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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헌 특파원의 금요아침) 바이든 행정부 시대, 국제유가는 어떻게 될까?
이종헌 S&P Global Platts 수석특파원    작성 : 2020년 11월 17일(화) 16:52    게시 : 2020년 11월 19일(목) 11:04
셰일오일 개발 규제와 친환경 에너지 투자 확대를 공약한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미국 대선에서 승리하면서 국제 석유시장에도 적잖은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수압파쇄(fracking)에 대한 규제로 셰일오일 생산이 줄어 유가가 상승할 것이라는 견해도 있고, 가속화된 저탄소 에너지 전환 드라이브로 유가가 낮아질 것이란 전망도 있다. 어떤 것이 맞을까? 유가가 올라가면 좋을까 떨어지면 좋을까. 원유는 우리나라의 최대 수입품목이기 때문에 유가상승은 큰 부담이다. 그런데 수입한 원유를 가공한 석유제품과 석유화학 제품이 우리나라의 핵심 수출품이기 때문에 유가하락도 못지않게 큰 타격이다. 따라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유가의 향방을 정확히 예측하여 준비하는 것인데, 우리나라의 현실에 맞는, 보다 정밀하고 실제적인 분석이 필요하다.
국제유가는 미국의 WTI 유가와 유럽에서 거래되는 브렌트 유가, 중동-아시아의 두바이 유가 등 크게 세 가지로 구별되지만 실제적으로는 수 백 가지가 넘는 유종들이 다양한 가격으로 거래되고 있고 우리나라도 24개국으로부터 80여 종의 원유를 도입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가 실제적으로 수입하고 있는 유종들의 가격변동이 중요하다.
바이든 행정부가 국제 석유시장에 미칠 가장 큰 변화는 수압파쇄에 규제와 이란 핵협정(JCPOA)의 복귀인데, 이는 이런 유종들의 가격에 큰 영향을 미친다. 먼저 바이든 당선자는 연방소유 토지와 해역에서의 신규 수압파쇄를 금지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수압파쇄는 미국을 세계 최대 원유 생산국으로 만든 셰일혁명의 핵심기술이지만 수질오염을 야기하기 때문에 규제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미국 원유생산을 최대 하루 200만 배럴정도를 감소시킬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올해 평균 원유생산은 코로나-19로 인한 ‘수요파괴’로 86만 배럴이 감소한 하루 1138만 배럴을 기록할 것으로 보이는데 내년에는 114만 배럴이 추가 감소해 1024만 배럴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바이든 행정부의 수압파쇄 규제로 200만 배럴이 추가 감소하면 금년 초에 기록한 하루 1300만 배럴에 크게 못 미치게 된다. 작년부터 셰일오일 생산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미국의 원유생산은 이미 정점을 지났을 수도 있다.
반면 바이든 행정부가 오바마 전 대통령의 이란 핵협정을 계승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취한 이란의 재재 완화하면 이란은 석유시장에 복귀하여 하루 200만 배럴 정도의 원유를 수출할 수 있다. 이는 세계 최대 원유 수출국이자 이슬람의 최대 경쟁자인 사우디아라비아에겐 악몽이다. 이란을 국제 석유시장에서 퇴출시키기 위해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 메시지에 적극 화답하며 생산량을 조절했는데, 이란의 복귀는 사우디왕정에겐 시장잠식 이상의 위협이다. 러시아의 최대 원유 수출 유종인 우랄유는 이란산 원유와 성상이 비슷해서 제재 덕택에 큰 혜택을 누렸는데 이란의 시장 복귀는 러시아의 시장을 크게 잠식할 수 있다. 결국 세계 주요 생산국들은 점유율 전쟁에 재돌입하여 생산량을 늘릴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행정부가 베네수엘라에 대한 제제도 완화하면 하루 100만 배럴 정도의 원유를 공급할 수 있다.
바이든 행정부하에 줄어들 미국의 셰일원유는 경질유이고, 제재 완화로 증가할 중동과 베네수엘라 원유는 중질유이다. 따라서 바이든 행정부의 시추 규제는 미국 유가의 벤치마크인 WTI를 상승시킬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우리나라가 주로 도입하는 중동산 원유인 두바이유 가격은 하락압박을 받을 것으로 예측된다.
비중이 가볍고 황 함량이 적은 ‘달콤한(sweet)’ 경질원유에서는 나프타, 휘발유, LPG 등 실제적으로 필요한 석유제품을 많이 뽑아낼 수 있으나 무겁고 황 함량이 많은 ‘신(sour)’ 중질원유는 쓰임세가 별로 없는 벙커C유가 대부분이다. 당연하게도 경질원유는 중질원유보다 비싸다. 그래서 우리나라는 벙커C유에서 휘발유 등 고부가가치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고도화 설비를 갖추고 저렴한 중동산 중질원유를 도입하여 수익을 거두었다.
그러나 미국의 셰일혁명으로 경질원유의 공급량이 급속도로 늘어난 반면, 중질유의 공급은 이란과 베네수엘라의 제제, 오펙의 감산으로 크게 줄어들어 가격차이가 현격히 줄어들고, 심지어 품질이 좋지 않은 중질원유가 오히려 비싸게 거래되는 가격의 역전 현상까지 발생했다. 대규모 고도화설비에 투자한 우리나라 정유사에겐 힘든 시기가 아닐 수 없었다. 그래서 수송비와 시간이 훨씬 더 많이 들더라도 미국산 원유 도입을 크게 늘려온 것이다. 따라서 바이든 행정부하의 국제유가의 변동은 우리나라에겐 오히려 득이 될 수 있다. 가격 변동성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서는 우리의 설비에 맞는 다양한 유종을 도입하는 다변화전략이 더욱 절실하다.


이종헌 S&P Global Platts 수석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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