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력 부족・불안한 처우 탓에 제대로 역할 수행하기 어려워
아파트 규모별 인력 확충 위한 제도 기반 시급

전기사업법 제73조 전기안전관리자의 선임 등에 대한 내용에 따르면 수전 계약용량 1000kW 이상의 시설에는 반드시 상주 전기안전관리자를 배치하도록 돼 있다.

아파트의 경우 거의 대부분의 시설에 1000kW 이상의 전기설비가 설치돼 있기 때문에 흔히 전기과장으로 불리는 상주 전기안전관리자들이 선임돼 있다.

전기안전관리자는 시설 내 전기설비관리뿐 아니라 여름철 치솟는 피크전력을 관리, 아파트 주민들의 편리한 전기사용 환경을 조성하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최근 들어 생활편의를 위한 제품이 대부분 전기화되면서 전기 사용량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 만큼 전기안전관리자의 중요성은 한층 커지고 있다. 특히 최근 폭염으로 인한 냉방수요 증가는 물론 동절기 난방까지도 전기장판이나 전기난로 같은 전기사용 제품이 확대되면서 잠시만 정전이 되더라도 주민들이 겪는 불편함이 배가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국전기안전공사가 긴급출동정전복구지원 서비스인 에버서비스 출동현황을 살폈을 때 지난해 출동건수 총 424건 가운데 아파트가 197건으로 46%를 차지했다. 정전사고의 절반 가까이가 아파트에서 나타나고 있는 만큼 설비 관리를 통한 전기안전 확보가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는 것.

아파트 정전사고 예방을 위한 전기안전관리자들의 역할이 커져가고 있지만 이들에 대한 대우나 근무환경은 여전히 바닥이다.

가장 현실적으로 와 닿는 업무상 애로는 인력 부족 현상이다.

최근 들어 아파트 관리예산 절감을 위해 전기안전관리자를 쥐어짜는 현상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고 업계 한 관계자는 전했다. 전기설비 관리를 담당해야 할 전기안전관리자가 전기설비 외 설비 관리에 투입되거나 아파트 환경개선 같은 역할을 겸임하는 것도 이제는 흔한 일이라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관리사무소장 채용 시 전기안전 분야의 자격증을 요구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대규모 아파트 단지여도 전기안전관리자 인력을 충원해주지 않아 관리자 한 명에 한 두명의 보조작업자가 전체를 관리해야 하는 일도 흔하다. 그러다보니 정전 작업 등 여러 명이 각각 구역별로 설비를 맡아 효율적으로 일해야 하는 일도 제대로 수행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전기안전관리업계는 아파트 규모별 인력을 확충할 수 있도록 제도적인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가까운 예로 소방법상에는 1만5000㎡ 이상 면적의 건축물에는 1만5000㎡마다, 300세대 이상인 아파트는 300세대마다 소방안전관리보조자를 1명 이상 선임토록 규정하고 있다. 아파트 규모가 커질수록 보조자를 배치토록 해 업무 부담을 줄이고, 설비 안전을 보다 높일 수 있다고 업계 관계자는 강조했다.

전기사업법상에는 배치해야 하는 전기안전관리자 기준이 5000kW 이상 건물에 보조기술자 1명 이외에는 정해져 있지 않다. 안전관리자가 심각한 업무량을 떠안고 있는 상황이다.

아파트 전기안전관리자의 불안한 처우 역시 적극적인 전력설비 관리를 어렵게 만든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았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아파트 근무자의 80~90% 정도가 위탁관리회사 소속으로 일하고 있다고 전했다. 위탁관리회사 소속으로 일하며 보통 1~2년 정도의 계약기간을 두고 일하고 있는 만큼 고용이 안정적이지 못하다는 얘기다. 고용불안에 저임금 문제까지도 전기안전관리자들의 어려움을 가중시킨다.

대부분 고용이 위태로운 입장에 놓인 만큼 수천만원의 관리 예산이 들어가는 설비 교체를 제때 요구하기 힘들고, 인력이 부족해도 충원을 요청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아파트 정전 예방을 위한 중추적 역할을 맡아야 할 전기안전관리자들이 제 역할을 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는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소극적인 아파트 설비 투자 등으로 인한 정전 사고는 앞으로 여름철의 주요 과제가 될 것이다. 지금도 폭염 때면 밤 12시까지 변압기 앞을 떠나지 못하는 전기안전관리자들이 한 둘이 아니다”라며 “전기안전관리자들이 제대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아파트 전기안전도 확보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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