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안전에 대한 사회적 요구 증가 추세
...정전 우려되는 상황에선 우선순위 밀려

지난 9일 부산 기장 정관신도시에 9시간 동안 정전이 발생해 주민 7만 여명이 추위와 공포에 떨어야 했다.

많은 주민들은 정전으로 하루 종일 식사는 물론, 일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이번 정전이 그나마 작은 신도시에서 발생해 피해가 적었지만, 만일 전국적인 정전이 그것도 9시간이나 지속됐다면 정말 엄청난 혼란이 발생했을 것이다. 피해규모 또한 헤아리기 어려울 것이다.

이번 정전사고는 전력공급의 안정성이 전력정책의 최우선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여실히 보여줬다.

최근 들어 미세먼지 오염으로 인한 건강피해, 온실가스로 인한 기후변화, 원전사고의 위협, 쌓여가는 핵폐기물 문제 등의 이유로 원전과 석탄 대신 안전하고 친환경적인 가스와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일각에서는 원전과 석탄발전소의 가동을 당장 중단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들에게 묻고 싶다. 당장 원전과 석탄발전소가 가동을 멈추면 정전이 우려되는데 우리 국민들이 이것을 담담히 수용할 수 있겠냐고.

물론, 환경과 안전에 대한 국민적 요구가 커지면서 이를 최대한 정책에 반영해야 하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그리고 앞으로도 전력정책의 있어 전력공급의 안정성은 다른 가치보다 우선이다.

◆신재생에너지 발전비중 과연 몇 %까지 가능할까

현재 우리나라 전력공급의 40%는 석탄이 담당하고 있다. 원자력도 30%를 담당한다. 가스발전이 약 20%, 신재생에너지 비중은 4.5%에 머물고 있다.

산업부는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2025년까지 11%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히고 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려면 약 17GW의 태양광과 12GW의 풍력이 보급돼야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태양광 보급량은 어느 정도 달성 가능하지만, 풍력의 경우는 지난해까지 국내 풍력발전설비 누적 설치량이 1GW인 것을 감안하면 쉽지 않은 목표다.

하지만 어떻게든 설치를 한다고 해도 문제는 우리나라 전력계통이 이를 얼마나 받아들일 수 있을까하는 점이다.

신재생에너지는 햇볕이 없거나 바람이 불지 않으면 전력을 생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선 전문가들 간에도 의견이 엇갈린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현재 기술수준으로는 신재생에너지발전량이 전체 전력수요의 10% 정도를 상회하면 전기 품질을 저하시킬 것”이라며 “특히 우리나라는 일조량도 많지 않고, 바람도 강도와 방향이 일정하지 않아서 생산되는 전력이 들쭉날쭉하다보니 전압과 주파수가 일정하게 유지되기 어렵고, 이를 ESS가 커버해야 하는데 엄청난 비용이 소요된다”고 지적했다.

반면 문영환 전기연구원 박사는 최소 10년 이상은 신재생에너지 보급 확대에 계통문제가 큰 걸림돌이 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문 박사는 “신재생에너지가 전력계통에 안좋은 영향을 미치는 것은 분명하지만, 이에 응동할 수 있는 양수발전소가 5GW나 있고, 가스발전도 충분해 오히려 지금은 소규모 태양광 보급 확대에 따른 배전선로의 전압유지 설비보강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발전기가 가동하고 멈출 때 과도한 출력변화를 제한하고, 선로를 보강한다면 현재 기술로도 20% 정도까지는 수용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병준 고려대 전기공학과 교수도 “우리나라가 독일과 달리 계통이 독립돼 있고, 신재생에너지 여건이 좋지 않아 무한정 신재생에너지를 확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면서도 “다만 신재생에너지 전용 선로 보강과 앞으로 기술진보를 감안하면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점차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원전과 석탄 가동 정지시 전기요금 얼마나 인상되나

연료비와 각종 비용을 포함한 전원별 발전단가는 원자력이 48원/kWh으로 가장 낮다. 그 다음은 석탄(64원), 풍력(109원), 가스(126원), 태양광(169원) 순이다.

하지만 2015년 기준 실제 한전에서 전력거래소를 통해 정산해주는 정산단가는 원전 62.7원, 석탄 68.3원, 태양광 102원, 풍력 109원, 가스 126.2원이다. 정산조정계수가 적용돼 한전의 수익이 발전회사로 일부 이동했기 때문이다.

태양광은 RPS의무이행 정산비용을 포함하면 정산단가가 169원에 이른다.

논란의 여지는 있지만, 원자력의 경우 사용후 핵연료와 중저준위 폐기물 처리비용 등이 발전단가에 포함돼 있다.

결국 단순히 계산해 봐도 원전과 석탄을 가스와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할 경우 2~3배 정도의 전기요금 인상이 예상된다.

물론 지금의 왜곡된 과세체제와 각종 사회적비용을 고려하면 경제성 재평가가 필요하지만, 전기요금 인상은 불가피하다.

이와 관련 양이원영 환경운동연합 처장은 “원전의 경우 단가는 과거 30원대에서 최근 60원대까지 꾸준히 오르고 있는데 반해 태양광은 2008년 700원대에서 최근 160원대로 떨어졌고, 앞으로 계속 하락할 것”이라며 “당분간 원전과 석탄발전 비중이 높아서 신규 석탄과 원전을 건설하는 대신 가스발전을 가동하고, 차츰 재생에너지를 확대할 경우 전기요금 인상요인이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전기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