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전환포럼, 긴급토론회 열고 원자력 전문가들 의견 청취
원안위의 부실한 안전 관리 ‘도마 위’…조사단서 배제 주장도
기준치 이하 방사성 물질도 안심 못해…OBT 영향도 고려해야

에너지전환포럼은 긴급토론회를 열고 월성원전의 삼중수소 유출 문제에 대한 원자력 전문가들의 의견을 청취했다.(사진=에너지전환포럼 유튜브 캡쳐)
에너지전환포럼은 긴급토론회를 열고 월성원전의 삼중수소 유출 문제에 대한 원자력 전문가들의 의견을 청취했다.(사진=에너지전환포럼 유튜브 캡쳐)

[전기신문 윤대원 기자] 경주 월성원전의 삼중수소 누출 문제가 한국의 원자력 발전에 대한 안전관리 부실 논란으로 번지고 있다. 원자력 업계에서는 원자력 안전과 규제를 담당하는 원자력안전위원회 개편이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27일 에너지전환포럼은 프레스센터에서 ‘월성원전 방사성물질 누출과 안전문제 대응 전문가-시민사회 긴급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원자력 업계 전문가들이 참석해 국내 원전 안전 관리의 허점과 개선안에 대한 의견을 모았다.

이날 토론에 참가한 발제자와 패널들은 공통적으로 국내 원전 안전 관리 부실 문제를 짚었다. 원안위 설립 이후 새롭게 도출된 안전 이슈에 대한 대응이 지나치게 미흡하다는 것.

업계 일각에서 제기되는 삼중수소 누출량이 적기 때문에 안전하다는 의견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월성 삼중수소 누출, 원안위도 조사대상”=이날 발제자로 나선 한병섭 원자력안전연구소 소장은 “이번 삼중수소 누출 문제는 그동안 한국 원자력 안전체계 부실이 중첩돼 발생한 종합선물세트 같은 사고”라고 꼬집었다.

한 소장은 “원안위가 2011년 독립된 이후 추가적으로 발생한 기술과 안전 수요에 대한 답을 하나도 내놓지 못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미 해외에서 10년여전부터 알려졌던 문제인 격납건물 철판부식 및 공극사건과 삼중수소 누출 문제가 동일 과정이 반복되고 있음에도 미리 대비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번과 같은 사고가 발생했다는 것.

한 소장은 “단순히 월성원전만의 문제가 아니다. 현재 국가 원자력 안전관리체계가 완전히 빈 통 같은 꼴”이라며 “지금이라도 새로운 판을 짜지 않으면 큰 사고가 발생했을 때 국가가 아무런 역할도 못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정윤 원자력안전과미래 대표도 발제를 통해 “우리 원자력 안전규제는 기술이 중심이 아니라 관료가 중심”이라며 “애초에 권한을 가질 수 없는 사무처가 위임을 받아서 승인하는 구조가 돼 있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우리나라 원자력 안전 기술기준을 보면 죄다 해외 것을 카피하기 바쁘다. 기술이 아니라 행정 위주로 가는 것”이라며 “시민 감시 조직을 활성화해서 독점 폐해를 제거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토론 패널로 참석한 안재훈 환경운동연합 국장도 “이번 삼중수소 사태를 두고 원안위는 보고 의무사항이 아니라고 말하는데, 원안위 스스로 규제 사각지대가 존재한다는 점을 밝힌 꼴”이라며 “무책임한 자세”라고 꼬집었다.

이와 관련 업계 전문가들은 또 월성원전의 삼중수소 누출 문제를 조사하기 위한 조사단을 꾸리는 과정에서 원안위와 한수원이 배제돼야 한다고 강력하게 목소리를 높였다.

이번 삼중수소 누출 과정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조사 대상이 돼야 할 원안위가 오히려 주도적으로 조사단을 이끈다면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꼴이나 다를 바 없다는 것이다.

석광훈 녹색연합 전문위원은 삼중수소 누출 문제가 원안위의 잘못된 판단에서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석 위원은 토론에서 “지하수 오염수 누설이 차수막 파손으로 벌어진 문제가 확실하다. 파손 원인도 월성원전에 무리하게 격납건물여과배기설비(CFVS)를 설치하려다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며 “애초에 무리하게 CFVS를 설치하려던 원안위 사무처에 사고 원인을 조사하게 하는 건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기준치 이하 방사성 물질, 안심해도 되나=이번 토론에서는 기준치 이하의 방사성 물질에 대한 안전 여부를 두고 전문가들의 의견이 이어졌다.

백도명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교수는 “단순히 기준치 이하기 때문에 안전하다고 말해선 안된다. 삼중수소가 어떻게 거동하고, 몸에서 어떻게 작용하는 지 내용이 파악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백 교수에 따르면 물로 이뤄진 삼중수소는 유기물화되는 물질이다. 이때 유기물화된 삼중수소를 OBT라고 부른다. OBT는 일반적인 삼중수소와 선량계수를 다르게 적용해야 한다.

또 유기물은 우리 몸으로 들어왔을 때 금방 빠져나가는 물과 달리, 에너지원이나 신체조직의 구성원으로도 쓰인다.

이 같은 상황에서 현재 단순히 기준치 밑으로 누출되기 때문에 문제없다는 주장만 나올 뿐 유기체화 된 삼중수소의 영향에 대해서는 고려를 하고 있지 않다고 백 교수는 지적했다.

석광훈 위원에 따르면 캐나다 원자력안전위원회도 OBT는 소변검사로도 측정이 되지 않는 만큼 장기 OBT에 대한 연구를 강화해야 한다는 방침을 내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캐나다의 경우 한국에 중수로를 도입한 국가인만큼 해당 논의에서 우리가 참고해야 할 사항이 많다고 석 위원은 설명했다.

석 위원은 “최근 일부 전문가가 멸치 1g에서 발생하는 방사성 물질 수준의 연간 피폭량에 그친다, 바나나 6개에 불과하다며 이번 문제를 희화화한 것을 여러 언론 매체가 도배하다시피 보도하는 모양새”라며 “당장 중수로 종주국이나 마찬가지인 캐나다에서도 삼중수소를 이렇게 심각한 문제로 다루고 있는데, 멸치 한 마리를 예로 들며 가벼운 문제로 치부하는 건 이해할 수 없는 행위”라고 말했다.

한병섭 소장도 “방사선 방호 분야에는 ALARA(As Low As Reasonably Achievable)라는 기본정신이 있다. 모든 피폭은 사회적, 경제적 요인을 고려에 넣으면서 합리적으로 달성 가능한 한 낮게 억제해야 한다는 뜻”이라며 “기준이 100이기 때문에 1이면 충분하다고 말해선 안되고, 1도 나오지 않도록 낮춰야 한다는 얘기다. 공학적 도덕성 차원의 문제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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