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LNG‧광물 가격 코로나 이후 최고
코로나 안정세 중국‧베트남 자원 빨아들여
광물수급 핵심기관 사장 2년 8개월째 공석

한국석유공사가 지분 참여 중인 베트남 11-2 가스전 해상 플랫폼.
한국석유공사가 지분 참여 중인 베트남 11-2 가스전 해상 플랫폼.

원유, 석유제품, 광물 등 자원 가격이 코로나19 사태 이후 최고 수준으로 올랐다. 코로나19 안정세를 보이고 있는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일부 국가의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반면 남미 등 주요 생산국에서는 코로나19 사태가 지속돼 공급이 지연되고 있는 것이 급등 배경으로 분석되고 있다.

자원 최빈국인 우리나라는 국가 차원의 자원 확보가 중요한데도 광물수급 핵심 공기업의 사장 자리가 2년 8개월째 공석으로 있고 어렵게 확보한 해외자산도 매각을 추진하고 있어 자원 위기를 자초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지난 4일 기준 두바이유 현물 가격은 배럴당 52.49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던 지난해 4월 22일(13.52달러) 대비 288% 오른 수준이다.

원유 가격 상승과 타이트한 수급 영향으로 석유제품 가격도 연일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석유공사에 따르면 4일 기준 싱가포르 거래 경유(황함량 0.001%) 가격은 배럴당 58.37달러로 전월 동일(54.3달러) 대비 7.5% 올랐고 최저 수준이었던 지난해 4월 22일(22.89달러) 대비 155% 올랐다.

같은 기간 휘발유(옥탄가 95론) 가격도 배럴당 57.42달러로 전월 동일(52.34달러) 대비 9.7% 올랐고 지난해 4월 22일(16.09달러) 대비 257% 올랐다.

황함량 0.001% 경유는 산업용 수송부문에, 옥탄가95론 휘발유는 승용차 연료로 사용된다.

석유제품 가격 상승은 중국, 대만, 베트남 등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안정세를 보이고 있는 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를 포함한 주요 국가의 정제설비 가동률이 60%대까지 떨어지면서 수급이 타이트해졌기 때문으로 석유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국내 석유제품 생산량 1위인 SK이노베이션의 최근 정제가동률은 65~70%를 보이고 있다.

발전 연료인 LNG(액화천연가스) 가격도 크게 오르고 있다.

자료:로이터, SK증권
자료:로이터, SK증권
로이터 및 SK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마지막주 아시아 LNG 스팟 가격 2 월물 가격은 전주 대비 MMBTU(영국열량단위)당 약 2.1달러 오른 14.6달러를 기록했다. 아시아의 추운 날씨로 수요가 급증하면서 가격도 6년래 최고치를 보였다.

지난해 12 월 아시아의 LNG 수입량은 약 2700만t을 기록하면서 전년 동기 2360만t보다 크게 증가했다. 그 중 중국 수입물량은 전월보다 40% 증가한 900만t을 기록해 최대 수입국인 일본의 810만t을 넘어섰다.

산업 필수 원재료인 광물가격도 가파른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광물자원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5째주 중국수입 기준 철광석 가격은 t당 161.8달러로 전월 동기(128.02달러) 대비 26.4% 올랐고 전년 동기(91.13달러) 대비로는 77.5% 올랐다.

같은 기간 영국 LME 현물 기준 구리(동) 가격은 t당 7795달러로 전월 동기(7674.5달러) 대비 1.6% 올랐고 전년 동기(6156달러) 대비 26.6% 올랐다.

철광석과 구리는 대표적인 산업 필수광물이다. 석유제품과 마찬가지로 중국 등 코로나19 안정 지역을 중심으로 수요가 크게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브라질, 칠레 등 주요 생산지역인 남미에서 코로나19로 인해 공급 차질이 발생하면서 수급이 타이트해진 것이 가격 상승 배경으로 분석되고 있다.

최근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원자재로 꼽히면서 광물시장에서 가장 관심을 끌고 있는 것은 니켈 가격도 크게 오르고 있다.

이달 4일 영국 LME 현물 기준 니켈 가격은 t당 1만7344달러로 전월 동일(1만6020달러) 대비 8.3% 올랐고 전년 동일(1만3740달러) 대비로는 26.2% 올랐다.

