 기업 부담을 늘리고, 한전의 적자를 해소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업계는 입을 모은다.

이를 두고 업계 관계자는 “한전의 적자 해소를 위해 이번 제도 개정을 한다는 게 뻔하지 않나. 당장 구색만 갖춘 연료비 연동제 등 전기요금 구조의 문제로 인해 한전의 적자가 큰 폭으로 커지는데, 관련 기업들 주머니를 털어서 이를 해소하겠다는 발상을 보니 우리가 마치 기부금을 내는 느낌”이라며 “정부의 이 같은 행태는 결국 재생에너지에 대한 기업의 투자유인만 줄이는 일이고, 곧 탄소중립에 역행하는 일”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정부는 29일 회의를 열고 이번 RPS 의무이행 정산제도 개선방안을 확정한다는 방침이다.



윤대원 기자 ydw@electimes.com        윤대원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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