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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독일 히든챔피언의 DNA, 한국에 뿌리내린다
‘중소기업 공화국’ 독일식 직업훈련 도입…‘고졸신화 꿈꾼다’
이론과 실습 겸비한 숙련노동자 양성…기업경쟁력 강화
안치순 만트럭버스코리아 정비3파트장이 아우스빌둥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채용된 춘천기계공고의 이건민 군(3학년, 왼쪽 첫번째)과 경기과학자동차고의 박철진 군(3학년)에게 경기도 용인의 만트럭버스 본사에서 자동차정비 실무교육을 하고 있다.
독일은 전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중소기업들을 보유한 국가로 손꼽힌다. ‘미텔슈탄트(Mittelstand)’는 허리라는 말로 중소기업을 의미한다. 이들 기업 중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한 강소기업을 ‘히든챔피언(Hidden Champion)’이라고 부른다.

세계적인 컨설팅 회사인 지몬 쿠허 앤 파트너스((Simon-Kucher & Partners)에 따르면 전 세계에는 현재 3000여개의 히든챔피언이 있다. 그 중에서 독일기업이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독일은 ‘중소기업 공화국’이다.

독일이 오늘날 경제대국으로 성장하는데 밑거름이 된 히든챔피언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독일식 직업교육으로 통하는 ‘아우스빌둥(Ausbildung)’이 핵심 축을 담당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처럼 제조 강국 독일의 DNA가 된 아우스빌둥이 제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우리나라에 뿌리내리려 한다. ‘취업난 속 인력난’에 시달리는 국내 중소기업들에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이론과 실무 겸비한 숙련노동자 양성…기업의 인재 미스매칭 최소화
아우스빌둥은 기업이 채용한 신입사원을 바로 현장에 투입하지 않고 3년간 교육비와 급여를 지원하며 체계적인 과정을 통해 숙련노동자를 양성하는 교육 프로그램이다. 직업학교에서의 이론교육과 기업현장에서의 실습교육으로 구성되기 때문에 ‘쌍둥이교육’으로도 불린다.
고교생의 대학 진학률이 30~40% 수준에 불과한 독일은 아우스빌둥을 토대로 취업과 학업을 병행할 수 있어 청년들과 기업간 인력 미스매칭을 최소화하고, 충성심 높은 유능한 인재를 길러낼 수 있다.

프로그램 중 70%는 참여 기업 현장실무교육으로, 30%는 교육기관 이론교육으로 각각 진행된다. 교육은 직업교육 담당자나 교육학을 이수한 장인(마이스터)이 직접 맡는다. 기초기술부터 고급기술까지 차례로 배워간다는 의미에서 ‘장인 교육’으로 불리기도 한다.

독일은 제조현장에서 일하며 필요한 공부를 추가하는 ‘선취업 후진학’ 모델이 오랜 전통으로 자리 잡았다. 자동차 정비뿐 아니라 제빵사, 미용사, 자동차 정비사, 치과기공사, 언어치료사, 사회복지사, 경찰, 은행원, 공무원 등 350여개가 넘는 직종이 아우스빌둥을 통해 배출되고 있다. 이런 직업교육을 받은 학생 수는 한 해 150만 명에 이르고, 아우스빌둥 프로그램은 현재 전 세계 30여 개국에 둥지를 틀고 있다.
만트럭버스코리아는 지난해부터 독일식 직업훈련인 아우스빌둥을 도입해 자동차 정비분야에 활용하고 있다. 아우스빌둥 효과를 톡톡히 경험하고 있는 이 회사는 내년에도 계속해서 프로그램을 진행할 계획이다.

제조 강국 독일의 성공요소로 평가받는 아우스빌둥이 국내에도 한독상공회의소를 통해 도입되기 시작했다. 특히 전문기술을 필요로 하는 자동차정비 분야에서 적극적으로 적용됐다. 기업이 채용한 대부분의 신입직원들이 해당직무에 대한 경험이 부족해 내부교육을 다시 받아야 하는 상황이 계속되자 시간과 비용을 줄이면서 충성심 높은 인재를 길러낼 수 있는 아우스빌둥에 눈을 돌렸기 때문이다.

한독상공회의소(대표 바바라 촐만)는 2017년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및 BMW그룹 코리아와 함께 아우스빌둥을 국내에 도입했다. 2018년에는 다임러트럭 코리아, 만트럭버스코리아, 아우디폭스바겐 코리아 등이 합류해 우수한 기술인력 양성에 나섰다.

이들 기업들은 직업계고 자동차 관련 학과 3학년 2학기 재학생들을 선발하여 군복무 기간을 제외하고 총 3년 동안 직업교육을 진행한다. 트레이니는 기업에 입사한 후 독일과 똑같은 직업훈련을 받으며, 두원공과대학교, 여주대학교, 영남이공대학교 등 협력대학에서 학업을 이어갈 수 있다.

과정을 끝마치면 독일에서도 활용할 수 있는 ‘독일연방상공회의소 아우스빌둥 수료증’이 주어지고, 협력대학의 전문학사 학위도 취득하게 된다. 트레이니 대부분이 군복무 후 해당 기업에서 직무를 이어가기 때문에 기업과 트레이니 모두 만족도가 크다.

2017년 1기 86명, 2018년 2기 118명, 2019년 3기 123명이 선발된 이후 지속적으로 아우스빌둥 참여규모가 확대되고 있다. 한독상공회의소는 다른 산업계에서도 수요에 잇따라 직종을 확대할 계획이다.
아우스빌둥 프로그램에 지원한 박철진 경기과학자동차고 학생이 안치순 만트럭버스 정비3파트장으로부터 교육을 받고 있다.

