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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현 변호사의 금요아침)돈 벌어오는 기계
김지현 변호사김지현 법률사무소 대표 변호사    작성 : 2021년 10월 13일(수) 07:28    게시 : 2021년 10월 14일(목) 10:36
필자가 지난 칼럼에서 이혼 사건의 남편들이 하는 주장 중에 빠지지 않는 것이 밥타령이라고 하였는데, 그 다음으로 많이 하는 이야기가 있다. 바로 부인이 자신을 ‘돈 벌어오는 기계’ 취급했다는 이야기다.



‘돈 벌어오는 기계’같다는 말은 가정에서 부인과 자녀로부터 인정과 존중, 사랑을 받지 못하고 소외되는 느낌이 든다는 뜻일 것이다.



항상 이야기 하지만 남편이 최선을 다 하는데도 남편의 수고에 감사하지 않고 본인의 의무는 하지 않은 채 남편이 벌어 온 돈으로 과소비를 일삼는 부인도 있기는 할 것이다. 여기에서는 그런 특수한 경우는 제외하고 필자가 가장 많이 접하게 되는 평범한 가정의 이야기를 해보겠다.



남편이 가정에서 ‘돈 벌어오는 기계’로 전락하는 경우와 그 과정은 생각보다 그리 쉽고 간단하지 않다. 일을 하느라, 정말 돈을 버느라 바쁘고 힘이 들어서 가정에 조금 소홀하다고 하여 ‘돈 벌어오는 기계’가 되지는 않는다. 생각해보라. 어떤 부인이나 자녀가 자상하고 따뜻한 남편, 아빠와 한 집에서 화목하게 살고 싶지, 돈 벌어오는 기계와 어쩔 수 없이 한 공간에서 시간을 보내고 싶을까.



남편이 정말 직업적 특수성으로 일을 하는 시간이 길고, 노동의 강도와 스트레스가 높아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이 짧은 경우는 부인도 이를 알고 인정하기 때문에 오히려 남편을 안쓰러워하고 몸에 좋은 음식, 영양제를 챙기며, 아이들이 아빠에게 서운해 할 때도 이해시키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의 갈등이 있는 가정에서 남편이 ‘돈 벌어오는 기계’가 되는 경우는 남편이 일 때문에만 바쁘고 가정에 소홀한 것이 아니라, 회식을 핑계로 또는 스트레스를 풀어야 한다며 집에 빨리 올 수 있는 날에도 허구한 날 밖에서 술에 취한 채로 집에 들어오고, 주말에는 피곤하다는 핑계로 하루 종일 잠만 자거나, 더한 경우 낚시나 축구, 골프, 게임 등 취미생활을 하며 남편과 아빠의 의무는 전혀 하지 않은 채 돈만 벌어오면 의무를 다한 것 마냥 사셨던 분들이 결국 ‘돈 벌어오는 기계’로 전락하게 되는 것이다. 이것은 본인이 자초한 일이다.



부인은 기다리고, 여러 번 기회는 주었을 것이다. 남편에게 주말에라도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주던지 가사 일을 도와 달라고 이야기를 하였을 테고, 그것이 반복되다보면 남편은 이를 잔소리로 듣고 결국 “그럼 니가 밖에 나가서 돈 벌어 오든가!”라고 말하며 부인의 마지막 자존심까지 처참히 짓밟아버렸을 것이다.



부인은 끊임없는 기다림과 좌절을 겪으며 결국 이혼까지 생각하게 되고, 주위 사람들에게 고민을 털어놓지만 이혼은 현실이다. 아직 손이 많이 가고, 돈 들어갈 일투성이인 자녀들을 보며 결국 남편을 돈 벌어 오는 기계다 생각하고 자녀들이 다 클 때까지만 참아보자 하며 살게 되는 것이다.



돈을 버는 일도 참 고되고 힘들다. 모르는 바가 아니다. 하지만 남편이 밖에서 있는 시간 동안 부인은 가정에서 남편의 부재 속에 돈 버는 일을 제외한 모든 가사일과 양육, 집안 대소사로 육체적, 정신적으로 여유 없는 외롭고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그런 부인에게도 휴식이 필요하고, 관심과 사랑, 협조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말이다.



어느 텔레비전 프로에 권일용 프로파일러가 나와서 하는 말이 참 인상적이었다. 과중한 업무 스트레스로 건강이 나빠져 명예퇴직을 하고 나서 가족들과 저녁을 먹는데 그 동안 바쁜 업무로 가족들과 공통된 과거, 추억들이 없으니 할 말이 없더란다. 그게 너무 슬퍼서 그 이후로 많은 노력을 하였다고 한다. 자녀에게도 계속 대화가 끊기지 않게 질문을 하고 알아가면서 관계를 회복하고 있다고 하였다. 녹화를 보러 와 있던 자녀가 “옛날에 없던 아빠가 새로 생긴 것 같아 좋아요.”라고 말하며 활짝 웃는 모습을 보고 생각했다. 가족이란 작은 관심과 노력으로도 서로를 이해해주고 용서해 줄 마음이 활짝 열려있다는 것을 말이다. 사랑하니까.



어려운 일이 아니다. 시간과 체력이 되지 않는다면 그냥 “고생이 많다. 내가 신경 못 쓰는 동안 혼자 집안일, 아이들 양육 맡아 하느라 힘들었지. 미안하다. 그리고 고맙다.” 인정해 주고 배려해주며, 따뜻한 말 한마디에 진한 포옹만 해 주어도 견딜 수 있는 게 여자다.



김지현 변호사김지현 법률사무소 대표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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