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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규 교수의 등촌광장)에너지 소비절약정책의 작은 거인 ‘넛지’
이동규 서울시립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작성 : 2020년 09월 14일(월) 08:17    게시 : 2020년 09월 15일(화) 08:56
최근 이례적으로 길게 이어진 장마와 미국 캘리포니아의 폭염 등의 기상현상은 기후변화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며, 앞으로 이러한 극단적인 기상현상이 더 자주, 더 심하게 나타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국제사회에서는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각국에 탄소배출저감계획을 수립하게 하고 이를 이행하도록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전기를 비롯한 에너지의 1인당 소비량이 세계에서도 손꼽히게 많으며, 이에 따른 1인당 탄소배출량도 세계 7위(2017년 기준)에 오를 정도이다. 그 결과, 국제사회의 탄소배출저감 움직임은 우리나라에 상당한 부담으로 다가오고 있다. 탄소배출저감은 에너지 소비량을 줄이는 데에서부터 시작된다. 물론 우리나라는 주력 산업 중에 에너지 및 탄소 집중도가 높은 산업이 많다는 점에서 산업계에서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겠으나, 가정과 공공시설에서의 에너지 소비도 상당하다는 점에서 국가적인 차원에서 에너지 소비절약에 동참해야 하는 상황이다.
에너지 중에서도 특히 전기는 2차 에너지원으로서 가지는 비효율성에도 불구하고 일상의 많은 부분이 전기화되고 있어 그 소비절약이 중요하다. 이에 따라 다양한 차원에서 국가적인 노력이 경주되고 있는데, 오늘은 이에 대한 아이디어의 하나로 넛지이론의 활용에 대하여 소개하고자 한다. 넛지는 2017년에 행동경제학으로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리처드 세일러 교수의 주요 이론이다. 베스트셀러 저서로도 유명하여 많은 사람들이 한 번쯤 들어보았을 법하다. 넛지(nudge)라는 단어는 본래 ‘팔꿈치로 슬쩍 찌르다’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으나 세일러 교수는 ‘타인의 선택을 유도하는 부드러운 개입’으로 풀어간다. 넛지이론은 겉보기에는 사소해 보이는 것들이 사람들의 행태를 바꾸는 커다란 힘으로 작용할 수 있음에 주목한다. 세일러 교수는 이러한 사소해 보이는 요소들이 주로 사람들의 주의력을 특정한 쪽으로 집중시켜 효과를 가져온다고 설명한다.
우리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넛지의 사례는 남자 화장실에서 찾을 수 있다. 최근 가운데에 파리나 점 등을 그려 넣은 소변기를 쉽게 접한다. 소변기 한가운데 그려진 파리가 목표물이 되어 그곳에 집중하게 만든다는 원리이다. 이것을 창안한 경제학자 키붐에 의하면 스키폴 공항 건물에서는 이 파리 그림으로 변기에서 튀는 소변을 약 80% 감소시켰다고 한다. 또 다른 예로 담배갑에 있는 경고그림을 들 수 있다. 담배갑 전면에 각종 흡연 관련 질환의 증상사진을 보여줌으로써 구매자의 구매욕구를 떨어뜨리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경고그림을 도입한 직후 담배판매량이 전년동월대비 14% 감소했다는 보고가 있다. 이와 같이 넛지는 작은 조건의 변화를 통해 사람들의 행동에 변화를 가져오기 때문에 비용효율적이라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전기를 비롯한 에너지 부문에서 넛지의 활용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할 또 하나의 이유는 정책으로 실행되기에 저항이 크지 않다는 점이다. 전기 및 전력산업과 얽혀 있는 이슈들은 상당 부분 전기요금의 현실화와 직결되어 있다. 요금체계의 합리화와 요금에서의 원가반영이 제대로 이루어진다면 현재진행 중인 많은 문제가 자연스럽게 해결될 수 있다. 이러한 내용은 새로운 것이 아니며, 이미 관계자나 전문가들이 하나같이 인지하고 주장하고 있는 바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격정책이 개선되지 않는 이유는 가격정책에 손을 대는 것이 정치적으로 큰 부담이 될까 우려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넛지를 활용한 정책은 가격정책과는 별개면서도 에너지 소비자들의 행동을 변화시킬 수 있다. 따라서 근본적으로는 요금제도의 변화를 모색하더라도 그사이에 에너지 소비행태를 개선하기 위한 넛지정책을 적극 활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국내 에너지 부문에서의 넛지 활용은 아직 제한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다. 관리비 고지서에 동일면적의 주변 세대 에너지별 평균요금이 그래프로 제시되는 것이 대표적인 넛지의 사례가 되고 있으나 아직도 활용할 수 있는 영역이 무궁무진하다. 건물 출입 시 문을 닫는 행동, 가계에서나 기업에서 전자제품 이용 후 전원을 끄는 습관, 또는 에너지 DR과 결합하여 피크시기에 자발적인 에너지 소비 자제 등 다양한 행태변화를 유도하는 것이 넛지를 통해 가능할 수 있다. 당장 가격정책을 바꾸지 못하고 에너지절약적인 기술개발이 더디게 진행되더라도 작은 것에서부터 에너지 소비행태에 영향을 주는 정책설계가 요구된다. 때로는 작은 변화가 큰 결과를 낳을 수 있음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프로필
▲한국환경경제학회 학술위원장 ▲한국재정학회 연구이사 ▲국가기후환경회의 저감위원회 전문위원 ▲기획재정부 한국판 뉴딜 실무지원단 자문위원 ▲서울시립대학교 경제학부 조교수


이동규 서울시립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hjchoi@elec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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