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3’ ‘4‧4‧4’ 등 크로스 안전점검…선진화된 시공현장 ‘눈길’

가을을 넘어 이제 겨울 추위가 느껴지는 11월 중순 도담~영천 복선전철 전차선 공사가 한창인 충청북도 단양군을 찾았다. 전차선 1공구 시공을 맡은 부원전기의 현장 사무소가 위치했기 때문이다.

현장 사무소에서 최명석 한국철도시설공단 강원본부 중앙선사업단 전철전력PM(부장)과 시공 현장 관계자들을 만나 전주 설치가 한창인 현장으로 향했다.

이제 막 겨울이 찾아와 차가워진 바람에 외투를 다시 한 번 챙기게 된다. 현장의 상황도 만만치 않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사무소에서 차를 다시 타고 달려 도착한 현장은 철도교량 위쪽이다. 이미 교량은 제 형태를 갖췄고, 그 위에 궤도와 전차선 등을 완성하기 위해 작업자들이 바쁘게 걸음을 옮기고 있다. 이번 현장은 부원전기가 시공을, 동산엔지니어링이 감리를 맡아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아무래도 높은 곳에 있다 보니 소백산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제법 매섭다. 추워지는 날씨에 작업자들의 고충이 많다는 게 동행한 최명석 부장의 설명이다.

“오늘 실시하는 작업은 열차에 전력을 공급하기 위한 전차선을 걸칠 전주를 세우는 일입니다. 저쪽으로 전주들이 잔뜩 누워 있는 게 보이시죠.”

최 부장의 손끝을 바라보니 전주들이 일정한 간격마다 자리를 잡고 있다. 아직 세워지지 않고 작업자들의 손길을 기다리며 다소곳하게 누워 있는 모양새다. 그동안 찾은 철도건설현장은 이미 세워진 전주 위에서 작업자들이 브래킷과 같은 설비들을 하나씩 조립했는데, 이번 현장에서는 전주를 세우기 전에 설비들을 미리 설치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작업 여건에 따라서 전주를 세우기 전에 미리 설비들을 조립하는 경우도 있어요. 공법별로 장단점이 있거든요. 이곳은 새로운 선로와 구 선로가 2곳이나 겹치는 크리티컬 구간이기 때문에 가급적 빠르게 시공할 수 있는 방법을 택했죠.”

최 부장에 따르면 이번에 방문한 현장은 직선 형태의 신규 노선과 커브 형태의 구형 노선이 겹쳐 2곳의 접점이 발생하는 지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비교적 빠르게 시공함으로써 기존 열차의 운행에 가급적 지장이 발생하지 않는 데 많은 힘을 기울여야 한다.

전주를 설치하기 전에 미리 설비들을 조립하는 것은 빠르게 시공할 수 있기 때문에 이번 현장에서 채택된 방법이다.

특히 이번 현장에는 철도시설공단이 새롭게 개발한 전차선로 신기술인 카코(cako) 250 기술이 적용됐다는 게 박 부장의 설명이다. 원주~강릉 간 고속철도급 철도에 처음 도입된 기술인 카코250은 250km급 철도에 도입되는 전차선 자재를 국산화한 것이다. 이번 현장에도 카코250이 도입돼 더욱 고품질 시공 결과물을 기대할 수 있다고 박 부장은 전했다.

뒤쪽에서는 조립을 마친 전주의 설치가 한창이다.

크레인 차량에 전주를 달고 이미 시공된 기초 위에 세우는 작업이다. 기초 위에는 너트 높이가 제각각이다. 전주의 평형을 맞추기 위함이라고 박 부장은 전했다. 이처럼 세심한 작업을 통해 시공품질을 한층 끌어올리고 있다.

크레인을 통해 기초에 세워진 전주는 작업자들이 붙어 단단하게 고정을 시킨다. 쉬운 작업 같아 보여도 제법 시간이 걸린다. 전주 위치를 단단하게 고정하는 것도 그렇고 설비를 하나하나 조립하는 데도 꽤 품이 들어간다.

오늘의 작업 목표는 총 13개 전주를 설치하는 것이다. 바로 다음 전주를 설치하기 위해 크레인이 다시 자리를 잡고 전주를 걸어 올린다.

“삑-삑”

멀리서 호루라기 소리가 들린다.