세계 최대 니켈 생산국인 인도네시아는 니켈 원광 수출을 금지하고 100% 자국 내 제련소에만 공급하고 있다. 이를 통해 니켈이 필요한 배터리 제조업체를 유인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실제로 효과를 보여 세계 배터리 생산 1, 2위인 LG에너지솔루션과 중국 CATL이 인도네시아 정부와 투자협정(MOU)을 맺었다. 우리나라는 니켈 수급을 100%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자원업계와 시장분석기관은 전세계가 코로나19 백신 접종 이후 하반기부터 대대적인 경기부양에 나설 것으로 전망되면서 자원가격이 더욱 오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광물자원공사는 최근 발행한 2021년 6대 전략광물 시장전망 보고서에서 미국 달러가치 하락과 중국의 대대적인 인프라 부양책이 겹치면서 자원가격이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보고서는 “미국 정부의 9000억달러 규모의 추가 경기부양책이 지난해 12월 양당간 합의되면서 올해 달러가치 하락이 불가피할 전망이고, 주요 기관들의 전망치도 상당 기간 달러 약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이에 따라 올해 미달러화 가치하락은 위험자산 투자 선호를 확대시키면서 비철금속 가격 상승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또한 최근 S&P글로벌은 올해 금속광물의 수급 펀더멘털이 미달러약세 및 세계 경기회복에 따른 자원 소비 확대로 구리와 철광석은 공급부족이 확대되고, 니켈과 아연은 공급과잉이 감소하면서 전반적으로 수급상황이 더욱 타이트해질 것으로 예상했다.

자료:한국광물자원공사 2021년 6대 전략광물 시장전망, S&P Global
자료:한국광물자원공사 2021년 6대 전략광물 시장전망, S&P Global
세계 주요 분석기관의 올해 중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블룸버그 8.2%, 골드만삭스 7.5%, 뱅크오브아메리카 8.5%, JP모건 9.2%이다.

2008~2010년 중국이 10%가량의 경제성장률을 보이며 세계 자원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여 자원 가격 폭등을 넘어 자원 전쟁이 벌어진 바 있다.

우리나라의 해외자원개발 부실 사태도 선제적으로 준비하지 못하고 뒤늦게 자원 확보에 뛰어들었다 벌어졌다.

이 악순환이 또 다시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국내 산업에 필수적인 니켈 등 전략광물과 리튬 등 필수광물의 확보를 책임지고 있는 한국광물자원공사는 2018년 5월 이후 현재까지 2년 8개월째 사장 자리가 공석으로 유지되면서 제대로 된 사업대책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공모에서 이훈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내정설까지 돌았지만 철회됐으며 재공모를 통해 현재 후보자 인사 검증이 진행 중이다.

또한 광물자원공사는 세계 3대 니켈광산인 마다가스카르 암바토비 프로젝트 지분 37.5%와 멕시코 볼레오 구리광산 지분 76.9% 등 주요 전략광물의 오프테이크(물량처분) 및 운영 권한까지 보유하고 있지만 재무건전성 확보를 위해 정부 지시로 모든 해외 자산의 매각을 진행하고 있다.

무역협회에 따르면 국내 니켈(금속환산) 수입량은 2012년 12만7425t에서 2019년 17만407t으로 7년간 33.7% 증가했다.

김진수 한양대 자원환경공학과 교수는 “해외자원개발을 중단하기는 시기상조라고 본다. 에너지전환 트랜드에도 가격 변동에 대응해야 한다”며 “다만 예전처럼 해외자원개발을 전면적으로 확대하기보다는 국내 상황에 맞춰 석유보다는 천연가스를, 광물 중에서도 니켈 등에 집중하는 등 원별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김 교수는 부실 자원공기업의 해외사업 중단 및 자산 매각에 대해 “정부가 자원공기업에 출자를 더해 부채를 줄이고 정상화 하는 게 낫지 않냐는 조언이 나오고 있지만 정부는 국민적 동의가 없는 상황에서 돈을 더 쓰기에는 정치권 압박도 크다는 부담을 갖고 있다”며 “국민에게 제대로 된 상황을 알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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