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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객석)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준비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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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재인 가온전선 대표
제나라 대장군 전기는 말 경주를 좋아했다. 3개 조의 말들이 겨루어 2승을 하는 팀이 이기는 경주였는데 전기는 번번이 경주에서 패해 제나라 공자들에게 대금을 빼앗기기 일쑤였다. 전기의 식객이 패배를 지켜보다 못해 이기는 방법을 귀띔해 주었다.
“3개 조의 수레를 속력에 따라 세 등급으로 나누십시오. 상대의 가장 빠른 말에 우리의 가장 하등의 말을 붙입니다. 그리고 상대의 중간 말에 우리의 가장 우수한 말을 견주게 하고 상대의 하등 말에는 우리의 중간 말을 상대케 하면 2대1로 승리하게 되실 것입니다.” 그의 권고를 따른 전기가 그 후로 연전연승을 거둔 것은 물론이다.

이 계책을 창안한 식객은 손자병법의 저자 손무의 손자인 손빈이었다. 그는 손자병법을 더 발전시킨 손빈병법을 썼다. 손자병법은 군사전략뿐 아니라 빌 게이츠 같은 경영자들도 즐겨 읽을 만큼 현대 비즈니스에서도 통용될 수 있는 원리를 제공해주고 있다. 그중 행군 편에 있는 내용이다. “적진의 막사 위에 새 떼가 모여 있다면 그 적진은 텅 비고 병력이 없다는 징후이며, 야간에 적의 영채에서 자주 놀라서 부르짖는 소리가 들리면 적방에 공포심이 퍼져 있다는 징후이다.” 이처럼 이 책 곳곳에는 전장의 정세, 지형 등의 미세한 데이터를 세밀하게 분석하고 있다.

약 2400년 전에 기술된 손자병법은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 번을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知彼知己, 百戰不殆)” 라는 명구를 통해 정보 수집과 분석의 중요성에 대한 통찰을 제시했다. 손자병법의 나라 중국은 이제 빅데이터의 중요성에 눈을 뜨고 국가적으로 준비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중국은 19대 정치국 회의의 집체학습 주제로 빅데이터를 선택했다. 이 자리에서 시진핑 주석은 디지털 중국 가속화를 촉구하고 모든 리더들이 빅데이터를 업무에 활용할 것을 지시했다. 민간기업도 발 빠르게 데이터 플랫폼을 개발하고 있다. 시카고대학의 존 리스트 교수는 구글, 아마존, 우버 등의 데이터 플랫폼 기업을 제치고 알리바바를 유력한 승자로 예상하기도 하였다. 알리바바그룹의 마윈 회장은 “누가 더 많은 데이터를 갖고 더 빠른 속도로 처리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느냐가 경쟁력”이라고 데이터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맥킨지에서도 “빅데이터는 혁신과 경쟁력의 핵심 요소”라고 평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 기업 생존의 화두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신생업체들이 발 빠르게 디지털화된 사업 모델을 발굴하면서 산업 생태계를 바꾸어가고 있다. 넷플릭스, 에어비앤비, 우버 같은 업체들이 디지털 환경의 새로운 플랫폼을 제공하면서 미디어, 호텔, 자동차에 이르기까지 전통적 강자들의 입지가 크게 흔들리고 있다.
전통적인 제조업체도 최신 IT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새로운 기업으로 변신하려는 시도가 한창 벌어지고 있다. 제조업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선도한 대표주자는 제너럴 일렉트릭(GE)이다. 엔진이나 터빈 같은 산업설비 제조업체였던 GE는 세계 Top 10 소프트웨어 기업을 목표로 변신하면서 전사 매출에서 서비스 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46%(금융부문 제외)로 높아졌다. 지금까지 저렴한 인건비 확보를 위해 개도국을 찾아다니던 아디다스는 독일 안스바흐와 미국 애틀랜타의 ‘스피드 팩토리’라는 로봇공장에서 스포츠화 대량 생산에 들어서고 있다. 또한, 미래 디지털 패권을 차지하기 위해 다수의 업체가 복잡하게 얽혀 협력하는 합종연횡의 모습이 다양한 분야에서 나타나고 있다. 당사의 고객인 한국전력과 통신업체도 성장이 둔화되는 전통적인 전력과 통신사업에서 빅데이터 플랫폼 기반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로 변신에 나서고 있다.

이제 전선기업도 산업의 디지털화 트렌드에 대응해야 할 때다. 당사는 올해부터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추진 TF를 조직해 디지털 역량을 강화할 계획이다. 당사는 산업에 적용되는 전선을 만드는 전통적인 굴뚝 산업이다. 처음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회사에 소개했을 때 내부에서는 부정적인 반응이 많았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은 첨단 IT산업이나 자동조립 산업에 적용하기 쉬울지 몰라도 수작업의 비중이 높은 전선 사업과는 맞지 않는다는 의견이 있었다. 당사의 숙련된 작업자를 통해 나오는 제품의 품질과 생산성은 업계에서도 정평이 나 있다. 그러나 언제까지나 손끝 기술만으로 미래의 변화 속도에 대응할 수는 없다. 당사가 디지털화에 대응하지 못할 경우 도태될 수밖에 없음을 확신하고 지속해서 의제로 삼아 논의하면서 공감대가 형성되기 시작했다.

올해 당사는 디지털화를 위해 먼저 인프라를 구축할 계획이다. 초고압 케이블 주력 설비의 생산관리, 품질관리, 설비 보전/관리, 자재관리 시스템을 통합 운영해 전체 효율을 높이고, 생성되는 빅테이터를 수집해 신제품 품질 최적화에 활용할 예정이다. 연구소에서는 연구/개발 Data Library를 구축해 개발 프로세스 효율화를 추진하고자 한다.
“빅데이터는 미래 경쟁력을 좌우하는 21세기 원유다!”
글로벌 매체와 권위 있는 오피니언 리더들이 데이터의 무궁한 잠재력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마르지 않는 21세기 원유가 주위에 널려 있음에도 어떻게 가공해 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지는 아직도 막연한 것이 현실이다. 분명한 것은 파괴적인 미래 환경 앞에서 기업은 새로운 자세로 학습하고 끊임없이 필요한 역량을 육성해야 할 것이다. 전통산업의 대표주자인 중전기와 전선업계도 디지털 환경에 적합한 체질로 바꾸어나가기를 기대한다.
작성 : 2018년 01월 18일(목) 11:45
게시 : 2018년 01월 19일(금) 10:43


윤재인 가온전선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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