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선조합・전선 대기업・구리협회 연합군, 구리 회귀 위한 논리 쌓기 분주

동·알루미늄 케이블 도체 신뢰성 논란 어디까지 왔나

→ 신뢰성 평가 연구 용역 진행 중

→ 한전 고창전력시험센터 실험

→ 내년 초 최종보고서 제출

→ 2・4월 워크숍, 공청회

구리-알루미늄 케이블 도체 신뢰성 논란의 씨앗은 2010년 한전이 알루미늄 도체 지중배전케이블을 도입하면서 뿌려졌지만, 본격적으로 뿌리를 내리고 자라기 시작한 것은 2012년 이후 동값이 하락하면서 부터로 볼 수 있다.

◆t당 1만불 동값 4천불까지 급락…구리·알루미늄 논란 점화

런던금속거래소(LME) 구리시세는 2011년 초 t당 1만달러를 넘어설 때까지 수년간 급격한 오름세를 보였다. 이후 하락세로 반전해 2012년에는 7000달러 후반에서 8000달러 초중반 선을 오르내렸다.

구리를 도체로 사용하는 전력케이블의 가격도 이에 따라 가파르게 상승했고, 국내 최대 전선 구매자인 한전의 부담도 커지는 상황이었다.

당시 한전은 2008년 이후 3년 연속 적자를 경험하고, 소액주주들이 한전 사장에게 이에 대한 책임을 물어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하는 등 진통을 겪고 있었다.

때문에 한전은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강도 높은 구조조정과 사업재편을 단행했고, 이의 일환으로 구리보다 저렴한 알루미늄 도체 케이블의 도입을 검토, 2010년 지중배전케이블 연간단가입찰을 시작으로 알루미늄 케이블의 시대를 열었다.

당시만 해도 구리 시세는 계속해서 오르고 있었다. 반면 알루미늄의 경우 구리의 4분의 1정도 가격을 유지하며 큰 변화 없이 안정세를 이어갔다.

알루미늄 케이블이 도입되면 기존과 동일한 수준의 제품을 팔더라도 매출은 4분의 1로 줄고 이익도 급감할 수밖에 없어 전선업체들의 불만이 많았다.

하지만 유례없이 높은 동값과 한전의 적자개선의지로 전선업체들이 반발하기는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렇게 알루미늄은 구리를 대체하며, 지중 배전케이블 도체의 대세로 떠올랐다.

문제는 이후 구릿값이 급격히 하락하면서 촉발됐다. 2011년 고점을 찍은 동값은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하며 2012년 t당 7000~8000달러 선으로 떨어졌으며, 올해 초에는 4310.50달러까지 내려앉았다.

원가절감을 사유로 비싼 구리보다 저렴한 알루미늄을 구매한다는 논리의 근거가 약해지게 된 것이다.

이에 전선업계는 알루미늄의 단점과 구리의 장점을 부각시키며, 구리 지중배전케이블로의 회귀를 주장하기 시작했다.

◆한전 설득 근거 위해 연구용역 추진…동도체 안전·신뢰성 높아

하지만 한전이 전선업계 주장을 받아들이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이 많았다.

알루미늄 케이블 도입을 통한 재무구조 개선은 한전의 대표적인 혁신사례 중 하나로 꼽히며 주목받았고, 알루미늄 가격은 여전히 구리의 4분의 1정도를 유지하는 상황이라 다시 비싼 구리 케이블을 도입하기 위해서는 합당한 근거 없이는 불가능했던 것이다.

때문에 전선조합과 전선 대기업, 구리협회 등 이해당사자들은 명확한 근거를 만들기 위해 1억원이 넘는 예산을 투입, ‘구리-알루미늄 도체 케이블 접속재 시스템의 신뢰성 평가 연구용역’을 추진했다.

연구용역은 전선·케이블 분야 국내 최고의 전문가 중 한명인 임장섭 목포해양대 교수가 올해 초부터 맡아 수행했으며, 현재는 실험 데이터 확보와 최종보고서 제출만을 남겨두고 있다.

비록 최종보고서는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연구결과 초안 일부는 공개된 상황이다.

이에 대해 전선조합 관계자는 “연구결과에 따르면 알루미늄 케이블은 동 케이블과 비교해 커넥터 비용이 과다하게 소비되고, 시공 시 케이블을 구부려야 하는 상황에서 크랙이 발생할 수 있으며, 습도로 인한 부식, 시공 난이도 상승, 재활용 불가 등 단점이 많았다”며 “당장 구매 시에는 저렴할지 모르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재활용이 가능한 동에 비해 기술·경제적 측면에서 유리한 점은 없었다”고 전했다.

더욱이 안전성·신뢰성 측면에서는 구리 케이블이 유리하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연구결과 초안에 따르면 동일 용량의 전류가 흐를 때 온도상승·변화 측면에서 알루미늄보다 구리가 더 안정적이었다. 특히 정격 이상의 과전류가 흐를 경우 화재 등의 사고 위험은 알루미늄이 훨씬 높다는 연구결과가 나왔으며, 결과값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한 데이터 확보 실험이 한전 고창전력시험센터에서 진행되고 있다.

실제로 임장섭 교수는 최근 열린 대한전기학회 전기물성응용부문회(C부문회) 추계학술대회에서 관련 논문을 공개하며 “케이블 접속 슬리브가 상시운전온도인 90℃에 도달하는 시점이 구리 케이블은 1100A, 알루미늄 케이블은 900A였다”며 “또 알루미늄 도체의 경우 과부하 시 온도 편차가 커 접속부 손상의 가능성이 동보다 높다는 실험 결과를 얻었다”고 밝혔다.

구리 케이블이 알루미늄 케이블에 비해 안전성이 높고, 경제성 면에서도 장기적으로 봤을 때 결코 부족하지 않다는 얘기다.

전선업계와 구리업계는 이 같은 내용이 담길 최종보고서가 나오면, 공론화와 공청회 검토를 거쳐 한전에 건의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 시기가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내년 2월과 4월 구리협회 워크숍과 전선조합 공청회가 잇따라 예정돼있다.

구리협회 관계자는 “내년 초면 연구결과의 신뢰성을 보강하기 위해 진행하는 한전 고창전력시험센터 실험이 완료될 전망이다”며 “이후 최종보고서가 나오면 국내뿐 아니라 가능하면 해외 전문가까지 초청해 관련 내용을 논의할 예정이다. 전선조합도 관련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기 위한 공청회를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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