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충전기 설치부터, 정식 계약은 “곤란하다”
대신 테슬라 홈페이지에 파트너사로 올려주겠다 답변

미국 전기차 기업 테슬라가 국내 전기차 충전기 업체를 상대로 무리한 영업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테슬라의 명성과 브랜드를 앞세워 ‘갑질’을 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최근 테슬라는 모델S를 예약 구매한 국내 소비자들에게 차량 인도를 시작했다. 이와 함께 테슬라 구매자들이 이용할 수 있는 전용 충전기를 전국에 설치하고 있다. 테슬라의 경우 충전기 완제품을 한국에 들여와서 설치·공사만 국내 기업이 담당한다.

그런데 전기차 충전업계에 따르면 테슬라가 충전기 제조업체에 황당한 요구를 해 계약이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A충전기 제조업체는 올해 초 테슬라와 충전기 구축을 위한 협약을 맺었지만 정식 계약은 체결하지 못했다. 충전기를 구축하는 데 필요한 비용과 장소, 향후 운영비 등을 책정해 계약서를 작성해야 하는데 테슬라가 시간만 끌고 계약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대신 A업체를 테슬라의 공식 홈페이지에 등록해주겠다는 답변만 돌아왔다.

A업체 관계자는 “전국에 충전기를 설치해야 하다보니 필요한 인력과 비용이 만만치 않은데 사실상 알아서 설치하라는 것이나 다름 없었다”며 “하지만 나중에 정산을 제대로 해주지 않으면 피해는 고스란히 우리 몫인데 위험부담이 너무 컸다”고 말했다.

충전기를 설치할 때 가장 어려운 부분 중 하나는 장소 선정이다. 가능한 차량운행이 많고, 전기 공사가 가능한 곳에 설치해야 하는데 이런 장소를 찾아서 설치 허가를 받는 게 쉽지 않기 때문이다. 장소 선정 역시 A기업이 담당해야 했다. 결국 A기업은 테슬라와의 계약을 포기했고, B기업이 테슬라와 충전사업을 논의하고 있다.

테슬라의 이런 행태를 두고 업계에선 일종의 ‘갑질’이라고 지적한다.

한 전기차 전문가는 “충전기 소유권은 테슬라가 가지고 있으면서 국내 기업에 과도한 책임을 떠맡긴다”며 “테슬라와 함께 하는 것 자체가 보상이라는 인식이 저변에 깔려 있는 것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사실 테슬라가 국내에 진출한다는 소식이 알려질 때부터 국내 충전기 연관 기업 대부분은 테슬라와 접촉을 시도해왔다. 테슬라와 파트너십을 맺었다는 것 자체가 홍보효과가 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별다른 성과는 없었다. 테슬라가 국내에서 차량이나 충전기를 생산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대리점에서 차를 판매하는 것도 아니다보니 국내 기업과의 접점이 거의 없었던 것.

모 충전기 업체 관계자는 “테슬라의 국내 진출이 전기차 시장에 활력을 불러일으킨 건 긍정적이다”면서도 “세계적인 기업인 테슬라가 손 안대고 코푸는 식으로 충전기를 구축하려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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