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정상회담을 계기로 경협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는 가운데 전력, 철도 등 국가 기간산업이 경협의 물꼬를 틀 수 있는 핵심 사업으로 부상하고 있다. 철도 분야는 이미 경의선, 동해선 연결 등 구체적인 대안까지 얘기되고 있으며, 전력은 개성공단을 조성하면서 남측의 시스템에 의해 전력을 공급한 경험이 있어 논의 단계를 넘어 실행에 이를 경우 전력 공급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는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전력공급은 계통만 연결하면 되는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 남과 북이 기술적으로 해결해야 할 현안이 많으며, 이를 해결하지 않고 전력을 공급할 경우 남측 계통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진단했다.

2017년 기준 북한 발전설비 용량은 766만kW로 남한의 7.2%, 발전량은 4.4%를 기록하고 있어 전력부족이 심각한 상황이다. 부족한 것도 문제지만 품질 개선이 시급하다. 북측의 기본 주파수는 60헤르츠로 남한과 동일하지만 평상시에 심한 주파수 변동성을 갖고 있어 품질이 많이 떨어진다.

또 북한의 저압 배전전압은 220/380V로 남북한이 동일하지만, 고압송배전망은 3/6/10/20/60/100/200kV 계통으로 구성돼 있어 남한의 22.9/154/345/765kV와는 완전히 상이한 계통구성을 갖고 있다.

전문가들은 오랫동안 상호 분리됐던 전력을 연계하기 위해선 전력공급 안정성과 경제성, 기술적 차이 극복 등 고려해야 할 대상이 많다고 진단했다. 남북 계통연계는 크게 AC 또는 DC 방식이 있다.

AC연계는 남과 북 연계 변전소 간을 AC연계선으로 단순히 연결하는 방안과 북한의 연계 지역을 북한계통에서 분리한 후 남측 변전소와 연결하는 AC선로를 구축하는 방안이 있다.

전문가들은 AC방식으로 연계할 경우 남측계통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위해 북한 내 계통에서 분리한 후 남측 계통과 연계하는 방식이 효율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방법은 남측에서 개성공단에 전력을 공급하며 적용했던 방식이다. 또 DC 연계 방식도 고려되고 있다. 계통규모와 특성 및 전기품질 수준이 완전히 다르고 전압체계도 다른 상황에서 남북한 전력망 전체를 연계하는 경우에는 DC연계 방식을 우선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도 설득력이 있다.

한 전력계통 전문가는 “계통 안정성과 조류제어, 전기환경영향 등 기술적 측면에서는 DC연계가 유리하지만 경제성을 본다면 다소 불리하다”며 “특히 AC송전기술은 남측이 완전 자립화한 상태이지만, DC송전은 변환부문에서 추가적인 기술개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규하 전기연구원장은 “6월초 예정된 북미 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끝나 대북제재가 완화되는 국면에 접어들 경우 전력공급에 대한 논의는 급속도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으며, 중단기적으로 남북한 전력협력을 뛰어넘어 단일 전력계통 밑그림 이라 할 수 있는 한반도통합전력망(UKPS-Unified Korean Power System) 구축과 운영에 대한 논의도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최 원장은 “남북한 양측의 장기 전력수요, 계통안정성과 경제적인 계통운영을 위해 필요한 융통전력은 최소 500만kW 이상일 것으로 예상된다”며 “전체적으로 남북한 양측의 전력계통 연계망은 4개 루트 정도로 구성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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