◆만트럭버스, 아우스빌둥 모범사례…자동차정비 분야 인력사관학교 꿈꾼다
국내에서 아우스빌둥이 가장 모범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현장은 독일계 기업인 ‘만트럭버스 코리아’다.

만트럭버스코리아(대표 막스 버거)는 폭스바겐 그룹 산하의 상용차 제조회사로 2001년 설립됐다. 현재 트럭 5종, 버스 3종으로 수입 상용차 브랜드 중 가장 폭넓은 상용차 라인업을 확보하고 있다. 이를 통해 고객에게 최상의 솔루션을 제공하여 2014년도부터 수입 상용차 브랜드 2위의 자리를 굳건히 유지하고 있는 상용차 강소 기업이다.

경기도 용인에 위치한 만트럭버스 본사 직영정비센터에서 각각 춘천기계공고와 경기과학자동차고등학교 자동차학과에 재직 중인 이건민, 박철진 학생(3학년)을 만났다. 이곳의 아우스빌둥 트레이너는 안치순 정비3파트장이다.

안 파트장은 “자동차 업종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낮다보니 젊고 유능한 정비인력을 구하기 쉽지 않다”며 “정비업계에 고령화가 심각해지고 있어 국내 상용차 브랜드로는 처음으로 지난해 아우스빌둥 제도를 도입하게 됐다”고 말했다.

도입 당시 자동차학과 학생들의 지원율은 저조했지만 지금은 8배나 올랐다고 안 파트장은 전했다. 전문 기술을 배우면서 하고 싶은 공부도 이어갈 수 있어 마이스터고 학생들에게 인기가 높다고 한다. 아우스빌둥 대비반이 생겨났을 정도다.

안 파트장은 “스스로 공부해서 원리를 깨우칠 수 있는 방식으로 트레이니를 교육하고 있다”며 “과제를 내준 후 학생들이 서로 묻고 답하는 과정을 통해 자신만의 정답을 찾도록 돕는데, 상대를 설득함으로써 기억에도 오래 남는다”고 말했다.

중요한 것은 트레이니마다 이해하는 수준이 달라 ‘맞춤형 교육’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안 파트장은 지식을 일방적으로 전수하는 것이 아닌 소크라테스식 수업을 통해 단계적으로 트레이니의 수준을 높여가는 방식을 택했다. 여기에 트레이니와 상하관계가 아닌 사제지간으로 관계를 맺어 정서적 유대감을 구축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이 과정을 통해 시간이 지나면서 트레이니간 기술 평준화가 이뤄졌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건민 학생은 “학교수업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배우고 있어 재미있고, 이해도 잘 된다”며 “프로그램이 끝난 후에도 만트럭버스에 남아 파트장이 되고 싶은 게 꿈”이라고 말했다.

만트럭버스 측은 프로그램이 끝난 후 이들 트레이니가 2년 경력을 가진 사원들과 똑같은 기술수준을 보유하도록 하는 게 목표다. 투자비용이 많다 보니 아우스빌둥을 도입하려는 기업은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고 접근해야 한다고 안 파트장은 조언했다.

(미니인터뷰) ◆아우스빌둥 총괄 수잔네 뵈얼레 부대표 “아우스빌둥이 고졸신화 가능케 할 것”

한한독상공회의소에서 아우스빌둥 프로그램을 총괄하는 수잔네 뵈얼레(Susanne Woehrle) 부대표는 “독일의 아우스빌둥은 중세시대로 거슬러 간다”며 “과거 길드시스템에서부터 유래된 아우스빌둥은 독일에선 이미 직업교육과 더불어 중소기업의 경쟁력 강화의 성공적 사례로 대표된다”고 말했다.

뵈얼레 부대표는 한국에서 자취를 감춘 고졸신화가 독일에선 흔한 일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존경받는 아우스빌둥 출신들이 많고, 기업의 CEO나 요직에 앉아 있는 사람도 쉽게 볼 수 있다고 전했다.

그는 “우리는 한국에서 아시아 최초로 독일과 100% 똑같은 형태로 아우스빌둥을 진행하고 있고, 트레이너도 엄격한 기준을 바탕으로 교육하고 훈련해 현장으로 보낸다”며 “트레이니들은 명확하고 장기적인 목표를 갖고 아우스빌둥에 참여하기 때문에 근무 첫날부터 회사에 기여하게 되고, 충성심 또한 높다”고 말했다.

독일처럼 한국에서 아우스빌둥이 안착하기 위해서는 국내 기업들의 참여가 활발해져야 한다고 뵈얼레 씨는 강조했다. 더 중요한 것은 인재에 대한 투자와 양성 의지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사실이다. 여기에 편견의 시선으로 보는 제조나 서비스 직군에 대한 사회적 인식까지 개선된다면 한국도 독일처럼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뵈얼레 부대표는 “국가경쟁력을 키우고,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루려면 화이트칼라(사무직)와 블루칼라(생산노동자) 인재가 고루 분배돼야 한다”며 “한국의 기업경쟁력 강화를 돕기 위해 한독상공회의소는 앞으로 아우스빌둥의 직업군을 점차 넓혀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작성 : 2019년 12월 09일(월) 15:15
게시 : 2019년 12월 09일(월) 16:03


이석희 기자 xixi@electimes.com        이석희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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