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여름 113년만의 기록적인 폭염으로 국민들이 큰 고통을 겪었습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7월부터 8월 말까지 전국 아파트에서 발생한 정전사고는 153건. 그 무더위 속에서 주민들은 에어컨을 제대로 틀지 못하는 등 불편을 겪었습니다.

전기안전공사의 긴급출동복구 서비스인 에버서비스 출동 현황을 살폈을 때 지난해 출동건수는 총 424건입니다. 이 가운데 아파트가 197건으로 절반 수준인 46% 정도입니다. 더위가 심해지는 8월이 84건으로 가장 빈번했습니다.

올해도 곳곳에서 변압기 고장 등으로 인한 아파트 정전사고가 끊이질 않고 있습니다.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되는 것이 노후화된 전력설비입니다. 작년 가장 많은 정전 사고가 발생했던 고양시는 1기 신도시인 일산이 위치한 곳입니다. 20년 이상된 1기 신도시는 이제 노후화된 설비를 개량해야 할 시기입니다.

그러나 현장의 목소리는 다릅니다. 전력설비 개량은 항상 아파트 외관 수리와 환경 정비 등에 밀려 제대로 이뤄지지 못합니다. 여름 한때만 버티면 아무 문제가 없는데 수천만원을 들일 필요가 없다는 거죠. 또 어떤 곳에선 고장이 나야 보험처리를 받을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오는 실정입니다.

눈에 보이는 것에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이 후순위로 밀리는 모양입니다. 안전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이 여전히 낮은 것을 보여주는 증거입니다.

우리는 해방 이후 엄청난 경제성장을 기록하며 이제 선진국의 하나로 거론되고 있습니다.

안전과 예방에 많은 것을 투자하는 선진국의 문화까지는 아직 쫓아가지 못하는 게 현실입니다. 진정한 선진국이 되기 위해서는 안전에 대한 우리의 의식을 바꿔야 하지 않을까요.

저작권자 © 전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