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부.제주도, 남은 사업중단하고 기존 사업 관리 방향으로 결정
주관사업자인 비긴스, 자체 예산 투입해서라도 계속 추진하기로

배터리 리스 사업 개념도(출처=에너지공단)
배터리 리스 사업 개념도(출처=에너지공단)

2015년부터 3년간 총 1119대의 전기차 보급을 목표로 정부가 추진한 전기차 배터리 리스사업의 중단여부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예산을 지원하는 산업부와 제주도는 남은 사업을 전면 중단하고 그동안 진행한 사업을 관리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고, 이 사업을 주관하는 비긴스는 자체 예산을 들여 사업을 지속하겠다는 입장이다.

산업부는 지난 2015년 전기차 보급을 확대할 수 있는 방안 중 하나로 배터리 리스사업을 선정했다. 배터리 리스사업은 전기차 가격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임대해주는 사업이다. 전기버스나 택시, 렌터카처럼 이용빈도가 높고, 법인이 운영하는 경우 구입부담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당초 기대를 모았다.

주관기관인 한국에너지공단은 2015년 4월 주관사업자로 비긴스를 선정하고, 같은해 6월 협약을 체결했다. 사업 예산은 총 724억원으로 책정됐다. 산업부가 144억원, 제주도가 144억원, 사업자인 비긴스가 430억원을 부담하기로 했다.

하지만 사업을 시작한지 1년 8개월여가 지났지만 성과는 기대에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경용 제주도의회 의원은 지난 9일 열린 임시회에서 “시작부터 배터리 리스사업의 성공가능성이 낮아 우려의 목소리가 많았는데 결국 산업부가 사업을 중단하기로 했다”며 “사업 수익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무리하게 사업을 추진하다가 제주도민들이 피해를 보게 생겼다”고 지적했다.

당초 배터리 리스사업 계획상으로는 2016년까지 전기버스 82대, 전기택시 490대, 전기렌터카 327대를 보급해야 하지만 실제로는 각각 23대, 1대, 48대에 그치고 있다. 올해까지 목표한 물량을 채우는 건 사실상 물 건너간 셈이다.

이 때문에 산업부는 올해까지 진행하기로 했던 배터리 리스사업을 잠정 중단하고, 그동안 진행한 사업을 안정화시키는 데 주력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160억원을 투입한 배터리 리스사업이 좌초될 위기에 처한 것이다. 주관사업자인 비긴스가 사업을 중단할 경우 ‘먹튀’라는 오명을 쓸 가능성도 있다.

상황이 이렇게 된 것에 대해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비긴스도 억울함을 토로했다. 민간 사업자가 배터리 리스사업을 단독으로 추진하는 것 자체가 역부족이라는 것. 버스 노선 확보, 렌터카 사업자 승인, 배터리 교체 시스템(BSS) 구축 등에서 예상치 못한 난관에 봉착했다는 게 비긴스 측 입장이다.

게다가 이 사업의 수익성과 직결되는 연료비 변동도 변수로 작용했다. 2015년만 해도 경유 가격은 리터당 1600원대를 형성했지만 현재는 1200원대까지 떨어졌기 때문이다. 버스운수회사가 기존의 경유버스를 전기버스로 바꿨을 때 생기는 연료비 절감액이 비긴스의 주 수익원인데 경유 가격과 함께 수익도 대폭 떨어졌다. 초기 투자비용이 높은 대신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리스사업의 장점이 퇴색된 것이다.

박준석 비긴스 대표는 “그동안 정부와 지자체에게 지원 받은 예산은 약 40억원 정도고, 나머지는 외부 투자를 받아 진행했다”며 “마치 비긴스가 정부 예산을 낭비한 것처럼 비쳐지는 건 아쉽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제주도 지역 특성, 현지에서 겪는 어려움 때문에 사업이 늦어졌고, 이 때문에 비용도 더 발생하고 있지만 정부의 방침과 상관없이 올해 사업도 문제없이 추진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비긴스는 일단 올해 전기버스 20대를 신규 노선에 투입할 계획이다. 배터리 교체형 전기버스의 경우 하루 평균 1대당 350km를 주행하고 있을 정도로 우수한 성능을 입증했기 때문이다. 지금으로선 사업성이 불투명하지만 목표한 수준까지는 꾸준히 사업을 진행한다는 게 박준석 대표의 생각이다.

국내 전기버스 시장이 예상보다 지지부진한 탓에 최근에는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지난해부터 추진 중인 에콰도르 전기버스 보급사업은 올해 중으로 가시화될 것으로 보인다. 전기버스 40대, BSS 1기 등 약 350만달러 규모 사업이다. 이외에 버스 4000대를 전기버스로 교체하기로 한 태국과도 현재 협의를 진행 중이다. 사업규모가 워낙 큰 탓에 소규모로 사업을 체결하고, 점차 확대할 방침이다.

저작권자 © 전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