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부터 유럽산과 경쟁 불가피…차세대 배터리 개발, 인재 양성도 필수

우리 기업들이 유럽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배터리 원재료의 안정적 확보에 힘써야 할 것으로 지적됐다.

한국무역협회(회장 김영주) 벨기에 브뤼셀지부가 지난 14일 발표한 ‘유럽의 전기자동차 배터리 육성정책 주요내용과 시사점’에 따르면 지난해 유럽에서 전기차는 전년 대비 33% 증가한 40만8000대가 판매됐고 2025년에는 400만대 이상 판매될 전망이다. 전기차 배터리 시장도 2025년에는 2500억유로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전기자동차 판매대수 급증에 따라 유럽 전기자동차 시장의 성장과 함께 전기자동차 원가의 40~50%를 차지하는 배터리에 대한 수요도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유럽 공과대학 EIT(European Institute of Innovation and Technology)에 따르면 유럽 배터리 시장 규모는 2025년까지 2500억유로(약 339조원)로 성장하고, 300만~400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배터리 수요 충족을 위해 EU 역내에 10~20개의 대규모 배터리셀 생산설비가 필요할 것으로 예측된다.

배터리셀이란 전기에너지를 충·방전해 사용할 수 있는 배터리의 기본단위로, 여러 개의 셀을 묶어 ‘모듈’을 만들고 다시 여러 개의 모듈을 묶어 전기차에 장착되는 최종 제품인 ‘팩’을 구성한다.

독일과 프랑스는 정부 지원을 발판으로 자동차 업계가 전기자동차 배터리 시장 공략에 본격적으로 나설 수 있도록 지원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독일과 프랑스는 지난 5월 유럽 전기자동차 배터리 산업 육성을 위해 향후 4년간 자국에서 배터리 생산 공장을 1곳씩 신설하는 데 최대 60억유로(약 7조9000억원)를 공동 투자하기로 합의한 ‘에어버스 배터리’ 프로젝트를 발표한 바 있다.

유럽 자동차 업계도 배기가스 규제 충족을 위해 EU 전기자동차에 대한 투자 계획과 함께 배터리의 자체 생산을 적극 추진 중이다.

유럽 자동차 업계는 향후 10년간 총 1450억유로(약 196조원)를 전기자동차와 전기자동차 배터리 산업에 투자할 계획이다. 막대한 투자규모를 감안할 때 향후 전기자동차산업의 성공이 유럽 산업의 최우선 과제로 부상할 것으로 보고서는 분석했다.

유럽은 전기자동차 산업과 연관된 화학, 자동차, 신재생에너지 산업이 발전한 선진국임에도 불구하고, 전기자동차에 핵심 부가가치를 차지하는 전기자동차 배터리 분야에서는 한국, 중국, 일본 등 아시아 국가들에 의존하고 있다. 글로벌 전기자동차 배터리의 69%가 중국산인 반면 EU의 생산비중은 4%에 불과하다.

이에 2017년 배터리 원재료 확보에서부터 핵심소재 연구개발, 제조 과정 및 사용 후 재활용에 이르기까지 배터리와 관련된 모든 분야에 경쟁력 있는 지속 가능한 배터리 공급사슬을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유럽배터리연합(EBA, Europe Battery Alliance)이 출범했다.

EBA는 배터리 제조에 필요한 핵심원료인 리튬, 코발트 등의 안정적 확보를 위해 원료보유국과의 전략적 FTA를 체결하는 등 배터리와 관련된 여러 프로젝트를 지역 간 협력을 통해 진행해왔다.

여기에 EU는 ‘호라이즌 2020(EU Horizon 2020 Programme)’ 유럽투자은행(EIB), 유럽지역발전기금(ERDF) 등을 통해 배터리 셀 투자 프로젝트도 지원한다. 호라이즌 2020은 EU의 연구혁신분야 재정 지원 프로그램으로, 배터리 관련 프로젝트에 올해 1억4000만유로, 내년엔 1억3200만유로를 투자할 계획이다.

올 2월에는 배터리 연구를 위한 신기술 및 혁신 플랫폼인 ‘배터리 유럽(Batteries Europe)’을 설립, 배터리 이해관계자 간 연구 및 혁신에 관한 계획을 논의하고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보고서는 LG화학, SK이노베이션, 삼성SDI 등 우리 기업들은 현지 투자로 유럽 전기차 배터리 공급사슬에서 중요한 위치를 선점하고 있지만 유럽 완성차 업계의 투자가 완료되고 자체 배터리가 본격 생산될 2025년쯤부터는 본격적인 경쟁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또 보고서는 “우리나라는 배터리 및 소재 분야에서 기술 강국이지만 배터리 원가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원료의 자체 수급이 취약하다”면서 “안정적인 원재료 확보 방안은 물론 차세대 배터리 개발, 안정적인 공급처 확보, 인재 양성, 관련 규제 개선 및 인프라 구축에 힘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경윤 무역협회 브뤼셀지부 팀장은 “폰데어라이엔 EU 신임 집행위원장도 친환경 정책에 집중하는 EU를 만들겠다고 공언한 만큼 유럽 각국은 전기차 산업 육성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설 전망”이라며 “우리도 전기차 배터리 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적극적인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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