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가용성 이중화 네트워크 변전소 현장실증
지능형 디지털변전소 진화 위한 ‘첫 걸음’

최성수 전력망연구본부 전력ICT연구센터 센터장
최성수 전력망연구본부 전력ICT연구센터 센터장

지구온난화의 가속과 국제정세의 불안으로 인한 에너지수급의 불균형은 미래 전기에너지 기술 연구개발에 대한 시기를 보다 앞당기고 있다. 일반적으로 에너지 (Energy)는 일을 할 수 있는 정적인 (Static) 물리량의 뜻을 갖고 있으나, 이는 환경 개선과 지속가능한 변화를 주도하는 생산과 소비의 에너지 경제 개념으로의 혁신적인 전환을 시사한다.

잘 알다시피, 전기에너지는 높은 에너지효율에도 불구하고 화석연료로부터 값싸게 만들 수 있고, 경제적인 방법으로 멀리까지 전송이 가능하다. 또한 열에너지, 빛 에너지, 위치 및 운동 에너지 등 다양한 모습으로 서로 그 형태를 바꿀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전기에너지는 공장, 가정 및 교통수단 등에서 우리 일상생활에 필요한 많은 기구와 설비들을 만들어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인류의 소중한 에너지원이다.

발전소에서 생산된 전기에너지는 전기에너지망을 통해 전송하는 과정에서 변전소라 불리는 에너지 정거장 (Substation)을 거치게 된다. 현재의 변전소는 전기에너지의 물리적 특성인 전압 형태나 크기를 변환해 필요로 하는 곳에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그러나 미래에는 전기자동차,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 및 분산자원과 연계해 전기에너지의 양방향 생산과 소비를 이어줄 수 있는 미래 전기에너지망의 똑똑한 중간관리자 역할까지 담당하는 지능형 디지털 변전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

미래 전기에너지망은 단순한 전기 기기들의 연결과 제어를 넘어서 전체 전기에너지망의 운영상황을 총체적으로 파악하고 유사시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형태로 진화돼야 한다. 전체 망이 유기적으로 연결돼,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하는 동시에 유연한 확장이 가능한 지능형 전기에너지망으로의 변모가 필요한 것이다. 2000년대 초반 스마트그리드 아키텍처 모델(SGAM)과 전력망 통신 국제표준인 IEC 61850으로 촉발된 변전소의 디지털화는 ‘다양성의 수용과 광역화’라는 미래 에너지 그리드의 나아갈 방향과 일치한다.

전기에너지를 보호 감시하기 위한 복잡한 구리선과 아날로그 형태의 제어신호들은 광케이블과 디지털신호 형태로 대체되고, 전력설비마다 사용하는 정보의 특정 패턴과 형식을 통일화해 전력설비간 연결을 보장한다. 또한 고속 컴퓨팅기반 전력 ICT(정보통신기술)을 이용하여 전기에너지의 불안정한 고장패턴을 즉각적으로 분석하는 동시에 차단기에 바로 알려주어 계통고장 사고를 미연에 방지한다. 이처럼 변전소의 디지털화는 아날로그 신호의 왜곡과 시간지연에 따른 고장파급을 원천적으로 막을 수 있고 정확한 사고 예측을 통한 실시간 보호, 감시 및 제어 관리가 가능하다.

국내 변전소의 디지털화 현황을 개략적으로 살펴보면 한국전력공사에서 2011년부터 변전소자동화(SA)설비 실계통 성능검증 개시 (154kV 풍동S/S)를 시작으로 2019년 2월 기준 154kV 디지털변전소 42개소를 구축 운영 중에 있으며, 순차적으로 685개소의 기존 아날로그 변전소 설비들의 디지털화가 진행되고 있다. 이는 지능형전자장치(IED)와 일부 기계적 접점으로 구성된 단순한 전력기기 전장부와 기능구현을 위한 논리적 프로그램의 IED내부 로직(logic)회로로 구성된다. 전력설비의 정보(감시, 제어, 계측, 보호계전, 인터록)를 데이터화하여 IED간 N:N 정보 연계처리를 가능케 한 것으로 IEC 61850기반 SA운영장치를 통한 SCADA 연계로 정보수용을 토대로 한 부분적 디지털변전소 인프라를 구축한 것이다. 2018년 말에는 지능형 디지털변전소 마스터플랜이 발표돼, 미래 전기에너지망 구현을 위한 디지털 변전소자동화 발전이 가속화될 전망이다. 현재의 부분디지털(Half Digital)인 스테이션버스(Station Bus)에서 프로세스버스(Process Bus)기반의 고신뢰 네트워크가 완전히 적용된 풀 디지털(Full Digital) 형태로 전환될 예정이다.

디지털변전소 발전단계
디지털변전소 발전단계

한국전기연구원 전력ICT연구센터는 전력통신기반의 스마트변전소 프로세스버스 구현 및 응용기술개발을 수행하고 있다. Big Data 취득, 자동복구, 예방진단, 자산관리 등을 위한 지능화 인프라를 갖추기 위해서는 반드시 현장에서 순시전압과 전류 샘플들을 매우 정확한 시간에 계측, 저장, 처리해야한다. 대량으로 계측된 신호를 디지털정보로 변환하고 연결을 통해 정보의 분석과 디지털 조작차단과 같은 여러 전력서비스를 가능케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1 Gbps급 고속 네트워크 기술과 갑작스런 사고에도 정보전달의 연결에 끊김이 없고 사고시 무지연 회복 가능한 고가용성 이중화 네트워크 기능을 갖춰야 한다. 또한 완전 디지털화된 전기설비들이 주어진 SA 네트워크 안에서 1 마이크로초 이내 항시 시간 동기화가 유지돼야만 한다. 물론 시급을 다투는 트립(Trip) 제어신호는 일반적인 모니터링 및 알람신호들과 구분돼야 한다. 네트워크 트래픽이 폭주하는 이상 현상 시에도 반드시 신호가 전달되도록 시민감형(Time Critical) 이중화 우선순위 처리기능을 제공해야 한다. 이 모든 과정은 전기에너지의 안정적인 공급에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실시간 보호 주기 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운영되는 것이다.

올해 국내 최초로 수행하는 한국전기연구원의 고가용성 이중화 네트워크의 변전소 현장실증은 이러한 미래 전기에너지 기술 실현을 위한, 지능형 디지털변전소 진화를 위한 첫 걸음이라 할 수 있다.

최성수 센터장 ( 한국전기연구원전력망연구본부전력ICT연구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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