무슨 일인가 싶어 소리가 난 방향을 쳐다보니 빨간 작업모와 빨간 조끼를 입은 열차감시자가 깃발을 흔들며 호루라기를 불고 있다.

현장을 둘러보니 모든 작업이 정지됐다. 저 멀리서 현장 바로 옆의 구 선로로 열차가 달려오는 것이 보인다. 열차가 지나갈 때까지는 아무런 작업도 못하는 것이다. 크레인에 매달려 있는 전주도 허공에 그대로 멈춰있다.

“이렇게 인접한 곳에 운행노선이 있는 경우에는 반드시 열차 감시자를 선임하도록 돼 있죠. 자세히 보시면 일정 간격으로 빨간 작업모를 쓴 감시자들이 보일 거예요. 저 감시자들이 신호를 보낼 경우 모든 작업을 멈춰야 해요. 만에 하나의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입니다.”

박 부장은 이번 현장에는 철도공단이 전사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안전 캠페인인 3‧3‧3운동, 4‧4‧4운동과 함께 다양한 안전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3‧3‧3운동은 매일 오후 3시 3가지 안전점검을 하면 나와 가족, 회사에 행복이 온다는 철도공단의 활동이다. 4‧4‧운동은 매달 4일, 14일, 24일 등 10일 단위로 안전점검을 시행한다는 내용이다. 이를 통해 현장에서 작업자들의 안전 습관이 몸에 배도록 하고 있다.

“자세히 보시면 크레인 차의 지지대를 받치는 받침대가 보일 겁니다. 저게 하나당 35t까지의 무게를 견딜 수 있죠. 이를 통해 크레인 전도를 예방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쪽을 보시겠어요.”

박 부장이 가리키는 방향을 보니 1t 트럭에 운전자가 탑승하고 있다. 탑승한 운전자가 시동을 걸고 후진을 하니 차에서 ‘삐-삐’하는 비상벨 소리가 크게 울린다.

“보이시죠. 사소한 부분에서 하나하나 안전을 챙기기 위한 아이디어를 다양하게 도입했어요. 요즘 안전이 가장 중요한 이슈잖아요. 우리 현장에서도 작업자들이 안전하게 작업할 수 있어야 고품질의 시공 결과물이 나오는 거 아닐까요.”

최 부장과 함께 현장을 빠져나왔다. 최근 다양한 대형사고들로 인해 안전에 대한 사회의 요구가 높아지는 모양새다. 이번 현장들 역시 작업자들의 안전을 위한 여러 가지 대책들이 크게 눈에 띈다.

“과거에는 무조건 빨리빨리 작업을 마치는 게 가장 중요한 일이었어요. 하지만 요새는 분위기가 크게 변하고 있죠. 우리 공단 역시 국민들에게 최적의 철도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우선 건설 현장의 안전을 통해 안심하고 일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 같은 문화가 더욱 확산된다면 기존보다 더 선진화된 시공현장이 만들어지지 않을까요.”

※도담~영천 복선전철 건설사업은.

서울과 부산을 잇는 기존 경부고속철도뿐 아니라 청량리~원주, 원주~제천, 도담~영천, 신경주~태화광 등 다양한 철도노선을 연계해 청량리~부산을 잇는 새로운 노선을 만들기 위해 진행되는 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되고 있다.

중앙선 도담~영천 구간 14.51km의 전철화를 목적으로 사업비만 총 4조541억원이 투입됐다. 오는 2022년까지 모든 공사를 마친다는 방침이다.

원강선에도 도입된 바 있는 250km/h급 EMU 250 열차가 도입될 예정이다. 설계속도 250km/h의 준고속철도급 노선이다.

이번 노선의 가장 큰 특징은 도심역 직결운행으로 접근성이 한층 높아졌다는 것이다.

또 이번 노선은 임청각 복원과도 일부 연관이 있다.

독립운동가 배출의 산실이었던 신흥무관학교를 세운 석주 이상룡 선생의 본가인 임청각은 일제에 의해 크게 훼손됐으나,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017년 “임청각을 본래의 모습으로 복원하는 것은 일제에 의해 훼손된 역사와 민족정기를 바로 세우는 길”이라고 연설하며 본격적으로 종합정비계획이 세워진 바 있다.

이와 관련 임청각을 관통하는 기존 노선의 운행선 변경을 통해 고택 복원사업을 지원하는 의미도 있다는 게 철도공단 측의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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